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친절(kindness)을 유지하기 위해

BW최고관리자 2018.08.30 09:30:08 참조: 외부 기고자: 배준호 로스터, 업사이드 커피 로스터 원문출처: https://m.blog.naver.com/cconsumers/221268189549 cover: b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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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kindness)을 유지하기 위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떤 특정한 상황과 누군가에게 느꼈던 소감을 글에 담는 것이 아님을 미리 알린다. '사람의 태도'에 대한 경험을 다루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지만, 필연적으로 서비스업에서 종사하다 보면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주제가 아닐까 한다. 그것은 바로 「친절함」이다.

친절함. 구인 글을 보게 되거나 조직의 오너(혹은 리더)와 면접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덕목일 것이다. '누구누구 씨는 친절하십니까, 밝게 웃을 수 있는 친절함, 미소가 밝은 사람 등' 많은 오너들은 친절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간단하다. 친절한 사람에 누구나 이끌리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업에서 친절함 없이는 누구에게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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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필자는 결코 친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비자와 눈을 마주치면 피하기 바빴고 혹여나 일하는 바에서 말이라도 걸면 고슴도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뾰족하게 행동하기에 그지없었다. 아마 관리하는 입장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친절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너는 친절해야 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가. 나는 괜찮고 너는 안되고.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너무 잘못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렇게 오너가 되어 보니, 과거의 나의 모습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은 비교적 친절한 태도를 가질 수 있는 나를 돌이켜 보면서 어떤 과정을 통해 친절함을 배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친절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는 내가 처한 환경의 차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꼭 내가 오너가 되었기 때문에 친절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바리스타를 시작했을 때의 경험이 떠오른다. 매장 오픈 준비를 하고 있으면 익숙한 단골들이 안부를 물으며 매장으로 들어오곤 했다. 익숙한 단골들은 오전 근무 중에도 고작 3-5명 정도가 끝이었다. 하지만 즐겁고 성취감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매우 바쁜 매장으로 이직하게 되었고 커피와 관련된 밀도 높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커피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은 친절함과 반비례하듯 사라지고 있었다. 단골의 이름조차 외우지 못했고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과중된 일이 나를 억눌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고객들에게 나의 모습은 어떠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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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바리스타들이 이 업에서 '친절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커피만 맛있으면 돼, 인테리어가 좋으니까 괜찮아, 커피값을 지불하고 공간을 빌리는 것인데 굳이 친절할 필요가 있을까, 등가교환인데 왜 굳이 과하게 친절할 필요가 있을까 등등 정말 많은 고민을 품어 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결국 자기 합리화 아닐까. 단순한 거래라는 개념을 통해 커피를 기계적으로 제공하게 되면 사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을 필요가 없다.(자판기도 기계적인 제공을 한다.) 어쩌면 오너들 가운데 자판기가 불친절한 바리스타보다는 나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계실 것이다.하지만 바리스타는 전문직임에 앞서 '서비스'를 한다는 의미에서 BAR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잊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이 일을 1-2년쯤하고 있는 경력자들에게는 서비스업의 무게로 친절함을 배양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적게는 6시간, 많게는 12시간의 근무가 끝나고 집으로 몸을 옮기게 되면 또 눈만 붙이고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된다. 한 가지 방법은 반복되는 일과를 통해 기계적이 되어가고, 컨디션이 떨어져 갈때,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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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 자신이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지속 가능한 취미와 스트레스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다. 독서, 사색, 게임, 여행, 카페 탐방. 그 모든 방법이면 상관없다. 대신 조건은 '자신의 심신을 회복해야 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단순히 스트레스를 푸는 것과 자신이 새 힘을 얻고 회복되는 것은 다르다. 또 한가지는 자주 거울을 보는 것이다. 일부러 불친절한 곳이나 친절한 곳을 찾아가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무표정보단 진심어린 미소가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선천적으로 친절한 사람이 있다고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다. 사람에겐 정해진 에너지가 있으며 그 에너지를 관리하지 못하면 지친 모습만이 남을 뿐이다. 아마 바쁜 매장에서도 웃으며 친절한 모습들은 자신이 이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취감'에 집중하고 있는 그 사람의 노력과 노하우가아닐까 생각한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우리에게 정해진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보다 오랫동안 에너지를 계속 품고 일할 수 있도록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기 바란다. 혹시나 자신의 모습을 잃을 정도로 바쁜 삶에 지쳐 있다면, 잠깐 사직서를 내고 멈춰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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