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커피, 부산을 거닐다 Chapter1

201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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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부산을 거닐다" Chapter 1.


 국내에서 커피로 유명한 지역을 꼽으라면 어디를 떠올리시겠습니까? 아마도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서울,강릉,부산" 정도로 떠올리시지는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이같이 서울 - 강릉 - 부산 등의 지역은 대한민국의 커피 트라이앵글로 불리워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나날이 지역색에 커피색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해운대, 부산국제영화제 BIFF, 자갈치 시장 등이 대표 수식어였던 부산은 이제 커피라는 수식을 하나 더 추가해가는 빼놓을 수 없는 커피 명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산이 커피로 유명해진 이유는 단지 즐비한 커피숍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직접 접한 바로는 아마도 부산의 커피는 그 고유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질 만큼 재미있고 개성깊은 커피 문화들이 스며있었습니다. 전세계의 커피 얼리어들의 미각을 일깨우는 커피의 제3 물결(3rd Wave)이 부산 스타일로 차용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지난 10월 28일, 부산에 위치한 호텔농심에서 개최된 세계적인 커피긱들의 행사인 탬퍼탠트럼(Tamper Tantrum) 아시아투어가 부산에서 개최된 것 또한 이런 흐름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 블랙워터이슈 취재팀도 부산을 대하는 마음은 사뭇 달랐는데, 커피의 예술과 문화가 집약된 부산이라는 도시에 커피로 정점을 찍고 싶으신 분들에게 저희의 스케치가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1. MOMOS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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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지도 낯설지도 않은 골목, 모모스 커피


세월을 느끼게 하는 고목 대문은 세월의 흔적을 짐작케 합니다. 모모스 커피가 처음 문을 열은 것은 2007년. 지금의 테이크 아웃 카운터로 사용되는 4평 남짓의 작은 숍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로스터로 성장했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커피긱들의 라이브 토크쇼인 Tamper Tantrum 2014 Asia Tour를 국내에 유치하면서 카페가 아닌 커피 컴퍼니로써의 본격적인 행보에 힘을 싣기도 했습니다.


모모스 커피의 역사는 8년 남짓이지만 그 이야기 뒤에는 많은 스텝들이 있었습니다. 카페뿐 아니라 로스팅, 베이킹, 아카데미까지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201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생두 무역에 뛰어들면서 다이렉트 트레이드(Direct Trade)까지 비지니스 스펙트럼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많은 로스터에서도 쉽게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상당한 도전정신이 필요한 비지니스 모델이란 점을 생각하면 당시의 시도는 개척정신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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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 커피의 에스프레소 블렌드는 프루티 봉봉과 에스 쇼콜라라는 블렌드입니다. 과일의 산미를 연상시키는 프루티 봉봉과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에스 쇼콜라는 모모스를 대표하는 블렌드로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커피가 가진 다양한 플레이버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무게를 두며 다양한 취향의 기호를 만족시킵니다. 에스프레소의 경우 라심발리 M100 을 사용하지만 당시 머신 정비로 인해 라마르조코 GB5 3그룹 에스프레소 머신로 추출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매칭되어 메져 로버(Mazzer Robur) 일렉트로닉, 콤팍 K8 Fresh 버 그라인더가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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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정면에서 보이는 브루잉 바(Brewing Bar)에는 메저 로얄 커피 그라인더와 BUNN社의 트라이펙타가 보입니다. 트라이펙타는 Stirring(저어주기)과 Extraction(추출)를 공기를 통해 실행합니다. 프로그래밍된 공기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의 비교할만한 에어로프레스와는 다르게 보다 일관된 압력을 구사하게 되죠. 물론 가격과 바리스타의 손맛?때문에 에어로프레스를 선택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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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안캅(Ancap) 라떼잔과 소서에 담깁니다. 조밀한 밀크폼과 잘 그려진 하트가 보는 맛을 선사합니다. 카라멜의 단맛과 우유의 고소함, 깨끗한 후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ADD. 873-98, Bugok 4-dong, Geumjeong-gu, Busan, Korea

TEL.051-512-7034

Web.www.momos.co.kr




2. URBAN 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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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쇼핑몰입니다. 부산의 정겨운 골목길보다는 압구정 로데오를 연상시키는 부산 센텀시티에는 얼핏 서울의 강남처럼 스페셜티 커피를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 전점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가는 어반팟(Urbanpot) 덕분에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칩니다. 원두구독(Subscription)이라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이 국내의 글로시박스나 미미박스라는 화장품 서브스크립션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커피, 특히나 Specialty Coffee라는 컨셉을 가진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어반팟이 유일한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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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에서는 내놓라하는 커피로스터들(밀로커피, 테라로사 등)의 커피가 사실 대중들 깊숙히 침투하긴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카페라는 공간의 인식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곳이라기 보다는 대중간 소통이 중요시되는 공간이기에 새로운 소통의 창구가 필요했죠. 커피를 찾는 대중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공간은 식료품 체인이란 점은 해외의 대형 몰에 입점한 원두 마켓들의 사례로 미리 검증되기도 했습니다. 어반팟이 대형 마켓에 입점한 사실은 어찌보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원두 대중화의 시발점은 아닌가 싶습니다. 원두커피 대중화의 목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전략이기도 하겠군요.


ADD. 신세계 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B1 푸드마켓



3. RBH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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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ster, Barista, Humans

부산 송정 해수욕장에 위치한 RBH 커피는 카페라기보다는 로스팅 컴퍼니입니다. 이번 WCCK(World Coffee Championship of Korea) 본선에서 인상적인 시연을 펼쳤던 배준 바리스타가 근무하는 로스터리입니다. 

송정 해수욕장 뒷거리를 거닐다보면 RBH만의 시그니쳐 컬러인 톤다운된 네이비 바탕의 RBH 로고가 눈에 띕니다. 다크 로스트와 미디움 로스트를 선택하여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Dr.0(Dark Roast)와 Mr.5(Medium Roast) 두가지 블렌드가 마련됩니다. 베리에이션 메뉴에 특화된 Dr.0와 오렌지 톤의 산미를 담고 있는 Mr.5는 송정의 넓은 바다에 모든 것을 던지고 온 소비자들의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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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H 커피의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는 최근 킨텍스에서 개최된 WCCK(World Coffee Championship of Korea) 공식 머신으로 활약한 라심발리 M100 2그룹과 올해 SCAA(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 EVENT 전시에서 첫 선을 보인 콤팍 커피 그라인더의 신모델 Essencial입니다. 분쇄도 조절 디스크의 디테일한 조절이 가능한 모델로 화이트 색상의 바디가 한 몸처럼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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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H 커피의 콜드브루를 주문했습니다. 찬물에 우려낸 콜드브루(Cold Brew)의 백미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압 온수로 추출되는 도톰한 질감의 커피 오일들이 없어 담백하지만 커피의 개성을 은은히 담아낸 매력이 돋보입니다. 최근 국내에도 기존의 더치커피가 아닌 콜드브루(Cold Brew)의 바람이 불어들고 있습니다. 미국 위주의 스페셜티 커피 마켓에선 제품화된 콜드 브루 음료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죠. 추측하건데 내년 섬머시즌 정도에도 국내 다양한 콜드 브루 커피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RBH의 로스팅룸에는 프로밧 25kg의 대형 로스터기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RBH 의 납품량은 부산 로컬에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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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1F, 436-5, Songjeong-dong, Haeundae-gu, Busan, Korea

Tel. 070-7526-7115

Webhttp://www.rbhcoffee.com/




4. COFFEEA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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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부근의 거리에는 수많은 커피숍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 좋은 커피로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비단 커피어웨이크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어떤 스페셜티 커피숍이라도 매체에서 가끔씩 튀어나오는 커피 가격에 대한 근거없는 낭설에 자유롭지는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커피 계몽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커피어웨이크 역시 부산대 거리 곳곳에 위치한 카페 가운데 하나이지만 양질의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작지만 알찬 느낌의 커피어웨이크는 최근 커피 인더스트리에서 가장 핫한 머신이기도 한 라마르조코의 스트라다 MP 에스프레소 머신과 다양한 커피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물론 머신과 그라인더로 숍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숍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느낌은 어느 정도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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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말코닉社의 EK43 커피 그라인더, 메져 코니, 말코닉 K30 트윈 커피그라인더, 마지막으로 라마르조코 스트라다 MP>


커피어웨이크의 에스프레소는 3종의 블렌드의 개성에 따라 다른 그라인더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용 그라인더에서도 기호차와 추구하는 커피의 방향성, 커피의 향미, 단맛, 바디 중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지에 따라 커피 그라인더의 선택은 달라집니다. 흔히 코니컬(Conical)이라 불리는 맷돌 모양의 원추형 Burr를 가진 메져 코니는 이탈리아 Mazzer社의 스테디셀러인 메져 로버 모델보다 날 사이즈가 조금 작은 모델입니다. 3종의 블렌드를 사용하는만큼 러쉬타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코니 모델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브루잉 커피(Brewing Coffee)의 경우에는 작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이후 맷퍼거(Matt Perger, 호주 바리스타 챔피언, 준우승)가 사용한 말코닉 EK43 커피 그라인더로 갈아냅니다. 98mm의 대형 Burr를 장착한 모델로 균일한 크기의 분쇄가 가능한 모델로 알려진 그라인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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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커피 기행에서 처음 시도하는 브루잉 커피입니다.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를 에스프로 프레스로 추출한 커피로 플로럴한 향에 몽글몽글 올라오는 바디가 입안 전체를 돌돌 감싸고 여운을 남깁니다.


ADD. 425-2, Jangjeon 2-dong, Geumjeong-gu, Busan, Korea

Tel. 051-517-5721

Webhttp://www.coffeeawake.com/




5. FM COFFE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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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포동 카페거리는 서울의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부산의 트렌드세터들이 식상한 프랜차이즈보다 아티장들의 다양한 손길을 경험할 수 있는 거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FM 커피하우스는 이미 전포동이 카페거리로 거듭나기 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로스터리입니다.

작은 매장의 규모로 인해 단골 고객들과 외부지역 커피 투어 고객들이 대부분인 대다수의 손님들은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커피를 보다 진지하게 접근하는 FM 커피하우스만의 철학으로 느리지만 인상적인 맛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카페이기도 합니다. 최근 퓨어골드라는 프로젝트로 국내에서 보기 힘든 과테말라 인헤르토 게이샤 커피를 싱글컵으로 선보였던 FM 커피하우스는 최근 더 다양한 채널로 소비자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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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 FB80 모델이며, 최근 입고된 말코닉 EKK43 커피 그라인더가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데 사용됩니다. 커피의 개성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그라인더로 유명한 말코닉 EKK43(EK43이 2개 붙어있는 형태)을 사용하여 싱글 오리진 커피가 가진 플레이버를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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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측면에 위치한 로스팅 공간에서는 프로밧 로스터기가 늦은 밤까지 로스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실험적인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소비자의 미각을 일깨우는 맛으로 이미 전포동 카페거리의 유명 로스터리인 FM 커피하우스의 커피는 곧 온라인에서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DD. 685-11, Jeonpo 1-dong, Busanjin-gu, Busan, Korea

Tel. 051-803-0926




6. BLACKUP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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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의 번화한 거리에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블랙업 커피는 그 입구에서부터 젊은 감각을 느끼게 하는 스페셜티 커피로스터입니다. 투명한 전면 유리에서는 바리스타의 능숙한 동선을 감상할 수 있는 시야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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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업 커피 1층의 모습, 라마르조코 리네아 에스프레소 머신과, 콤팍 그라인더>


 테이크아웃과 원두구매는 1층에서 이뤄지며, 2층에서는 보다 넓은 에스프레소 바가 위치해 있습니다. 특히나 2층 테라스에 위치한 좌석들은 뜨거운 여름날 선선한 부산의 밤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부산의 커피팬들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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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업 커피 2층에는 맷(Matt)블랙 색상의 라마르조코 스트라다가 위치해있으며 콤팍, 메져 등 다양한 그라인더로 커피의 개성을 보다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커피 기물들이 즐비합니다. 바 구조와 동선 등이 인상적입니다. 아카데미의 역할로도 손색없을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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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업 커피의 시그니처 블렌드인 네로쥬시 '노멀 데이(Normal Day)' 블렌드입니다. 허니 프로세싱의 커피가 블렌드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오렌지 톤의 산미가 입안을 상쾌하게 감싸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근래에 마셨던 에스프레소 가운데 오렌지톤의 표현이 가장 좋았던 커피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ADD. 168-152, Bujeon 2-dong, Busanjin-gu, Busan, Korea

Tel. 070-4248-4952

Web. http://www.blackupcoffee.com/


신구가 공존하며 미식가들이 발길을 멈출 수 없도록 만드는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부산의 거리. 이에 더해지는 개성있는 로스터와 카페의 훌륭한 커피들은 부산을 또 하나의 명소로 만들고 있습니다. 커피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커피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의 걸음을 재촉하게 만드는 부산 커피인들의 노력이 다시금 발길이 닿을 때까지 어떤 모습으로 변모되어 있을지 더욱 기대가 되는 여행이었습니다.

하루 일정에 부랴부랴 서면을 통과하는 부산 메트로 1호선 동선에 맞추느라 더 많은 로스터리들을 들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아쉬움이 사라지기 전에 한번 더 시간을 내어 부산을 들러봐야겠습니다. 다시 커피로 부산을 거닐 그 날을 기다리며, 아쉬운 마음은 부산의 넓디 넓은 바다에 던져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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