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컬럼 정보

【Water】 맛있는 커피를 위한 고민 – ‘물’ by 노띵커피

2018-01-02  


외부 기고자 김현준, 일산 노띵커피
맛있는 커피를 위한 고민 – ‘물’

 
어떤 이야기로 시작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진부하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문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시작을 합니다.  

‘커피의 98%는 물입니다.’
 
커피의 총 용존 고형물(TDS : Total Dissolved Solids)은 통상적으로 1~2%, 나머지는 물이니 98%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 에스프레소 및 기타 고농도 추출에 의한 커피를 고려해도 90% 이상은 물입니다.
물론 커피의 98%가 물이라 해도 대다수의 ‘물’이라는 것이 커피 추출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겠으나, 어떤 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추출과 향미에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맛있는 커피를 추구하는데 있어 물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관능상의 차이를 줄 수 있는 가장 큰 인자 역시 바로 ‘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복잡한 화학식을 나열하며 커피와 물에 대해 상관 관계를 서술한 생각은 없습니다. 카페를 운영하고, 맛있는 커피를 위한 다양한 시도 속에 저희가 얻은 경험과 데이터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커피에 있어 물이 가진 중요성을 환기하고, 통상적으로 알려진 커피에 적합한 물의 ‘기준’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본 내용에서, 장비의 부식 및 스케일 형성과 관련된 내용은 논외로 하고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그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순수한 물의 분자구조
 
figure1_물의분자구조와극성.PNG
Figure 1 물의 분자구조와 극성
(출처 : Molecular Cell Biology)
 
물은 +/- 극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다른 극성을 가진 것들을 둘러싸서 안정화시키려는 성질을 가집니다. 즉, 다른 물질을 용해시키는데 용이한 구조입니다.

2. 
물에 함유된 이온들
 
figure2_물에함유된대표적이온.PNG
Figure 2 물에 함유된 대표적 이온
(출처 : SCAE Water chart)
 
순수한 물은 지구를 순환하며 다양한 물질을 함유하게 됩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탄산이 되고 탄산이 함유된 산성비는 탄산염∙규산염 광물을 녹이며 위와 같은 이온들을 함유하게 됩니다.

3. 총경도와 알칼리도

1) 총경도 / 일시경도 / 영구경도
   총경도 : 일반적인 경도, 통상적으로 칼슘과 마그네슘의 총합을 ppm(part per million = 1/1,000,000 = 1mg/L) 으로 표시  → Figure 2 中 Ca2+, Mg2+
   일시경도 : 탄산염경도로써 열을 가하는 정도로도 쉽게 침전 및 석출이 가능한 것

   영구경도 : 비탄산염경도

2) 알칼리도(Alkalinity) : 중화도∙완충제, 즉 pH 변동을 억제하는 역할.
→ Figure 2 中 HCO3-, CO32-

   알칼리도↑→ 완충역할↑→ 산성화↓
   알칼리도↓→ 완충역할↓→ 산성화↑

그렇다면 과연 어떤 물이 커피 추출에 좋은 물일까요?
SCAA의 Water Quality Standard 에 따르면 목표로 하는 수질과 수용할만한 수질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figure3_waterqualitystandard.PNG
Figure 3 Water quality standard
(출처 : SCAA water for coffee)

이것이 통상적인, 커피에 적합한 물의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SCAA의 Water Quality Standard의 범위를 벗어나 맛있는 커피를 추출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6년 World Brewers Cup 에서 1위 Tetsu 에게 단지 0.08점 차이로 아쉽게도 2위에 머물렀던 커피콜렉티브의 Mikaela Wallgren의 경우, 역삼투압방식의 정수로 TDS 30ppm의 물을 사용했고,

figure4_mikaela.PNG
2018년 Korea Brewers Cup 에서 파이널리스트였던 노띵커피의 김현화 바리스타는 TDS 8ppm, 알칼리도 4ppm의 ‘노르웨이 ISBRE 생수’를 사용했습니다.

→ 두 바리스타 모두 우리에게 알려진 통상적인 수질 기준을 벗어난, 극도로 낮은 알카리도의 물을 사용해 커피가 가진 화사한 산미와 플레이버를 극대화 시켰습니다. 결국 ‘커피 추출에 좋은 물’이란 ‘사용하는 커피에 따라, 추출 방법에 따라 다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페 혹은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커피에 따라 머신을 선택하듯, ‘물’ 역시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의 98%는 물입니다’라는 이 진부한 표현이 보여주듯 커피 맛에 가장 극단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현재 저는 매장에서 커피의 특성에 따라, 두 종류의 다른 물을 선택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에 따른 커피 맛의 다양한 변화, 혹은 추구하고자 하는 커피 향미에 따른 물의 선택을 체험용이나 테스트용이 아닌 실제 매장 운영에 적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발전시켜 이야기한다면 마트에서 생수를 쇼핑하듯 카페에 설치된 필터를 이용해 물 역시 선택해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기존 케이블 방송의 분배 방식을 응용, 정수 필터를 이원화하는 것만으로도 물에 따른 다양한 커피 맛 표현이 가능합니다. (집으로 들어오는 케이블 방송은 splitter라는 분배기를 통해 여러 방에서 케이블 시청이 가능합니다. 이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카페로 인입된 1차 정수된 물을 두 종류의 다른 필터로 정수함으로써 다양한 커피 맛 표현이 가능해집니다.) 

→ 실제 ‘노띵커피’에서는 이 원리를 활용, 12가지 경우의 수를 가진 물을 활용할 여지를 두었고, 현재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물을 선택, 사용해 싱글 오리진 커피 및 베리에이션 커피 메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커피의 98%는 물입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만큼 ‘물’은 커피 맛에 극단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의 취지 또한 맛있는 커피를 추구하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물’에 대해 이제 좀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경험과 데이터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보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 고가의 장비를 고민하듯, ‘물’ 또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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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 Nothin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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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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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미스트

2018-01-03 16:21  #354479

사용하는 필터 제품을 알수 있을까요?
수소이온과 나트륨이온인가요?
소중한 첫 댓글에! 10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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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띵커피

2018-01-04 11:24  #355045

@알케미스트님
네. 맞습니다.
수소이온 치환 필터 그리고 수소이온 + 나트륨이온 치환 필터, 
이렇게 다른 2종의 필터를 사용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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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디체

2018-01-04 09:00  #354949

물.....   어렵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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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

2018-01-05 09:36  #355570

글 잘읽었습니다 
역시 물너무 중요하다 는것을 다시 한번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혹시 역삼투압 방식의 커피는 어떤건지 잘몰라서요;;
좀더 설명해주실수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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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띵커피

2018-01-11 11:11  #359746

@k-H님
역삼투압(RO : Reverse Osmosis) '정수 방식'을 말하는 것이며,
삼투압의 반대 현상을 응용하여 필터링하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역삼투압 정수시, 
통상적으로는 대부분의 광물질이 제거되어 매우 낮은 TDS 및 알칼리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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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spo2004

2018-01-28 14:38  #378035

커피의 대부분이 물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물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요...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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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out!

2020-04-28 23:38  #1232930

혹시 브xx 필터 사용중이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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