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BC.jpg 

                                                                                               (사진=WWW.BUNKERCOMPANY.CO.KR)

이번 리뷰는 벙커컴퍼니의 BUNKER #8 BITTER SWEET(이하 #8)와 BUNKER #10 RIGHT ACIDITY(이하 #10). 
어떤 로스터리인지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방문해보았다.
홈페이지가 무척 잘 꾸며져 있다. 사진으로 보이는 인테리어와 기물이 범상치 않다.
벽에 걸린 낡은 태극기는 무슨 의미일까? BUNKER COMPANY는 또 무슨 의미일까?
MAKE COFFEE WITH A BIT OF A SWAGGER? 이건 또 무슨 뜻일까?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았지만, 커피만 맛있으면 되지! 커피를 뽑아보자.

16393151926_de9a45aff4_z.jpg

포장이 멋지다. 반짝이는 재질의 검정 바탕 위에 단정한 폰트. 자세한 설명도 없다.
대신 원두가 무슨 맛인지는 이름에 그대로 적혀있다. #8은 BITTER SWEET, #10은 RIGHT ACIDITY.
작명에서부터 자신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저 맛이 안나면 어쩌시려고??? 그만큼 자신있다는 뜻.

16417353011_85b5ede49a_z.jpg 
먼저 #8 BITTER SWEET. 최소 5일이 지난 뒤에 추출할 것은 권장하고 있어, 충실히 그에 따랐다.
정확한 비율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에티오피아 내추럴과 콜롬비아산 WASHED CATURRA가 섞여있다.
블렌딩만 봐도 달콤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분좋은 쓴맛을 어떻게 표현해줄까 궁금하다.

-----------
여기까지가 BUNKER COMPANY의 커피를 멋보기 전까지 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맛을 보고난 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쓴 맛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멋지게 다룬 블렌드가 있었던가?
보통 쓴맛을 줄이거나 감추려고 애쓰는데 #8은 쓴맛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쓴 맛이라기 보다는 혀끝에서 고소한 맛이 함께 어우러진 쌉쌀한 맛입니다.
거기에 단맛과 밸런스까지 더해져 아주 재밌는 맛이 표현됩니다.
전체를 100으로 놓고 보자면, 30%의 쌉쌀한 맛과 30%의 단맛이 서로 싸우고 있는데,
저 밑에서 40%의 침착한 친구가 "얘들이 진정해, CALM DOWN..."하고 잡아주고 있는 느낌.
아마 앞의 두 30%는 에티오피아 콩가 내추럴에 감춰진 지킬&하이드일테고,
침착한 40%는 콜롬비아의 워시드 카투라겠죠?

에스프레소도 좋고, 라떼도 좋습니다. 라뗴는 우유를 적게 넣어도 맛있네요.
넉넉히 희석한 아메리카노도 좋습니다.

16231712550_37a888dac9_z.jpg
다음은 #10 RIGHT ACIDITY 입니다.
LIGHT가 아닌 RIGHT입니다. 배전도가 낮지 않습니다.
케냐와 과테말라의 워시드 커피가 혼합되어있습니다. 

사실 처음에 맛이 잘 나지 않았는데, 고재현님이 주신 힌트 덕분에 맛있게 추출이 되었습니다.
19g 담고, 25초 동안 딱 25g 뽑는 레서피였습니다. 

역시...잘 뽑힌 에스프레소는 맛있습니다.
솔직히 제 미흡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가끔 얻어걸릴 때가 있는데, #8에서 그게 걸린 것 같습니다.

16262670140_2379a23350_z.jpg

한 모금 마시고 이 상태로 잠시 멈춰있었습니다.
혀에 닿는 순간 먼저 농축되었던 에스프레소의 향미가 확 퍼지고
이이서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과일 느낌, 마지막으로 초콜릿 맛의 여운.
3박자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얻어걸린 샷이라 다음에 또 이런 샷이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산미가 그렇게 도드리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쓴맛이 느껴지는데 입압을 쪼이는 그런 수준은 아니고,
맛을 끌어내다보면 충분히 허용될만한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신맛과 단맛과 잘 어울려 과일 늬앙스가 잘 살아납니다.
과연 RIGHT ACIDITY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네요.

오랜만에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셨더니 즐겁습니다..
이제 에스프레소...하면 BUNKER COMPANY가 생각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