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기획] 커피, 공간을 바꾸다 #1 양재동 레이백

2015-10-22  



DSC05852.jpg



소비라는 단어는 14세기 초 처음 단어가 사용될 때만해도 낭비, 약탈, 고갈 등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단어였다. 이후 제품에 대한 본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면서 소비는 부정이 아닌 긍정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덧 소비라는 단어는 단지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 및 공간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단어로 사용되었고, 생산자들은 단지 소비할 제품만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미처 소비자들 자신들도 알지 못하고 있었던 제품을 소비하는 환경과 서비스에 대한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심리까지 읽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가 만약 생산자 혹은 판매자라면 1920년대와는 전혀 다른 '소비'의 의미를 가진 '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던 한잔의 커피를 넘어 한잔의 커피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어떻게 상품을 생산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상품을 소비하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생각해볼 단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블랙워터이슈 컨텐츠팀에서는 커피를 소비하는 환경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슈들을 관련 업체들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DSC05827.jpg
|레이백의 에스프레소 바는 기존 900mm이상의 높이를 가지는 에스프레소 바보다 무려 150mm나 낮은 750mm이다.


커피, 공간을 바꾸다 첫번째 이야기, 양재동 레이백  



"우리는 진정한 트렌드 리더는 아니다.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의 클라이언트이다."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대표―



고객 테이블 수를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 테이블 공간과 에스프레소 바의 구분이 모호한 구성, 더퍼스트펭귄을 통해 창조된 공간은 기존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공식화된 공간과 분명 큰 차이가 있다. 더퍼스트펭귄이 최근에 작업한 공간인 양재동의 레이백은 그들의 감성을 오롯이 담은 공간으로 「공간창조기업」을 지향하는 「더퍼스트펭귄」의 지향점을 함께 공감한 김대영 대표가 그들과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DSC05855.jpg


레이백의 내부는 25평 규모의 사각형 공간으로 김대영 대표는 바리스타로써 하루 종일 그의 작업 공간이 편안하길 바랬다. 바리스타가 스티밍시 밀크저그 안에서 일어나는 스팀 상태를 인지해가며 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높은 에스프레소 바에서 일하는 것은 꽤나 불편한 일이였다. 필자 역시도 해외의 스페셜티 카페들이 흔히 오픈된 에스프레소 바 혹은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은 에스프레소 바를 선택하는 것은 확실히 도전이 될만한 일이였다.



ani.gif


의도된 불편함 속의 Layback
레이백의 입구는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큰 슬라이딩 도어를 사용했다. 남성인 필자 역시도 열기 위해 꽤 힘을 들어야 열리는 공간이다. 의도된 슬라이딩 도어의 의미는 도어의 무게감만큼 레이백의 커피와 공간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더퍼스트펭귄의 의지가 담겨있다. 커피와 공간에 대한 만족이 우선된다면 의도된 아름다움이 가져오는 불편함 정도는 소비자들이 이해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KDH_6969.jpg


에스프레소 바가 오픈되거나 낮아지게 되면 그만큼 수납공간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에서 에스프레소 바를 낮추는 것은 비단 밀크 스팀 상태를 인지하기 위한 것뿐만은 아니다. 낮은 에스프레소 바는 바리스타와 고객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원활하게 해주며, 오픈된 키친이라면 바리스타의 부지런함이 요구되긴 하지만 부지런한만큼 깨끗하고 정돈된 이미지를 통해 신뢰감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리스타가 서비스를 파는 직업이라고 한다면 조금의 부지런함으로 고객을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고, 신뢰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DSC05844.jpg

|레이백의 에스프레소 바의 그라인더 앞은 바를 커팅하고, 고무봉을 설치한 빌트인 넉박스가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레이백의 에스프레소 바는 750mm의 높이로 설계되었고, 스툴이 아닌 기성 의자들로도 고객들이 앉아서 바리스타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완성되었다. 물론 오픈된 에스프레소 바의 경우 수납될 공간이 이슈이긴하지만 레이백에서는 이 문제를 기존 공간에 위치해있던 창고로 대체하였다. 불필요한 모든 물품들은 모두 창고에 보관함으로 에스프레소 바는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보이지 않도록 했다.



DSC05842.jpg

|레이백의 에스프레소 바와 냉장, 냉동고 사이에 위치한 브루잉 스탠드



이로 인해 대개 에스프레소 바 하부에 들어가는 냉장, 냉동고, 제빙기 등을 벽쪽으로 몰아서 사용하고 있다. 이 공간이 자칫 지저분한 모습으로 비칠수 있는 것을 벽과 에스프레소 바 사이에 브루잉 스탠드를 마련하여 시선을 어느 정도 가리는 효과를 얻었다. 또 하나는 에스프레소 바에 확보된 테이블에서 손님들은 직접 브루잉하는 모습을 감상하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DSC05851.jpg

|레이백의 벤치에는 미리 계획된 전기 케이블이 연결되어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다.



레이백과 같이 오픈된 공간이 많은 곳일 수록 가장 중요한 작업은 전기 공사이다. 전기가 필요한 모든 곳에는 전기 케이블이 필요하고, 케이블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시공전부터 전선의 배관들이 어디에 심어질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개 벽체나 바닥에 미리 심어놓음으로 공사 완료시 전기 케이블이나 배관 등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인만큼 보이지 않는 전기 케이블과 배관이 얼마나 많이 숨겨지기 위해 수고가 들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3D 모델링이 중요한 이유는 보통 설비 배관이 있어야 머신이 설치되기 때문에 텅 빈 공간에 그 위치를 미리 잡아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KDH_6966.jpg
KDH_7972.jpg
KDH_7966.jpg


낙엽송 합판 마감을 한 레이백의 벤치는 더퍼스트펭귄에서 제안한 공간이다. Layback이라는 단어가 주는 편안함을 전달하고, 양재동 오피스 상권의 특성상 테이블 수 확보보다는 공간이 주는 이미지에 더욱 힘을 실었다. 현재 레이백을 찾는 많은 소비자들은 이 공간을 갤러리라고 오해를 하곤 했었다. 고객 테이블이 전혀 확보되지 않는 구조물은 근방의 오피스들의 여심을 공략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적이였다고 김대영 대표는 말한다.



DSC05831.jpg



고객 테이블 수를 확보하기 위해 이미지를 포기할 것인지 이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고객 테이블을 확보할 것인지는 결국 인테리어 팀의 결정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더퍼스트펭귄의 최재영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것은 결국 클라이언트들이라고 말하는 데는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기존의 틀을 깨는 구성을 가진 레이백의 에스프레소 바에는 라마르조코 FB80 에스프레소 머신과 메져 로버 그라인더가 올려져 디자인에 기술을 입힌 느낌이다. 커피는 처음부터 라떼가 맛있는 집을 추구한 김대영 대표는 좀비 커피로스터스의 스토커 블렌드를 사용하여 라떼를 3,500원에 제공한다. 스페셜티 커피 블렌드를 사용하지만 직장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로컬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싶은 김대영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



KDH_6963.jpg


천정 역시 주목해볼만하다. 설계전부터 더퍼스트펭귄은 천정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천정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조명을 고민했다. 때문에 천정을 비추는 간접 조명과 벽을 비추는 스팟등을 위해 레일스웨이를 천정에 설치했다. 천정의 조도가 높아짐으로 레이백의 공간감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3년의 준비끝에 오픈한 레이백이 3개월만에 양재동 오피스 상권에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커피뿐만이 아니었다. 커피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공간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Add                  서울 서초구 언남11길 34-8 1층

설계 및 시공       더퍼스트펭귄 (http://www.the1stpenguin.com/)

  


profile_bw.jpg

2016 WCCK 공식 미디어 | BLACK WATER ISSUE

제보: bwmgr@bwissue.com


댓글 1

profile

딴죽걸이

2015-10-23 06:49  #145089

자전거 좋아하는 저로썬 정말 괜찮은 카페네요

예전부터 자전거 즐기는 층에서 자전거와 카페를 결합한곳이라면 최소한의 수준만 갖춰지면 아지트 삼아 몰리는경향이 강해서 요즘은

제대로 된 수준이상의 자전거와 융합된 카페들이 나타나네요 서울에는 자전거로 유명한 카페들이 제법 되거든요

자덕들 사이에선 제법 명소죠..저정도고 자전거 라이딩 코스에 겹치면 훌륭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