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푸크힛 14.09.19. 02:14
댓글 8 조회 수 925

어느날 갑자기 집에 도착한 택배. 앤트러사이트에서 온 택배였습니다. 저번에 사이트 오픈 기념 이벤트로 커피를 한번 얻어먹은 전적이 있어 멀리서 택배 상자 사이즈만 봐도 '아 앤트러사이트에서 온거구나' 눈치챌 수 있었죠. 그런데 이상합니다. 저는 커피를 시킨 적이 없거든요. 도대체 뭐지 하고 기억을 헤아려보다가

아맞다, 블랙빈이슈 일반인 패널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밀려드는 리뷰의 압박. 

결국 박스는 뜯지도 않다가 다음날 학교를 마치고 나서야 뜯어보았지요. 그리고 저는 지금 야심한 새벽 1시 36분에 이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요새는 일찍일찍 블랙워터이슈닷컴의 트래픽이 터지거든요.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리뷰를 못써요. 그러니까 결국은 지금 써야한답니다. 아, 슬픈 현실. (블랙워터이슈는 당장 서버를 증설하라! 증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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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러사이트의 패키지는 보고 있으면 뭔가 기분이 좋아요. 그냥 라벨을 봉투에 붙이는 게 아니라 상자에다가 붙여놓잖아요. 뭔가 선물 상자를 여는 기분같아요. 공기와 꿈. 뭔가 블렌딩 이름으로는 특이하죠? 앤트러사이트에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블렌딩도 있던데. 그 블렌딩은 어떤 느낌일까요? 왠지 모르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스러울 것만 같아요.


커피, 음료의 기능만을 위한 재료 
라고 단정하기엔 때로는 당신의 삶, 때로는 우리의 감정과 많이 닮아있지 않나요.
마치 공기와 꿈에서 이야기하는 하늘을 본다는 것이 감정과 보는 것의 완벽한 융합체인 것처럼
앤트러사이트의 공기와 꿈이 여러분에게는 즐거움이라는 하나의 감정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아프리카 커피의 장점을 잘 표현한 공기와 꿈은 장미와 살구의 향미를 느낄 수 있는 당밀의 묵직한 바디와
단맛이 어우러진 블랜딩 입니다. - 앤트러사이트 홈페이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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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쪽지의 안쪽에는 블렌딩 된 커피와 간단한 소개가 적혀있어요. 보관통에 걸어놓기 딱이죠. 봉투를 뜯어보니 폭발적으로 달콤한 커피향이 쏟아져나와요.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나긴 하는데 그게 중심이 아니에요. 마냥 밝은 상큼함이 아니라 조금은 정숙하게 상큼한 향이라고도 할까요. html 컬러코드로 치자면 #803232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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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배전도는 높은 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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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슬슬 갈아봐야죠. 저와 함께 4년째 하고있는 마에스트로 코니컬 그라인더입니다. 엄청 험하게 굴려서 중간에 버를 갈아야 할 정도로 써먹은 녀석이죠. 마에스트로는 구조상 내부에 저번에 간 커피가루가 남아있을 수 밖에 없어서 새로운 원두를 갈 때는 탁탁 세게 털어줘야해요. 그런데 어째 호퍼 안에서 망고의 달콤한 향내가 나서 깜짝놀랐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거지? 아무튼,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 가장 가는 메쉬로 갈아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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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도징량은 18g쯤. 프레소(현재는 ROK)에게는 꽤 과한 오버도징이지만 압력이 부족한 수동머신이기 때문에 오버도징을 주로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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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타필터 핸들은 어디갔냐구요? 사실 바텀리스로 개조했다가 손잡이쪽 부분을 너무 가늘게 잘라서 결국은 뚝하고 부러졌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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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소는 추출 구조상 크레마의 손실이 있는데 이렇게 컵을 받쳐주면 크레마가 더 잘나오죠. 물론 다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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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온... 결과물... 그렇습니다, 심하게 망했죠. 테스트 샷이지만 너무 심하게 망했습니다. 그라인딩할 때 클럼핑이 너무 심하다했는데, 습도가 꽤 높았던 모양이에요. 압력이 너무 심하게 걸린 나머지 프레소 실린더에서 퓨슈슈슉하고 물이 새서... 맛은 신맛이 너무 심해서 짠맛으로 느껴질 정도에요. 결국 심기일전해서 다시 도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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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나온 두번째 샷. 어째 타이거스킨이 요상하게 생겼지만 맛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씁쓸하지만 입 안에 꽉찬 바디감이 후미까지 이어져요. 상큼한 분위기가 나긴 하는데, 중후함의 존재감이 더 강해요. 딱 처음 뜯었을 때 나오는 향의 분위기와 똑같아요. 음... 굳이 표현하자면 카카오 80% 초콜렛으로 만든 제주도 백년초 초콜렛같은 분위기에요. (물론 카카오 80%짜리 제주도 초콜릿은 없지만서도)

자, 이렇게 해서 첫날의 리뷰는 이렇게 끝내겠습니다. 왜 Day 1이냐구요? 이 많은 커피를 저 혼자 한 번에 다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식으로 이 블렌딩을 추출해서 날마다 리뷰할 생각이에요. 제가 하루에 마실 커피량도 한정되어있기도 하니까요. 또 한번에 긴 리뷰를 올리기에는 저한테도 한계가 있기도 하고. 그래서 여러 차례 리뷰를 나눠서 올립니다. 이 점 양해부탁드려요.


다음 리뷰 때는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한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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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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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yunKo

2014-09-19 08:59  #61197

맛있는 커피죠~ 저도 푸크힛님의 리뷰를 보고 일전에 마신 공기와 꿈이 생각나서 글을 올려보았네요~
말씀처럼 저도 딱 뜯었을 때의 그 향과 분위기가 마셔도 같아서 너무 좋았네요~ 다음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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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크힛 작성자

2014-09-20 21:44  #61808

@JaehyunKo님
히히 감사합니다! 글 잘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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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cent

2014-09-19 09:01  #61202

앤트러사이트는 멋진 패키지로도 유명하죠^^다음리뷰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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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크힛 작성자

2014-09-20 21:46  #61815

@5cent님
요새 패키징도 유니크한게 많더라구요ㅋㅋ 멋진 패키징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건강 사정상 리뷰는 조금 늦어질 거 같아요... 양해 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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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2014-09-20 07:21  #61647

프레소로 저런 멋진 에스프레소를 뽑기 힘드실텐데 예술입니다. ^^ 마지막 사진은 정말 맛있을거 같은데요?? ! 글을 너무 아기자기하게 써주셔서 보는 내내 미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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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cent

2014-09-20 12:49  #61711

@서리님
그러게요, 맨아랫사진은 gs3로 뽑았다그래도 믿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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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크힛 작성자

2014-09-20 21:47  #61830

@서리님
하하 과찬이십니다. 아기자기하다니 기대한게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리 된거같아요ㅎㅎ 리뷰는 건강사정 상 잠시 커피를 끊어야돼서 좀 늦어질 거 같은데 늦게 올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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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2014-09-21 14:40  #62087

@푸크힛님
네 너무 늦지만 않으신다면 건강이 우선이죠 ^^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으니 천천히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