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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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게이샤 내추럴 산타 펠리사 밀키웨이 '은하수 커피'

로스터의 꿈. '그래도 간다' 
- 맛 칼럼리스트 김욱진

로스터라면 누구나 맛있는 커피를 로스팅해보고픈 꿈이 있어요. 여러 조건에 제한 받지 않고 커피 생두로 표현해낼 수 있는 생두가 가진 좋은 맛을 최고로 이끌어내고 싶은거죠. 그럼에도 마음 놓고 버너에 불을 붙일 수만은 없는 커피가 있어요. 뭐냐 하면 그건 바로 '비싼 커피'에요. 팔릴 수 있는 커피라야 제조와 판매의 선순환 속에서 지속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건데 볶아 놓고 고가의 벽에 막혀 판매가 원활하지 않게 되면 아무리 자랑하고픈 맛있는 커피가 있어도 상업적 로스터리에선 판매 커피의 선택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농산물이자 식품인 원두의 특성상 상미(上味)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상업 로스터리로선 더욱 망설여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죠. 특히 고가의 플래그쉽 범주의 커피라면 미식의 맛에 더 집중되어 있어 판매 빈 선정과 상미 절정 기간 안의 판매에도 더 신중할 수밖에요. 

게이샤 생두 1Kg당 13만원 남짓에 사서 핸드픽하고, 수율 15% 남짓 날리고, 가스 쓰고, 시간 쓰고, 품 팔고, 포장해서 팔릴 수 있는 가격에 만들면 원가 맞추기에도 빠듯한 거죠. 사은 서비스용이라는 말이 그리 틀리지 않을거에요. '마일커피'의 이 커피도 그런 도전 속에 시도된 커피예요. 

과테말라 게이샤 내추럴 산타 펠리사 밀키웨이 '은하수 커피'는 아카테낭고 화산 지역의 80여개 농장으로 이루어진 산타펠리사 농장에서 생산되었고 올 해 2017 과테말라 COE 1위를 비롯해 매해 수많은 수상으로 유명한 농장입니다. 

산지 : 아카테낭고 지방 
고도 : 1,800 MASL
강수량 : 1,200~ 1,500mm 
품종 : 아프리칸 게이샤 2722종
가공 : 내추럴 프로세스
당도 : 22 Brix

산타펠리사 옥션 커핑 노트 : 
플레이버 - 스트로베리 스윗, 산딸기, 라즈베리, 사탕수수, 자스민 힌트, 베르가못, 건포도, 까치밥나무, 풍부함, 밀키웨이맛. 
에시디티 - 오렌지 구연산, 진한 오렌지색 신맛. 
아더 - 크리미, 스무스, 긴여운, 지속력, 긋밸런스, 조화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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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입 보다 큰 크기의 토마토를 한  베어 물 때 조심스러워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토마토를 베어 물 때 과즙이 입 밖으로 터져 흐를까봐 조심스레 한 입 한 입 오물거리곤 했어요. 이 '밀키웨이 커피'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냉장고에서 갓 꺼낸 방울토마토와 그 과즙의 향연이에요. 토마토 육즙은 연신 팡팡 터져대지만 조심스럽지 않았어요. 알이 작은 방울토마토 맛이거든요. 입 안을 돌려가며 가지고 놀다 적당히 터트리며 그 상큼한 시트러스를 즐겼어요. 

핫 침지 커핑 컵 12.1g 1컵 & 2컵(화력 +30sec)

온도가 식어가는 내내 방울토마토 즙 안의 씨앗을 씹어 삼키는 듯한 도톰한 파우더 질감의 애프터는 우유의 목넘김 같은 바디와 맞물려 마치 씹어 삼켜야할 것 같은 두터움을 계속 느끼게 했어요. 이 뉘앙스는 베이스에 파우더 아몬드, 캐슈넛, 견과류를 깔고 생방울토마토, 쥬시, 복합적인 후르츠가 위에 얹어져 텍스쳐와 두터운 양감이 더해진 인상적인 컴플렉시티함으로 돋보여지게 됩니다. 
1컵은 생것의 느낌, 2컵은 익힌 것의 느낌이며 입에 딸기청으로 들어온 플레이버는 딸기요거트로 감겨들며 방울토마토의 긴 여운을 남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토마토 페이스트처럼 응축되어 씁쓸한 듯한 부정적이지 않은 새송이버섯, 양송이버섯 애프터의 뉘앙스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게이샤 내추럴 보다는 이디오피아 내추럴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입니다(아프리칸 게이샤)

브루잉 아이스 17g 2컵 빈(화력 +30sec)

하리오 1-2인용
화력 +30sec 원두 17g 
추출온도 88.2도
뜸 40초 1차 푸어오버
4차 100ml 추출

빨대를 꼽아 문 아이스에서의 첫 입에서는 핫2컵(화력 +30sec 원두)에서의 리코타치즈 뉘앙스가 샤워크림 뉘앙스로 무게중심이 이동된 듯한, 전혀 다른 낯선 플레이버가 올라와 당황스러웠습니다. 무게 중심의 이동은 산미와 넛티의 캐릭터가 칼칼한 쪽으로 달라진 것이기에 산도나 강도가 증가된 것이라기보다는 그 임팩트로 인상 깊어진 느낌입니다. 

핫 2컵에서의 리코타치즈의 고소한 애프터테이스트는 아이스에서 로스티드피넛의 고소함으로 캐릭터가 달라진 가운데, 샤워크림으로 들어와 볶은 땅콩의 후미로 이어지는 한 줄기와 딸기청 플레이버로 시작해 방울토마토 애프터로 이어지는 플레이버 한 줄기가 서로 묘하게 어울려 엉켜 구조감 있는 산미를 결정짓고 있었습니다. 

커피가 어떻게 이렇게 묘하게 맛있는 맛일 수 있을까요. 일일드라마같은 느낌입니다. 화려한 게이샤의 임팩트나 미색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맛의 경험이 더해질수록 매력을 점점 더 발견하고 빠져들게 됩니다. 이를 누군가가 어떤 맛이냐 묻는다면 중독성 매력이 아닌 습관성 매력의 맛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커피 미식가로서 지금까지 화려한 커피로도 성에 차지 않았다면, 뒤 어딘가 엉뚱한 방향에서 훅 치고 들어와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이런 엉뚱한 커피가 당신에게도 의외의 함정일런지 모릅니다. 핫과 아이스를 번갈아 한번 이상을 경험해 보기를 권합니다. 맛을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미묘한 묘미가 있기 때문이죠. 

일반적인 게이샤와 다른 노선을 걷는 독자 노선주의 게이샤, 은하수 밀키웨이커피는 은하수 같아서 밀키웨이가 아니라 우유에 풍덩 빠졌다 나온듯해 밀키웨이가 아닐까요? 맛볼수록 딸기청과 어우러진 치즈스러운 발효 산미가 아몬드 파우더에서 캐슈넛으로, 또 볶은 땅콩을 넘나 드는 폭이 넓은 넛티 스펙트럼과 잘 어울려 연예인의 '같은 옷 다른 느낌'을 보는듯한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궁합이 아주 잘 맛는 음식의 식재료 같은 합 때문인지, 음료수가 아닌 음식의 느낌으로 관찰하게 되기까지 합니다. 긴 설명이 부질없습니다. 걍 입에서 맛있습니다. 이런 맛의 조화로움이 화음이 잘 맞아 울림이 좋은 화성을 듣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물 흐르듯 내 입 안에 고여드는 방울토마토의 맛줄기를 재촉하는 조급함을 더디할 수 있는 인내심 장착이 꼭 필요한 아이스 아이템입니다. 

핫은 1번 컵 로스팅 프로파일. 아이스는 2번 컵 로스팅 프로파일이 적합할듯합니다. 
샘플로스팅은 생두가 가진 모든 맛을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의 로스팅이며, 상업로스팅은 사용 목적에 최적화된 맛과 추출까지 계획된 로스팅입니다. 이런 로스팅 목적에 따라 맛과 향의 발현이 달라집니다. 

밀키웨이는 샘플로스팅 컵에서 달콤한 백도복숭아가 폭발했고, 상업로스팅 컵에선 백도복숭아 보다는 천도복숭아의 아로마에 방울토마토가 압도하는 플레이버로 뉘앙스는 달라도 어떤 식으로든 달고 맛있는 커피입니다. 이 달달함은 우리가 식생활 속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때 늘 느끼고 있는 새로울 것이 없는 단맛에 대한 흔한 경험입니다. 심지어 단맛 기반이 아닌듯한 케일이나 치커리 같은 쓴 채소조차도 그 채소가 가진 쓴맛의 성향 속에서 단맛이 적절히 받쳐 줄 때 맛있습니다. 커피도 다르지 않아서 맛있는 커피들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단맛은 맛있는 커피의 만능키 같은 역할이었습니다. 
스페셜티커피가 예전엔 산미가 좋은 커피가 대세였는데 요즘은 단맛이 좋은 커피로 트랜드가 바뀐듯 해도 우리 미각의 맛 트랜드가 바뀌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산미(Acidity)가 좋기 위해선 단맛(Sweet)이 좋아야 신맛(Sour)이 좋게 느껴지기 때문에 예전부터도 본능적인 미각인지로 맛있는 커피는 맛있는 커피, 신 커피는 신 커피였을 테니까요. '시다'에서 '상큼하다', '새콤하다', '새콤달콤하다' '달콤하다', '달다'. 신맛과 어우러진 단맛의 정도로 느껴지는 일상의 표현들입니다. 신맛이 있으면서도 단맛이 받쳐질수록 맛있어지는 느낌이 단어에서도 확 느껴집니다. 
밀키웨이는 신맛과 단맛의 조화가 아주 좋은 커피입니다. 밸런스도 신맛과 단맛의 조화로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신맛과 단맛의 조화 정도에서 더해지는 '감미롭다'에서 '달큰하다', 들큰하다', '느끼하다' 등으로 이어지면서는 일본에서 우마미라 불리는 MSG 감칠맛과도 단맛은 연계되어집니다. 이처럼 단맛(Sweet)은 신맛(Sour)과 어우러져 변수 관계를 이루며 산미(Acidity)와 밸런스(Balance)와 바디(Bady)를 좋게 느끼게 하는 기초가 됩니다. 이처럼 긴 시간 물리적, 화학적 여러 여정을 거쳐 나에게 도착한 이 한잔의 맛은 생두에 잠자던 좋은 맛을 잘 이끌어내준 로스터와 이 커피를 태어나게한 농부의 땀으로 빚어진 편안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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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빛으로 들어와 바위에 부서져 빠져나갈 때는 스파클한 소리를 내며 하얀 빛으로 빠져 나가는 입출의 색이 다른 파도처럼, 입 안에 들어올 때는 딸기청으로 들어와 딸기요거트를 거쳐 방울토마토로 그라데이션을 그리며 나의 미각계를 지나쳐갑니다. 파도빛 그라데이션 같은 맛의 조화가 감미로움으로 완성되는 편안한 커피. 그 안에 머물러 오래도록 쉬렵니다. 

개인 커핑 노트
핫 1컵 
개인 평점 SCAA 87.50
프레그런스 / 아로마 8.25 
플레이버 8.25
에프터테이스트 8.25
에시디티 8.25
바디 / 마우스필 8.25
밸런스 8.00
오버롤 8.25
클린컵 10.00
스위트니스 10.00
유니포미티 10.00

핫 2컵 화력 +30sec
개인 평점 SCAA 87.00
프레그런스 / 아로마 8.25 
플레이버 8.25
에프터테이스트 8.25
에시디티 8.00 
바디 / 마우스필 8.25
밸런스 8.00
오버롤 8.00 
클린컵 10.00
스위트니스 10.00
유니포미티 10.00

브루잉 아이스 2컵 빈 +30sec
개인 평점 SCAA 87.50
프레그런스 / 아로마 8.25 
플레이버 8.25
에프터테이스트 8.25
에시디티 8.25
바디 / 마우스필 8.25
밸런스 8.00
오버롤 8.25
클린컵 10.00
스위트니스 10.00
유니포미티 10.00

위 개인 평점은 맛 있음의 기준이 아닌 컵 퀄리티 평점이며, 화려 찬란한 컴플렉시티 플레이버 성향의 케릭터였다면 또 다르게 평점되었을 것입니다. 

1컵
아로마 / 플레이버 - 생크림, 요거트, 쥬시, 스윗, 딸기요거트, 딸기청, 아스파탐, 몰라시스, 시러피, 천도복숭아 힌트. 
에프터 - 생방울토마토, 민트, 박하사탕, 베리, 말릭, 너티, 케슈넛, 파우더아몬드, 메이플시럽 토피드 핫케잌, 감초, MSG 감칠맛, 스파클, 
롱피니시, 풀바디, 밀크바디, 파우더 텍스쳐, 크리미, 긋밸런스, 지속력. 1차 조금 더 간 텍스쳐.

2컵( 화력 +30sec)
아로마 / 플레이버 - 리코타치즈 
에프터 - 라일락 시트릭 에프터 노오즈, 익힌 토마토스프, 단맛증가, 조린 메이플시럽, 발효버터의 산미, 새송이버섯, 양송이버섯, 1컵 2컵 모두 낫 베지터블

컵 테이스팅 프로토콜 범위의 노트 안에서 전세계 누구나 이해하고 알 수 있는 노트를 써야하겠지만, 그레이딩을 위한 커핑 노트가 아니므로 우리 식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데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세계 규약 프로토콜 보다 우리식의 표현이 우리끼린 훨씬 더 정밀하게 표현하고 쉽게 소통할 수 있거든요.

다른 글 보기 
 
카카오스토리 https://story.kakao.com/jazzpianist/HT1ZAx2q7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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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profile

작성자

2017-08-07 17:27  #267871

많이 부족한거 알지만 바리스타 로스터 커퍼 등의 커피 직군이 아닌 리뷰어로서의 커피 분야에 열공하겠다는 포부의 표현이자 스스로의 약속이예요. 응원 감사해요. ^^ 

profile

양준환

2017-09-09 16:03  #281550

커피 플레이버 표현력이 거의 히가시노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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