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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퍼스】 광주 센터, 톰스톤 커피 ― 디테일의 힘

20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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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퍼스 광주센터, 톰스톤커피

디테일의 힘




전문성은 두루뭉술하지 않다. 쪼개고 나누기를 반복하며 더욱 작고 좁은 것에 집중한다. 해박한 지식과 경험은 이 과정을 통해 쌓이는 것이다. 전문성은 디테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퍼스 광주센터 톰스톤커피를 찾았다.


순탄치 않았던 시작
커퍼스 광주센터인 톰스톤커피의 조석진 대표의 이력은 다채롭다. 칵테일 바, 와인 바, 이자카야 등 다양한 업종을 거쳐 카페로 정착했다. 카페 이름인 톰스톤은 조 대표가 운영했던 웨스턴 바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러 업종의 공통점은 바로 술. 애주가를 자처할 만큼 술을 좋아하는 조 대표였다. 하지만 밤새 술 마시는 손님들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느 날 조 대표는 지역 내에 있던 카페를 가게 됐는데,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손님이 카운터에 와서 주문하고 음료도 알아서 찾아가는 게 아닌가. “그런 장면을 보니 바에 비하면 카페는 참 쉬워 보이더라구요. 커피 만드는 것도 보니 얼추 해볼 만 하겠다 싶었구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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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조 대표는 진지했다. 길게 생각해 볼 때도 바를 운영하는 것보단 카페가 더 낫겠다 싶었다. 결국 카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몇 년간의 사업 경험상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땐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밤에는 바를 운영하고 낮에는 커피를 배우러 다녔다. 주경야독, 아니 주독야경이 따로 없다. “힘들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걸 배우러 다닌다는 게 생각보다 재밌었거든요.” 

당시 광주 지역에는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있었다. 마침 본사 사람과 인연이 닿아 매장을 열기로 했는데, 대기자가 워낙 많아 예상보다 좀 더 기다려야 했다. 어차피 미뤄진 일, 카페에서 일하며 실무 경험을 쌓기로 했다. 조 대표에겐 모든 것이 공부였다. 하지만 카페를 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오픈을 준비하는 중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 대표는 커피 업 종사들에게 상처를 입고 실망도 많이 했다. 카페 여는 걸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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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낮과 밤을 쏟아가며 결심했던 커피였다. 시작도 못 하고 그만둔다는 건 자신에게 더 괴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이제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개인 카페였다. 전문성을 키워서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졌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커피 서적을 사서 모아 탐독했다. 그렇게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카페에서는 무급으로 일하며 실무 경험을 익혔다. 원하는 생두를 구하기 위해 로스터리 카페에서 일을 돕기도 했다. 그렇게 구한 생두는 직접 만든 통돌이 로스터기로 수 없이 로스팅하며 공부했다. 잠을 줄여가며 독하게 파고들었다. 밤낮을 성실히 임하다 보니 어느 카페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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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가 톰스톤 카페를 오픈하게 된 건 2010년. 카페를 열겠다고 마음먹은 지 3년이나 지나서였다. 매장 오픈을 앞두고 조 대표는 특이한 행보를 걸었는데,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서부권)에 출전한 것이다. 결과는 3위. 첫 출전 치고는 상당한 성과다. 게다가 참가선수 중 최고 연장자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매년 대회에 출전했고 입상 등의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조 대표가 대회에 출전한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했다. ‘이기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나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는 소용없는 일이잖아요?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면 되겠다 싶었죠.” 믿음과 신뢰를 깨트린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 자본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실력으로라도 이기겠다는 게 당시의 심정이었단다. 괴로운 경험이지만 카페를 목숨 걸고 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해줬다.

현재 조 대표가 운영하는 톰스톤커피는 프랜차이즈 형태이다. 과거의 쓰린 경험 덕에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추구하고 있다. 예비 가맹점주와는 톰스톤 커피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를 구한다. 거대한 브랜드보다는 톰스톤만의 커피 캐릭터를 지켜갈 수 있는 건강한 파트너십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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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고 나누는 디테일의 힘
“커피에 정답은 없지만 기본과 정석은 있다고 생각해요.” 조 대표는 다소 고지식할 정도로 기본에 충실한 편이다. 원리와 과정을 알고, 그것을 통해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설익은 기본기로 트렌드에 다가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렌드란 기본을 응용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커피의 다양성’만을 이야기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스팅에서 기본은 커피의 중심까지 열이 잘 전달되는 것이다. 겉과 속을 고루 익히기 위해서다. “의외로 콩의 외형만 보고 빼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럴 경우 겉면만 익고 안쪽은 익지 않은 상태가 되죠.” 조 대표는 특히 ‘라이트 로스팅’을 했다는 커피 중 설익은 상태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설익은 커피는 맛도 맛이지만, 겉보다는 속이 상대적으로 단단한 편이다. 이런 커피는 그라인딩 할 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조 대표는 로스팅 시간을 충분히 갖는 편이다. 커피 특징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2팝 정도까지는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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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에게 응용은 기본기를 더욱 세밀하게 다루는 것이다. 이를테면 로스팅할 때 라이트, 미디움, 다크의 단계가 있다면 이를 다시 세 단계로 세분화해 각각 커핑용, 드립용, 에스프레소용 등으로 각 단계를 활용한다. 작은 차이라도 그 의미를 놓치지 않는다. 

이렇게 세밀한 로스팅을 위해선 온도 변화에 따른 콩의 상태 변화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조 대표는 로스터기를 필요에 맞게 개조했다. 로스터기의 생두 확인 창을 기존보다 크게 만들고 위치도 위쪽에 있던 걸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능이다.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로스팅 상태를 파악한다. “프로파일이 있더라도 항상 같은 기준으로 적용될 순 없죠. 커피의 컨디션과 진행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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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의 섬세한 접근법은 로스팅뿐만 아니라 그라인더에도 미쳤다. 안핌 카이마노 시리즈였다. “그라인더의 레벨 조절 기능이 생각보다 엉성했어요. 구간별 단계가 2~3단계에 불과했고, 그것마저도 기준 없이 들쭉날쭉 뚫려 있었죠.” 결과물이 정밀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답답해진 조 대표는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결국 미세조절판을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통 알루미늄을 깎아서 기본 틀을 만든 뒤, 원주율에 따라 정확하게 148개의 구멍을 냈다. 기존 조절판보다 세밀할 뿐만 아니라 정확하다. 입자를 조절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지니 이전보다 더욱 정확한 세팅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그라인딩 시 달궈진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공기구멍(Air Ventilation)도 추가해 발열까지 잡을 수 있었다. 실제 테스트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다각도의 연구 끝에 만들어진 이 미세조절판은 지난 2015년 ‘분쇄 조절판’으로 기술특허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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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 민감하게 느끼고 자세하게 표현해야 해
조 대표에게 커핑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생두를 평가하는 커핑 외에도 실제 커피 추출 시 오류를 점검하는 커핑이 있다. 두 번째 커핑의 경우 바리스타들에겐 상당히 중요하다. 커피가 가진 좋은 맛과 향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요리하는 셰프라고 생각해요.” 셰프는 재료가 갖고 있는 맛과 향을 온전히 끌어내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 커핑은 좋은 에스프레소와 나쁜 에스프레소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커피의 뉘앙스를 해칠 만큼의 중대한 맛의 변화가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만약 똑같이 양의 커피를 사용해 같은 양의 커피를 추출하는데도 맛이 달라진다면 도징과 탬핑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커피 도징량은 정말 정확한 것인지, 또 탬핑할 때 커피 가루가 균일하고 균등한지 살펴야 해요.” 커피 가루의 높낮이와 좌우 수평이 일정해야 한다. 이 과정 중 일부가 미세하게만 틀어져도 커피 맛이 달라질 여지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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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 같아도 이런 요소는 커피 품질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 대표가 이야기하는 에스프레소 추출의 ‘기본과 정석’이다. “커피 아카데미를 운영하다 보면 종종 경력자들이 오곤 하는데 의외로 잘못된 습관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이미 습관화된 행동은 고치기가 쉽지 않죠. 본인도 힘들고 트레이너도 힘들어요. 아예 모르는 분을 교육할 때가 편할 때도 있어요(웃음).”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한다. 기능과 성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른 채 단순히 동작을 반복하기만 해서는 소용없는 일이다. 

생두를 커핑할 때는 목적에 따라 평가 요소들이 달라질 수 있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조 대표는 납품이 중점이다. 대부분 싱글 오리진이 아닌 블렌딩이다. “아무래도 늘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블렌딩의 큰 캐릭터를 잡은 뒤에 섞으려는 커피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염두에 두죠.” 그밖에도 대중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단맛과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을 포인트로 두되 전체적인 맛의 밸런스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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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커핑 할 때 ‘고정관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여기서 고정관념이란, 맛 표현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하고 순화시키는 과정에서 생략되는 부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오역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 

“신맛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맛에도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레몬, 라임, 자몽, 패션프루츠처럼 말이죠. 심지어 같은 과일이더라도 과육이나 과즙 그리고 껍질에서 나는 신맛이 또 달라요. 신맛만 그런 게 아니에요. 고소한 맛도 마찬가지예요. 너티한 맛이냐 아몬드 껍질에서 나는 쌉싸름한 고소함이냐...” 단어 하나에 수많은 감각을 매몰시키는 건 아까운 일이다. 작은 차이를 느꼈다면 상세하게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 민감하게 느끼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만약 감각을 표현하기가 어렵다면 음식에 비유해 설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냄새에는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있다. 보편적인 경험 속에서 힌트를 찾아낼 수 있다면 타인과도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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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앞으로 두 가지 계획을 준비 중에 있다. 하나는 협동조합 설립이다. 10년 가까이 장애인 단체와 시니어 센터에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해왔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관할구청 안에 카페를 사회 약자를 대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수익도 기부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다양한 공익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다른 하나는 HACCP인증이다. 식품제조업에 있어서 안전성은 무엇보다 최우선 돼야 한다. 조 대표는 이를 위해 HACCP에 필요한 설비 등을 준비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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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운영에서부터 제조, 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는 조 대표는 매일이 바쁘지만, 늘 의욕적이고 열정적이다. 아들 원준씨까지 합류하면서 2대 커피를 꿈꾸는 것도 가능해졌다. 섬세한 그의 열정을 통해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어가기를 응원한다.


|톰스톤커피아카데미 : 광주 북구 서암대로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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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전 월간 Coffee&Tea 취재기자, 프리랜서

Email: falling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