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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디벨롭된 라이트 로스팅의 유용성에 대한 실험과 평가




호주 내 라이트 로스팅의 배경

호주는 전통적으로 밀크 커피가 강세인 나라 중 한 곳입니다. 플랫 화이트(flat white)로 대표될 수 있는 호주의 밀크 커피 메뉴는 대부분의 카페에서 커피 매출의 약 8~90%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스페셜티 커피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 에스프레소나 롱 블랙(long black) 등 에스프레소 기반의 메뉴 뿐만 아니라 푸어 오버(pour over), 배치 브루(batch brew) 등의 필터 커피가 인기를 얻어 일부 매장에서는 블랙 커피의 비중이 20%를 넘기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로스터로 근무하고 있는 시드니 시내 중심에 위치한 놈코어 커피 로스터스(Normcore Coffee Roasters)에서는 블랙커피의 비중이 35~40% 를 차지하고 있는데, 밀크 커피에 익숙한 호주 소비자들, 특히 보수적인 시드니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블랙 커피를 즐기게끔 하였는지 또 이것이 기술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떠하였는지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호주 커피시장에서 라이트 로스팅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통적으로 인기있던 로스팅 정도는 미디움 혹은 미디움-라이트 였습니다. 커피의 신 맛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당시 호주 일반인의 특성상 커피 로스터들은 적당히 진하고 풍부한 맛의 커피를 제공해왔습니다.

2012~2013년을 즈음하여 호주 커피 시장에서는 라이트 로스팅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호주 스페셜티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멜번의 회사들, 세븐 시즈(Seven Seeds Specialty Coffee), 프라우드 매리(Proud Mary Coffee), 시드니의 메카(Mecca Coffee), 싱글 오(Single O) 등의 회사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필터 커피용 원두와 에스프레소용 원두를 아주 라이트하게 로스팅하여 판매했습니다. 혹자들은 이를 두고 잘 익지 않았다(under developed), 풀내가 난다 하며 비판하였지만 금새 이는 호주 전역에 트렌드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라이트 로스팅을 두고 서로 간의 이견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라이트 로스팅으로는 에스프레소를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추출 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존에 해오던 농도가 높고 진한, 무거운 에스프레소의 플레이버를 라이트 로스팅으로는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었죠. 따라서 에스프레소의 추출 트렌드 자체가 바뀌게 되는데, 약 1:2~1:3에 이르는 E.B.R(Espresso Brew Ratio)로 전에 하던 스타일에 비해서 상당히 가볍고 마시기 쉬운 방식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는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않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그들로 하여금 에스프레소를 마시게 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에스프레소가 많이 전파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커피의 신맛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대형 커피회사가 아닌 소규모 마이크로 로스터리들에서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름하여 옴니 로스트(Omni-roast). 한 가지 프로파일로 에스프레소와 필터 커피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라이트 로스팅 프로파일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반반이었습니다. 소규모 비지니스 특성상 원두의 재고 관리나 퀄리티 컨트롤에는 유리했지만 필터로 내리기에는 너무 무겁고 에스프레소로 내리기엔 너무 가볍다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옴니 로스트를 시도했던 많은 마이크로 로스터들이 다시 필터 로스트와 에스프레소 로스트를 나눠서 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잘 디벨롭된 라이트 로스팅으로의 접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하는 것과 필터 커피의 추출 환경은 다를 수 밖에 없지만, 기본적으로 추출에 적용되는 원리들은 같기 때문에 따로 로스팅을 해야하는 수고로움을 잘 디벨롭된 라이트 로스팅으로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옴니 로스트가 추구해온, 시도해 온 방향하고 같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옴니 로스트를 해오던 업체들의 프로파일을 비교 분석해보면, 필터용으로 쓰기엔 살짝 높고, 에스프레소로 쓰기엔 살짝 낮은 온도, 필터용으로 쓰기엔 조금 길고 에스프레소에는 조금 짧은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말 그대로 에스프레소용과 필터용의 중간 온도, 중간 시간으로 맞춰둔 것이었습니다. 이는 결국 에스프레소와 필터 모두의 컵 퀄리티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내게 된 것입니다. (이는 에디터 본인의 견해일 뿐, 다른 분들은 다른 견해를 가지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말 좋은 퀄리티의 원두들을 선보인 업체도 많았고 잊지 못할 맛있었던 커피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잘 디벨롭된 라이트 로스팅에는 어떤 조건들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두 가지 변수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i) 온도
ii) 메일라드 반응이 시작되는 점으로부터 배출까지가 전체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편의상 MER 이라 하겠습니다 - Maillard period to End Ratio)

여기서 온도는 원두 전체의 플레이버 특징을 결정합니다. 빈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서 커피가 가진 성분들의 변화와 증발의 진행이 달라지게 되고 이는 결국 커피의 플레이버 스펙트럼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커피가 가진 컴플렉스한 플레이버들을 에스프레소와 필터 모두 잘 발현시키기 위해 아주 낮은 온도(204)로 배출온도를 설정하였습니다.(당시 사용했던 W15 기준으로 1차 크랙은 200도에 발생)

그리고 라이트 로스팅에서 언더 디벨롭 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떫은 맛과 드라이함, 풀내음을 방지하기 위해 MER을 40% 내외로 설정하여 화력 조절을 진행하였습니다.(DTR은 16% 내외)


첫번째 시도들과 결과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파일로 호주 내 메이져 대회들 - 바리스타 챔피언십, 브루어스 컵, 골든 빈 로스터 컴페티션 - 에 적용해보게 되었습니다. 적용 첫 해인 2016년에는 같은 프로파일로 로스팅한 파나마 하시엔다 돈 훌리안 농장의 워시드 파카마라로 브루어스컵 2등과 골든 빈 에스프레소 부문 동메달, 바리스타 챔피언십 6위 입상을 획득했습니다. 대회를 통해 심사위원 분들에게 들었던 피드백은
 
i) 에스프레소가 너무 브라이트해서 전체 테이스트 밸런스가 한 쪽으로 치우쳤다(바리스타 챔피언십)
ii) 필터가 정말 달고 훌륭한 바디를 지녔지만 컴플렉스한 캐릭터가 아쉬웠다(브루어스컵)
는 의견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커피의 산지와는 관계없이 에스프레소는 다소 브라이트함이 남아있고, 필터는 다소 밋밋하다는 의견이 매장(놈코어 커피 로스터스)에 오시는 고객분들과 납품처에서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재시도와 결과
지난 시도의 절반의 성공을 보완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라이트 로스팅을 보여주었던 여러 군데의 커피들(Coffee Collective - Denmark, Tim Wendlboe - Norway, Artificer Specialty Coffee, Sample Coffee - Australia, 메쉬 커피, 커피 앰비언스 - 한국)을 샘플링 하고 또 동시에 2018년도 브루어스컵을 준비하며 새로운 시도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프로파일의 1차 수정을 하게 되는데 에스프레소 추출시 생겨날 수 있는 브라이트함을 보완하기 위해서 온도를 204도에서 205도로 1도 상승.(하지만 색상의 변화는 아그트론 수치로 1 내외로 정도로 크지 않았습니다.) 컴플렉스한 플레이버를 보완하기 위해서 DTR을 기존 16% 에서 8%로 낮추었고 MER은 40% 내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지난 호주 중부지역 브루어스컵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 가지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크랙 직전 짧은 시간동안 램핑업을 통해 공기의 온도를 더 올려주어 크랙 이후 디벨롭에서 가스화력의 사용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기존 프로파일은 160도부터 시작하여 매 10도마다 단계별로 램핑 다운을 하게 설계되어있었지만 이 새로운 방법은 램핑 다운을 통해 모멘텀을 낮춰주지만 잠깐의 램핑 업을 통하여 공기 온도를 높여 크랙 발생 시 공기 온도가 떨어지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어 더 짧은 DTR에도 충분한 열량이 빈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방법입니다.(이자리를 빌어 아이디어와 실제적인 도움을 주셨던 커피 앰비언스 윤형원 대표님과 뉴웨이브 로스터스 유승권 로스터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방법으로 로스팅한 빈을 가지고 호주 중부지역 브루어스컵을 우승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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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프로파일을 호주 내 최대 로스팅 대회인 골든 빈 로스터 컴페티션에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용했던 커피는 한국 돈으로 약 1키로당 1만원 정도 하는 에티오피아 구지 레드 내추럴이었습니다.

이 커피는 매장에서 계속 사용하던 빈으로 크게 눈에 띄는 컴플렉스한 캐릭터는 없지만 단맛과 바디가 좋은 커피 입니다.(사샤 세스틱의 프로젝트 오리진에서 수입) 골든 빈 대회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드리자면, 매년 호주와 뉴질랜드의 150~200여개의 커피 로스터들이 1,500개가 넘는 원두 제품을 출품하여 오직 블라인드 테스트로만 심사하는 대회로 에스프레소, 밀크 베이스, 필터,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 프랜차이즈 등 총 10개의 카테고리에 맞추어 심사 후 결과를 발표하는 대회입니다.

올해는 11월 21일부터 25일까지 호주 NSW 주에 있는 Rydges Port Macquarie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파일을 시도해보기 위해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와 푸어 오버 필터, 두 개의 카테고리에 출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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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토요일(25일), 두 카테고리 모두에서 은메달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파일로 다양한 커피를 로스팅하여 매장에서는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와 롱 블랙은 기본이고, 필터 커피, 콜드 브루에 사용중이고 고객의 요청시 추출 파라메터를 다르게 적용하여 싱글 오리진 밀크 커피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밀크 커피에서도 커피의 플레이버가 우유에 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음은 40% 이상의 MER과 열량 공급의 조절을 통한 전체 로스팅 시간의 컨트롤로 원두의 solubility를 높여준 것이 잘 작동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개의 배치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음은 저희같은 마이크로 로스터들에게는 고객에게 스페셜티 커피의 다양한 플레이버와 가치를 전달 할 수 있는 큰 무기를 준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보완할 부분들

매장에서 사용하는 정말 너무나도 일반적인 빈을 가지고 다른 유수의 업체들이 출품한 게이샤 등의 고가의 커피들과 겨루어 두 카테고리 모두에서 은메달을 거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하는 결과입니다만 이 프로파일이 다른 커피들에도 항상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게서도 기타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홍찬호 바리스타의 COFFEE BREWING SERIES

#1 드리퍼 재질에 따른 차이

#2 블루밍(뜸들이기) 물의 양과 시간에 따른 차이

#3 교반(agitation)


 


Chanho HongEditor of Black Water Issue

Award for Barista Competitions

  • 2017 World Brewers Cup Australian National 3rd Place
  • 2017 World Brewers Cup Australian Central Regional 1st Runner Up
  • 2017 World Barista Championship Australian Central Regional 6th Place
  • 2016 World Barista Championship Australian Central Regional 5th Place
  • 2015 World Barista Championship NSW(AU) Regional 3rd Place
  • 2015 World Brewers Cup Championship NSW(AU) Regional 4th Place
  • 2014 World Brewers Cup Championship Korean National 3rd Place

Award for Roasting Competitions

  • 2016 Australian Golden Bean Award Bronze Medal for Single Origin Espresso
  • 2015 Australian Golden Bean Award Two Bronze Medals for Single Origin Espresso and Pour Over Filter
  • 2014 Australian Golden Bean Award Silver Medal for Espresso Blend

Competition Coaching/Training

  • 2017 Australian Aeropress Championship 2nd Place
  • 2017 World Cup Tasters Championship Australian National Champion
  • 2017 World Brewers Cup Australian National 4th Place
  • 2017 World Brewers Cup Australian National Competitors(3 people, Open Heat)
  • 2017 World Brewers Cup Australian Central Regional Competitors(2 people)
  • 2016 World Brewers Cup Australian Central Regional Competitor(1 person)
  • 2015 World Barista Championship Australian National Competitor(Open Heat)
  • 2015 World Barista Championship NSW(AU) Regional Champ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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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웅2 +

정말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혹시 한국에 라이트로스팅 지향하는 곳 몇군데 알 수 잇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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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환 + | 추천: 1   비추천: 0

정확히 카페는 아니지만 로스팅위주로 운영되며, 커피도 판매합니다. 시그니쳐 로스터스 라고 있는데, 원두별로 필터커피, 시그니쳐 음료도 있어요.
 전반적으로 원두 로스팅들이 라이트하고 섬세한 플레이버 컨트롤을 중요시하는것처럼 보였습니다. 실제로도 인터뷰때 라이트 로스팅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보이시고..
 젊은 로스터분이 운영하시는데 대회우승 경력이 여럿있어서 한번쯤 가볼만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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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win +

잘읽었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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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g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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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환 +

좋은글입니다! 근데 그 램핑업 부분이 제 머리속에서 정리가 안되어서요!
 원래는 160지점부터 램핑다운을 하려는 계획이였는데 오히려 잠깐 내부 온도를 올리고 다시 내렸다는 말씀이신가요? 이해가 안되서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진짜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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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호 + | 추천: 1   비추천: 0

초기 프로파일 상에서 램핑다운의 설계는 165도-175도-185도-195도 로 진행하였으나, 커브들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185도에서 화력을 내렸다가 190도에 올려서 198도를 지나며 화력 공급을 중단하는 프로파일로 변형되었습니다. :) 큰 맥락에서보면 165도 이후로 지속적으로 화력이 감소되고있기에 모멘텀은 점진적으로 내려가게 되지만 잠깐의 화력 상승으로 인해 공기의 온도가 내려가는 속도가 느려지는걸 활용한 프로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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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u +

정말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크랙전 램핑업으로  지속력을 늘려주는 건 정말 새삼 잘읽고갑니다.
혹 궁금한게 이프로파일에서 말씀하시는 메일라드 반응은
시작점을 어떻게 확인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직공부중이라 이해력이 부족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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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워터보이 +

jinu 님 20 포인트 획득 하셨습니다. 많은 활동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