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뉴스

커퍼스 일산센터, 커핑, ‘표준’과 ‘정답’을 넘어야...

2015-04-06  



커퍼스 일산센터

커핑, 표준정답을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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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의 대중화는 반가운 일이다. 커피업계의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특별한 캐릭터의 커피를 접하게 됨으로써, 다양성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인스트럭터나 이름난 대가들의 결과를 마치 정답처럼 쫓는 것이다. 채점을 하듯, 자신의 결과물을 그들의 것과 비교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커핑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커퍼스 일산센터, 카페 레트로식스티(Retro60)를 찾았다.

 

커피는 없어지지 않을 문화


카페 레트로식스티의 곽승영 대표는 30대 후반이라는 비교적 뒤늦은 나이에 커피업계로 뛰어들었다. 10여 년 동안 영상 관련 분야에 종사했지만, 업계의 시계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 샌가 체력도, 감각도 뛰어난 젊은 친구들이 업계로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필드에서 뛸 수 있을까, 불투명한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한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던 일본의 카페 이야기에 곽 대표는 마음이 홀렸다. 2-30년 된 카페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고, 카페 주인들도 노인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감각은 떨어지겠지만 그만큼 경험이 쌓이면서 깊이를 더할 수 있을 테니, 길게 갈 수 있겠다 생각했죠." 솔깃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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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를 함께 들었던 또 다른 친구는 일찌감치 마음을 정해 프랜차이즈 카페를 오픈했다. 그런 친구의 행보에 가슴이 뛰었던 곽 대표도 본격적인 준비를 결심했지만, 무작정 카페를 차리기 보다는 커피를 아는 것이 우선이었다. 남들과 같은 커피로는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길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커피 배우는 일에 뛰어들었다.


전혀 모르는 세계의 것을 밑바닥부터 쌓아가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커퍼스의 커피스쿨 1기로 커피에 입문한 이후 3년여의 시간을 꼬박 커피공부에만 매진했다. 커핑이 열리는 자리라면 빠지지 않고 찾아다녔고, 로스팅도 쉼 없이 이어갔다. 그러면서 큐그레이더를 획득하고 인도네시아 농장까지 다녀왔다. 커피에만 완벽하게 빠져있던 시간이었다. 덕분에 누구보다 빠르게 커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뒤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의 열정이 꺼지기 전에 끝을 봐야겠다 싶었죠.생업이라는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했는데, 이때 그가 갖고 있던 열등감과 불안감이 오히려 확실한 배움의 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커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에야 카페를 오픈할 수 있었다.


커피는 없어지지 않을 문화라고 생각해요. 당장은 너무 쉽게 달려드는 사람들이나 임대료 같은 자금 문제 때문에 폐업이 잦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원들은 걸러지고 농축 될 거라고 봐요.커피라는 아이템에 대한 의심은 없다. 다만 그런 커피를 만들어내고 서비스하는 카페라는 공간은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분명 도태될 것이라는 냉정한 판단이다.


그 경쟁력은 커피이거나 아니면 또 다른 사업적인 수완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 되었건 진정성을 담은 커피 한 잔을 내는 일이 도통 쉽지 않다. 목구멍을 채워오는 현실에 이상은 숨이 막힌다. 그래서 곽 대표에게 커피는 공기 같다고 한다. 없어선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존재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환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담담하게 자신이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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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보다는 공방


일산 센터는 커퍼스 내에서도 왕성한 교육활동으로 유명하다. 1년 반 동안 커핑 레벨160여명을, 어드밴스 과정16명을 배출했다. 카페 내부도 특별한데, 절반이 넘는 공간을 바(Bar)와 커핑 테이블, 2대의 로스터기가 차지하고 있다. 한눈에도 카페보다는 공방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자연스럽게 로스터기 앞에 가져온 생두를 늘어놓는 일은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커피로 열려 있는 공간, 레트로식스티의 모습이다.


곽 대표는 카페 운영보다 커피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치열하게 공부를 해오면서 서툰 지식들과 싸워왔던 경험 때문인지, 교육에 대한 책임감이 상당하다. 배움의 자리에서는 반드시 무엇인가 얻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하물며 그것이 유료교육이라면 그 무게감은 더해진다. 그래서 누구보다 집요하고 깐깐하게 공부하고, 교육한다.


그렇다고 스스로 완벽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다른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도 충분히 자유롭다. 실제로 브루잉 추출 교육은 몇 기수 째 객원강사를 초청해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른 지역의 센터와 연계해 더욱 깊이 있는 교육의 장을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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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대표의 이러한 교육에 대한 의지는 카페 위치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면도로에 베드타운으로 둘러싸인 환경은, 카페 운영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심지어 카페에는 그 흔한 에스프레소 머신도 없다. 오로지 브루잉 메뉴만 존재한다


카페 운영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공방이나 교육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작부터 공방에 초점을 맞췄던 거죠.다양한 싱글오리진과 섬세한 로스팅과 추출로 전문성을 드러내는 것에만 집중했다.


곽 대표는 앞으로도 카페 운영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다고 한다. 오히려 레트로60에서 더 많은 커피 교육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런 모습들이 대중들에게 보여 질 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커피로 다가오게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가 꿈꾸는 미래 역시 수많은 샘플 기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누구나 찾아와 만져보고 경험할 수 있는 열린 랩실을 만드는 일이다.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커피의 대한 호기심과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이다


소비자들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카페 역시 부응할 수밖에 없다. 좋은 생두와 섬세한 로스팅의 가치가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탄탄한 커피산업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내 것없는 커핑은 의미 없어


지난 몇 년 동안 있었던 반가운 소식은 커핑이 이뤄지는 자리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전 보다 다양한 산지와 특징을 갖는 커피가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과 다양성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수요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스턴트커피와 대형 커피업체들의 적극적인 진출에 이은, 이른바 세 번째 물결(3rd Wave)이라 불리는 스페셜티커피 시장이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커핑의 본질은 수단과 방법이다. 커피의 향미를 배우거나 교육하기 위해, 로스팅을 점검하기 위해, 또는 구입을 위해 생두를 평가하는 등 도구로서 사용된다. 그러나 종종 커핑이라는 행위 자체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시험을 치르듯 인스트럭터나 다른 대가들의 결과를 정답처럼 두고 자신의 점수를 채점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비슷하다면 안도의 숨을 쉬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안해한다. 커핑 전에 나눠 준 커핑노트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제시되어 있는 모범 답안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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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대표는 이렇게 목적을 잃은 커핑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커핑을 하면서 자신 있게 '내 것'을 가져가지 못하는 거죠.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사람들의 결과와 비교해서 비슷하다 싶으면 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커핑은 내 점수에 박수를 치는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내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이죠." 


결과가 다르다고 해도 상관없다. 분명한 내 것이 있어야 한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수업이 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각자가 자신의 것을 정확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주관을 넘어 객관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과정 없는 표준화, 즉 모두가 비슷한 것을 눈치껏 이야기 한다면 아무런 소득 없는 무의미한 자리로 끝나버린다. 커퍼스의 교육과정 역시 이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스로 결과물을 얻어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친다. 따라가는 커핑이 아니라 자신이 끌어가는 커핑이다


특히 이러한 자세는 생두의 가치를 판단하는 비즈니스 커핑을 할 때 가장 필요하다. 그때는 맞아도, 틀려도 내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그래서 곽 대표는 커핑이 가장 필요한 사람으로 로스터를 꼽는다. 바리스타 역시 추출을 가늠하고 응용하기 위해 커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보통 기본적인 데이터는 로스터에게 전달받기 때문이다


생두의 선택과 로스팅, 그리고 추출까지 대부분의 정보가 로스터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로스터와 같은 생산자의 커핑은 목적이 뚜렷할 수밖에 없다. 종합된 점수도 중요하지만 커피의 캐릭터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점이다. 커핑에 대한 개념과 체계를 탄탄히 잡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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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대표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커핑이 적용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준비과정은 필요하다고 한다. 어린아이에게 칼을 주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커핑 레벨1 수업을 마치면서 꼭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여러분은 점수를 매기고 평가하는 단계는 아니고, 앞으로 커핑을 할 수 있는 단계라고요. 지금 본인이 갖는 평가기준을 정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죠.새로운 커피를 접하게 된다면 그 기준은 수도 없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며 새로운 커피를 경험해 가는 것, 바로 커핑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감각, 기억 속의 맛과 향을 끌어오는 것


여러 번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커핑에 있어서 감각능력은 중요하다. 그 능력만큼 커피에 숨어있는 향미를 섬세하게 캐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감각은 일종의 기억력과도 같다고 한다


자극을 인지하는 순간 기억 속에 저장된 맛과 향을 끌어오는 것인데, 때문에 감각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은 결국 경험해보는 수밖에 없다. 종종 교육을 하다보면 신맛을 잘 못 느끼는 분들이 계세요. 그때는 신맛 나는 과일을 계속 먹으라고 조언하죠.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결국 구분할 수 있게 되더군요.


더 나아가 이러한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미세한 차이까지도 개발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신맛의 대표적인 과일인 레몬과 라임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뉘앙스를 갖고 있다. 두 과일을 맛보면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집중해보는 것은 좋은 훈련법이다


향미의 편차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라즈베리, 블루베리와 같은 베리류의 과일 역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결국 이 역시 내 것을 만들어 간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 정의해놓은 맛과 차이를 실제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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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감각이 썩 탁월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때로는 환경적인 요인이 감각 개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를테면 평소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주로 먹어왔다면 일정 수준 이하의 자극에는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간을 심심하게 맞춰 재료가 가진 맛을 다양하게 즐겨먹는다면 감각의 세밀함에 있어 더 뛰어날 수 있다. 라면만 먹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산해진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요?


곽 대표 역시 커핑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이유로 어머니의 삼삼한 음식 스타일을 꼽았다.

커핑을 위해 식단조절을 하고 금연이나 금주를 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감각이 떨어지거나, 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자신의 생활습관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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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커피를 향해 바쁘게 달려오기만 했던 속도를 조금 늦추려 한다. 이제는 산지를 다니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고, 그것을 사람들과 즐겁게 나누려한다. 내년 과테말라 행이 새로운 첫 행보가 될 예정이다.


커퍼스 센터 활동과 함께 일산지역 커피인들이 모여 일산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스(Ilsan Specialty Coffee Roasters)를 조직해, 지역의 커피부흥을 위한 대외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 시작으로 커피 참 꽃 같네라는 재기 넘치는 제목의 커피시음회를 열어 대중들과 소통을 시작했고, 스위트코리아를 비롯한 커피 관련 전시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앞으로 곽 대표가 풀어낼 이야기 보따리가 더욱 궁금해질 것 같다.

 


Cafe Retro60

일산로380번길 17-15(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1296-1)

 

▒ 기고자 정보 : 강승훈(프리랜서, 前 월간 Coffee&Tea 취재기자, falling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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