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PLATZ COFFEE 와 BLACK WATER ISSUE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머리 속 온갖 잡념들 깨끗이 비우고 고요하게 커피를 내려 봤습니다. 

결국은 깨끗이 비웠던 머리 속이 커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

그간 내 동선 안 두 곳의 카페에서 매일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마시며
커피 맛의 음미 없이(물론 그 두 카페의 커피가 맛이 없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
오로지 각성을 위한 기능적 효익만을 소비해 왔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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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mbia SAN PASCUAL(산 파스쿠알)과 Kenya KARUMANDI AA(카루만디 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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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색상을 비교해 보면 콜롬비아 산 파스쿠알(위 사진의 우측 하단)이 상대적으로 더 밝습니다.
LIDO 3를 이용해 그라인딩 하는데도 원두가 단단해서 그라인더의 저항이 상당합니다.

하리오 세라믹 슬림 핸드밀로 시도하니 세라믹 버 사이에 원두 조각이 낀 채로 핸들이 돌아가
핸드밀 상태가 좀 안좋아 졌어요 ^^;;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건데 약배전된 원두를 홈 브루잉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가정용 전동 그라이더는 갖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참에 하나 장만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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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ya KARUMANDI AA> Fragrance 는 고소한 볶은 아몬드 향이 은은하게 풍겨 옵니다. 
Kalita 102-D 드리퍼를 이용해 21g으로 300ml 추출...
자몽과 살구가 잔뜩 들어간 상그리아 뉘앙스와 함께 시나몬이나 생강과 같은 스파이시한 맛이 두드러집니다.


<Colombia SAN PASCUAL> Fragrance는 초컬릿으로 얇게 감싸여진 건딸기의 향이 느껴집니다.
역시 Kalita 드리퍼를 이용해 18g으로 300ml 추출...
떫은 감의 알싸한 맛과 감귤류의 산미가 충돌(?)하는 느낌?
개성있는 두 가지의 flavor 가 어울러지기 보다는 각자의 매력을 서로 뽐내려 하는 듯한 느낌인데요.
 
스파이시하고 알싸한 맛(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을 중화 시키기 위해
우유를 넣어 마시니 훌쩍 겨울이 다가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겨울에 시나몬 파우더 송송 뿌려 마시는 따뜻한 라떼가 학습된 탓인지 ^^;;

 두 커피 모두 Winey 한 풍미가 두드려져 달콤한 디저트 보다는
짭짤한(Savory) 디저트와 어울릴 듯 하여 양파&발사믹 쨈 듬뿍 바른 바게트와 함께 마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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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늦게 원두와 함께 동봉된 소개와 브루잉 가이드를 살펴 봤습니다.
역시 후각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미각 발달 훈련이 많이 필요한 듯 합니다 ^^;;;

그 동안 바리스타분들이 만들어 주시는 커피에 크게 의존했던 탓 인지
집에서 직접 브루잉 할 때마다 맛이 크게 달라 많이 당황했는데요.

이번 리뷰는 커피와의 권태를 자각하고 극복의 의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