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컬럼 정보

추출에 대한 각기 다른 시선 ― 엔지니어, 바리스타, 로스터

2017-03-28  


외부 기고자 배준호 - FourB 로스터
원문출처 http://blog.naver.com/cconsumers/220966360334


추출에 대한 각기 다른 시선 ― 엔지니어, 바리스타, 로스터




커피를 알게 된 이후 온갖 경험과 자료들이 나의 커피를 매개로 한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어찌되었든쏟아지는 정보들로 인해 충족되지 않았던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항상 사람은 짧은 시간에 갖는 결론을 단정지으면 안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오늘은 지난 자료들을 천천히 되새김 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바로 추출에 미칠 수 있는 수 많은 변수에 대한 이야기 중에 하나이다. 먼저 매우 주관적인 시선으로 다룬 내용일 수 있으니, 처음 접근해서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단순히 '참고'로만 받아들일 수 있기를 원한다. 커피에는 정답은 없으므로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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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추출과정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포터필터의 추출 영상을 담았던 장면 일부를 캡쳐한 사진이다. 담겨있던 커피 파우더는 추출이 시작되고 잠깐 그룹헤드 쪽으로 뜨더니, 다시 강하게 바닥을 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고 그 어떤 부분에서도 옳고 틀렸다고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위의 영상 하나만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엔지니어), 추출자(바리스타), 생산자(로스터)가 매우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 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된다. 하나의 현상으로 매우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각 주변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물론 해석의 차이다.


엔지니어1 : 일부 레버형 머신에서 관찰되는 현상. 레버로 인해 퍽이 함께 올라갈 수 있고 추출이 시작되면서 압력이 전달되어 퍽을 강하게 내리친다. 템핑의 강도가 낮으면 채널링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좀 이상한 구석이 많다. 보통 저렇게 커피퍽이 공중에 뜰려면 정말 적은 커피 파우더를 사용해야 한다.

엔지니어2 : 어떤 특수한 머신을 따로 제작한 것 같다. 보통 이런 형태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혹시나 이런 현상이 나온다면, 나는 '솔로노이드 벨브의 압축화'를 의심해본다. 가스가 빠져나가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머신에서 추출이 시작되고 벨브에 전기가 들어가면 챔버를 비롯한 소공간이 진공 압축화 되면서 퍽이 함께 빨려 올라오고 유압이 들어오며 공간은 다시 안착화 된다. 요즘처럼 가스가 빠져나갈 공간을 만들어둔 머신에선 쉽지 않은 현상이긴 하다. 너무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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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실무에서 이러한 부분을 추적하는 내용들이다. 나를 포함한 주관적인 내용이 실려있다. 역시나 추출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필자인 나처럼 생두와 원두의 시선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충분히 다르게 해석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리스타1 :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유는 한국의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이 헤드 스페이스(커피 퍽과 그룹헤드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영상처럼 퍽이 올라갈 공간조차도 확보하지 않는 추출자가 대다수며, 추출되면 갈린 원두의 가스가 빠져나갈 공간조차 있지 않기 때문에 과소 추출될 조건이 충족된다. 바스켓 사이즈와 도징 성향에 너무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여튼, 위의 영상에서 추적하건데 딱히 저런 추출을 선호하는 경우가 아니면 조금은 비현실적인 자료임엔 틀림없다.

바리스타2 : 나는 이 영상은 9bar의 펌프압이 갑자기 커피퍽에 전해지면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인퓨전(Infusion, 커피를 천천히 우려내는)시스템을 선호하여 커피퍽의 가스를 충분히 제거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템핑 강도(Temping Power)와 레벨링(Leveling)의 절차를 더욱 견고하게 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퓨전으로 커피가 천천히 부풀어 올라야 균일하게 추출할 수 있으며, 그 또한 너무 지속되면 가스가 베어나온 공간으로 균열이 생겨 채널링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퓨전이 선호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인퓨전이 있는 머신에 템핑을 하지 않은 포터필터를 추출해보면 알 수 있다. 채널링은 발생하지 않는다. 과소 추출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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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터1 : 나는 일단 위에 생산된 커피의 배전도 포인트를 알고 싶다. 이유인 즉슨 Gas와 연관이 많을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커피퍽이 잠깐 들렸던 궁극적인 추적은 '가스가 빠져나갈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커피란 것은 생두에서 원두가 되면서 이산화탄소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생산물이다. 그럼에도 추출에 이뤄지면서 발생하는 Gas는 로스팅을 얼마나 진행했는가에 많은 영향을 가지고 있다. 영상의 원두는 볶은지 얼마되지 않는 중배전 이상의 커피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커피퍽이 공중에 뜰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다.

로스터2 : Degassing(디개싱, 탈기, 에이징)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로스팅 한지 얼마 되지 않는 원두는 가스의 방해가 이뤄지고, 가스를 가진 상태에서 추출이 시작되면 포터필터 내에서 와류가 이뤄진다. 쉽게 말해 가스의 양이 많아 갈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커피퍽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함께 바스켓을 통과해서 콸콸 추출되는 과소가 될 수 있고, 이내 빠져나가지 못한 가스는 커피퍽의 밀도를 헤집고 채널링(Channeling)을 발생시킬 것이다. Bar에선 이러한 부분을 완충하기 위해, 충분히 관찰된 소비 타이밍을 측정하고 커피를 강제로 탈기 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론 호버를 열어둔다거나 미토스원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유저라면 온열챔버에서 강제 에이징 탈기 시키는 방법 등으로 노력해주길 바란다. 추출과 로스팅은 다른 부서이고 이를 존중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위의 피드백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충분히 내놓은 의견과 그들의 해석 방법이다. 이렇듯, 누드 포터필터의 추출로 여러가지 시선을 곁들일 수 있었고 타인이 보지 못했던 점들까지 밀도있게 생각 할 수 있었다. 커피라는 것은 너무나 많은 변수를 가지고고 있다. 매일 일관된 맛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커피고 이것 때문에 우리는 고뇌하며 커피를 다루는 게 아닌가 싶다. 주제와 달리 하고 싶은 결론은 '각자의 노력 하에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공부하고 고민,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로스터들과 바리스타의 갈등이 점점 붉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참고로 현재 우린 아니다. 이들이 인간적으로 실수하는 부분이 아니라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변수와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러면 분명 자신은 성장해 있다. 1년 전에 봤던 이 영상을 더욱 밀도있게 추적했던 나와 우리 팀처럼 말이다.



읽어봄직한 연관글카페 창업 가이드 ― 중저 예산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들






배준호   Roaster, Fou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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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 & 최대 온라인 커피 미디어 시장을 연 블랙워터이슈는 2012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기반으로 국내, 외 업계 전반에 대한 뉴스와 칼럼, 교육 정보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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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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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

2017-03-28 12:58  #237031

영상이 아닌 캡쳐 사진만으로는 정확히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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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hyeon

2017-03-29 12:12  #237316

@꼴통님
http://blog.naver.com/cconsumers/220574113436 영상링크 첨부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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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uyễnQuangDuy

2017-03-29 09:46  #237237

i think you should make a clip, it's difficult to imagine what happen exac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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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Lee

2017-03-30 15:11  #237700

역할에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좋은 이야기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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