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by
서리
준회원 정회원 일반사업자회원 인증사업자회원 블랙워터이슈 에디터 
2017.11.08 08:28

커피의 신맛과 대중의 음용법. 그리고 스쿨 카페 근황.

여전히 열심히 그리고 훌륭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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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올리는 스쿨 카페 근황이다. 한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예열하고, 다른 분들이 드실 커피를 필터 커피를 내려두는 것인데, 날씨가 날씨이다 보니 이젠 스티밍한 우유를 찾는 선생님도 많아졌다. 물론 내가 스티밍 하진 않고 스티밍 하는 방법을 알려 드렸더니, 이젠 직접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2학기에 들어서는 9월쯤 교내 친목 행사가 있었는데, 학교에 커피를 좋아하시고 로스팅까지 같이 하시는 형님이 계셔서 둘이서 50여명의 선생님들을 위한 1일 카페를 운영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브루잉 바에서는 하리오 V60 로 필터 커피를 서빙했고, 에스프레소 바에서는 로켓 셀리니가 역할을 담당했다. 

순차적으로 넉넉한 시간을 두고 커피를 만드는게 아니라, 그야말로 러쉬타임처럼 동시 주문이 들어오는 터라 사실 그라인더가 버텨줄지 의문이었다. 뭐 한두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거라면, K3 터치도 충분했겠지만 러쉬는 감당키 어려웠기 때문에 집에 있는 E10 을 가져왔고 다행히 행사는 성황리에 잘 마무리. 코니컬 그라인더의 그라인딩 스피드는 맛을 둘째치고 참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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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서 예열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머신을 켜두고 나서는 필터 커피를 내려둔다. 몇일전부터 블루바틀의 신형 드리퍼를 사용하는데 웨이브 필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 이쁘기까지 해서 혼자 커피를 내려두는데도 기분이 꽤 즐겁다. 추출 속도가 굉장히 빠른 점도 마음에 들고 또 플랫베드 형태의 컬럼이라 v60 보다는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맛도 훌륭하다. 때문에 케멕스는 이제는 서버의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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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커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 매니아들을 위해 내려두는 커피를 항상 만들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현상들을 몇가지 만날 수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신맛에 대한 부분이다. 

얼마전 선생님들과 함께 베이커리 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커피를 드시면서 많은 분들이 최근에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학교에서 마시는 커피가 훨씬 더 맛있다.'고 생각이 든다 하시는게 인상적이었다. 물론 내가 잘 만들어서 그런게 아니고, 여지껏 드셨던 모든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라는 것을 전혀 알고 계시지 못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선생님 제가 말씀은 안드렸지만, 드시고 있던게 재료면에서 훨씬 좋은거에요." 라고 우스개 소리로 말씀드렸다.

정말 이분들은 평소 드셨던 커피가 독일의 반 커피, 호주의 듁스는 물론 한국 각지의 스페셜티 로스터의 원두인 것을 전혀 모르고 계실 뿐더러, 본인들이 "카스카라 티"를 마셔본 몇 안되는 한국의 교사들이라는 사실도 모르실거다.
 
여튼, 그런 스페셜티 원두 중에서도 나는 배전도가 높지 않은 커피들만 준비한다. 왜냐면, 일단은 "내가" 마셔야 할 커피인 동시에 상미기간의 측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인데 사실 그래서 신맛들은 다들 강한 편이다. 

그런데, 여지껏 너무 시다는 클레임은 거의 없었는데 그 이유가 제법 재미있다. 관찰한 결과 이분들은 굉장히 커피를 연하게 드시는 타입들이 많으신데, "내 입에도 아 이거 좀 신데?" 라고 느껴지는 커피들도 선생님들은 낮은 농도로 물을 추가해 드시기 때문에 신맛이 먹기 편하게 희석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최근 내가 커피를 내리는 방식은 좀 바뀌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설명하자면 좀 길어지기 때문에 추후에 별도로 글을 써볼 예정이다.) 

이렇게 연한 차 처럼 음용하는 경우에는 커피의 신맛은 누그러지고 더 다양한 플레이버가 지각되는 부분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마실 경우 라이트 로스팅에서 오는 신맛은 먹기 편하게 온순해지지만 애프터에 오는 은은한 향들은 그래도 잘 전달이 된다. 

신맛이라도 마시기 편한 형태면 거부감이 없어질 수 있다는 나의 추정이다.

물론 내가 드리는 커피가 맛있다는게 단순 '인사치레'성 멘트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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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3
  • 이불킥
    이불킥 2017.11.08 09:38
    대중이 부담스러워 하는 신맛을 해결하는건 그저 +단맛단맛단맛 만있는건 아니군요 ㅋ
  • 서리 2017.11.08 12:24
    네 뭐,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균형감 있는 신맛인데도 시게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런 분들에겐 연하게 희석해 드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랄까요. ^^
  • 따라빙 2017.12.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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