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리사르 커피 로스터즈, 엘살바도르 라 팔마(El Salvador Finca La P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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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르 커피 패키지에는 커피의 품종 이외에 별 다른 노트가 적혀있지 않습니다. 로스터를 대표하는 늑대 라벨과 홈페이지 주소가 전부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리사르를 소개하려는 설명이 장황하게 적혀저 있더군요. 엘살바도르를 소개하는 판매 페이지에도 이 지역의 분쟁과 아픔을 소개하는 글이 있었습니다. 커피 봉투를 열기전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리사르 로스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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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르 로스터에서 맛볼 커피는 엘 살바도르 라 팔마입니다. 라 팔마는 마이크로랏 커피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농장입니다. 미국의 Verve커피에서도 이 농장의 커피를 수입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생두가 가진 기본적인 능력이 탁월하고, 가격적인 메리트도 좋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은 생두이기도 하죠. 리사르 로스터에서는 이 커피를 어떻게 볶았는지 궁금합니다. 커피의 대락적인 외관을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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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추출법 가이드가 없어 기본적인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V60을 이용한 드립을 해봅니다. 추출은 드립굵기로/30g/93도/450ml/3분의 레시피를 따라봅니다. 날카로운 신맛과 견과류의 느낌이 은은하게 전달되는 부드러운 맛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룹니다. 서서히 식은 커피는 리치 등의 붉은 열대과일의 산미를 연상케 하고요. 전반적으로 발랄한 느낌이 매력적이면서도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출을 하면서도 커피가 참 잘 녹는다는 생각을 했을정도로 로스팅이 잘됐다는 생각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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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 프레스 또한 기본 레시피로 추출을 진행합니다. 드립굵기에 17g/93도/230ml/2분 23초의 추출입니다. 첫 모금을 마셨을땐, 견과류의 은은한 고소함이 입안을 감쌌습니다. 이어 붉은과일의 톡튀는 상큼한 맛이 감돌더군요. 전반적으로 리치와 플럼의 맛이 강하게 느껴젔습니다. 약한 바디와 한뜻한 느낌이 안정적인 밸런스를 이뤘습니다. 커피가 식으면서 질감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단맛과 고소한 맛이 부드럽게 전달되었습니다. 좋은 생두를 잘 볶았단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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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로프레스 추출은 17g/93도/200ml/4분의 레시피를 이용했습니다. 첫 모금은 견과의 느낌과 카카오의 느낌이 강렬하게 전달되었습니다. 끝맛이 살짝 거칠어 아쉽긴하지만 전반적으론 흠잡을데 없이 맛있습니다. 리치와 과일맛, 카카오, 캬라멜등의 복합적인 풍미도 느껴집니다. 식어도 이 맛들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밸런스를 유지합니다.

 

리사르커피의 엘살바도르는 근래 마신 커피들 중에서 기억에 남을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커피의 개성이 잘 드러났을뿐더러 어떤 추출에도 장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커피에서 선사하는 복합적인 맛도 서로 연관성이 있는 맛들이 조화를 이루어 밸런스 측면에서도 단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리사르 커피를 접하면서 아쉬운 점이있다면 커피에대한 접근성 입니다. 단순한 패키지도 좋고, 장문의 설명을 적은 홈페이지도 좋지만 좋은 커피를 쉽게 접근해서 마실수 있게 하는것도 스페셜티 로스터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으려고 리사르 홈페이지의 글들을 읽었습니다만 대부분의 글들이 크게 와닿지 않았던것이 사실이고, 정작 필요한 정보들이 부족하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령 엘살바도르 구매 페이지의 경우 주문 단위부터 이질감이 있었습니다. 파운드 단위(lb)가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쉽게 오해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커피 농장이 위치한 라 팔마 지역에 대한 분쟁에 대한 이야기는 잘 다듬어지지 않아서 저에게는 그 느낌이 잘 와닿지 않았고요.

 

커피에 대해 지적할 사항이 없으니 괜히 꼬투리를 잡는 심정으로 홈페이지나 패키지의 단점을 지적하는게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실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많이 성장했고, 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한건 사실이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이질감을 느낍니다. 좋은 커피를 볶아놓고도 사람들과 소통에 실패한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좋은 커피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눌수 있으려면 그만큼 접근과 소통의 통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저에게 배달되는 수많은 커피들이 다른 소비자에게 동등하게 전달될 것을 가정하여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딴지를 거는 심보로 이해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 첨언을 해보았네요. 좋은 커피에 입이 호강하니 많은 생각이 들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