세심히 보지 않으면 전혀 눈에 띄지 않을 작은 글씨. 그 글씨들 이외에는 다른 어떤 간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창문 넘어 흐릿하게 보이는 소형 로스터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왠지모를 두근거림. 무언가 대단한 것을 찾은 것 같은 직감이 설레임과 함께 찾아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문을 열어 보았지만 단단히 잠겨있었다. 다시보니 이 곳은 사무실 빌딩이 아닌 일반 아파트. 아파트 카드가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사무실도 아닌 일반 아파트 1층에, 눈에 띄는 간판도 없는 이 곳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창문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통하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라마르조코 스트라다 EP 2그룹 & 라마르조코 GB/5 3그룹과 2그룹
'에스프레소 바' 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Blue's Espresso Bar는 커피샵이 아니었다. 20여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가득 차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들과 그라인더들. 중국에서 의외로 보기 힘든 라마르조코 머신들. (필자가 북경에서 투어하며 가장 많이 본 머신은 라심발리M39 모델이다.) 스트라다 아래에 있는 압력 측정 포터필터가 시크하게 날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실망이 흥분으로 바뀌며 속으로 소리쳤다. '찾았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여러 원두 패키지!
|인텔리젠시아 엘 디아블로&블랙캣, 스퀘어마일 그리고 커피리브레 노서프라이즈&버티고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보는 인텔리젠시아 원두. 그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한국의 커피리브레! 대륙땅에서 리브레를 보게 될 줄이야. 격한 액션을 취하며 오너에게 물어봤더니, 작년 한국 카페쇼에서 갔다온 친구가 선물로 들고 온거란다. 본인도 깜짝 놀랄만큼 맛 있었다고. 이 원두가 탄생하기까지 조금의 연관도 없는 필자지만 괜히 어깨까 한 뼘 올라간 기분이었다.
에버퓨어는 중국 커피 시장에서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커피샵들에서는 머신 밑으로 설치하기 때문에 에버퓨어를 직접 볼 순 없다. 중국에서 봤던 매장들 중에, 정수기를 이렇게 노출형으로 벽에다 걸어놓은 곳은 이 곳이 처음이었다. 오너의 트렌디함 엿볼 수 있었다.
|레버형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谭国庆 대표
Blue's Espresso Bar는 4가지의 블렌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시는데 정신이 팔려 아쉽게도 에스프레소 사진에 남기진 못했지만 인상적인 맛이었다. 화사한 산미와 선명히 느껴지는 밸런스. 그리고 쫀득한 바디까지. 중국에서 마셔본, 중국 토종 블렌드중에서 가히 최고라고 할 만한 맛이었다. 오너가 단순한 비지니스맨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이었다.
|디팅 KR804, 그리고 바라짜社의 버츄소, 바리오, 바리오W, 앙코르, 포르테
왼쪽 편 테이블 위에 쭉 늘어선 그라인더들. 디팅을 제외하곤 가정용 그라인더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 그라인더들 이었다. 중국 기존의 머신 매장과는 다르게 홈 바리스타의 머신들에 더욱 초점이 맞춰진 듯 한 느낌을 받는다. 그라인더들에 시선이 고정되어 지나칠 뻔 한 아카이아 저울. 리얼 커피에 이어 중국에서 실제로 본 건 두번째이다.
아카이아 스케일과 더불어 바라짜社의 포르테 그라인더는 아직 국내에서 판매를 기다리고 있는 제품으로 작년 미국 SCAA 이벤트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실제로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리테일숍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제품으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제품이라는 사실은 중국의 스페셜티 커피문화가 대도시로부터 지방으로 퍼지고 있으며 타오바오와 같은 오픈 마켓이나 웨이보와 같은 SNS를 통해 문화의 확산은 더욱 빠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찾아 갔을 때 이 곳 바리스타들이 한창 아카이아로 에스프레소 세팅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모습이 한국에서는 익숙한 풍경이겠지만, 중국에서는 퀄리티 높은 에스프레소를 위해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 바리스타들의 모습이 매우 낯선 풍경이다. 생각지 못한 곳에 이런 리얼 바리스타들이 있었다니, 다시 한번 놀라움을 느꼈다.
에스프레소 머신위로 보이는 반가운 로고들. 에스프레소파츠를 중국에서 본 것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IMS 샤워 스크린도 판매한다고 한다. 스페셜티 커피 인더스트리에서 가장 트렌디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은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다.
|후지로얄 샘플로스터인 디스커버리
|중국 로스터 브랜드 HB roaster
배란다 쪽으로는 두 대의 샘플 로스터가있다. 디스커버리보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중국산 커피 로스터, HB roaster. 여러 중국산 로스터들 중에 두각을 드러내는 로스터기이다.
본사는 절강성 항주에 위치해 있고, 로스터기 공장은 닝보에 있다. 필자가 대략 2년전 이 HB 로스터기 공장을 견학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반가운 제품이었다.
오너에게 사용 후기를 물어보니 가성비 매우 만족하는 제품이라고 한다. 더 놀랐던것은, 사진에 보이듯이 오너가 직접 드럼온도와 배기온도를 측정할 수 있게 개조해 놓은 것이었다. 중국에서 여러 로스터들을 봐왔지만,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로스터는 처음이었다.(너무 여러번 반복하는 말 같지만, 이런 개조 역시 중국에선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중국의 커피 시장은 중국의 것만이 아니다.
세계의 여러 고수들이 서로 최고임을 가리기 위해 이 드넓은 커피무림의 세계로 뛰어들고 있다. 그 치열한 시장 속에서 Blue's Espresso Bar 의 멤버들은 오늘도 눈에띄지 않는 자신들의 아지트에서 묵묵히 수련을 해나가고 있었다. 언젠간 더이상 숨은 고수가 아닌 누구나가 아는 커피 고수가 될 그들의 중국 무대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