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컬럼 정보

클래식 커피는 왜 맛있을까요?

2017-06-23  


외부 기고자 김현준, 노띵커피 대표(일산)




클래식 커피는 왜 맛있을까요?




위의 영상은 2013년 12월, 38년간의 카페 운영을 마친 일본 다이보 카페의 영상입니다. 블루바틀의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은 인터뷰에서 다이보 카페에서 ‘커피를 변화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시간을 경험했다’고 말하며 블루바틀에 많은 영감을 줬음을 시사했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바탕으로 정량, 정온, 일정 시간 동안 추출하는 서구식 푸어오버가 대세이고, 저희 매장 역시 주된 커피 메뉴는 이 푸어오버 방식을 통해 제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과거 그 진득한 클래식 커피를 좋아합니다.  


저는 ‘클래식 커피가 참 맛있습니다’ 
‘클래식 커피’를 어떻게 정의할지, 지극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맛’을 어떻게 규정할지, 여기에 커피에 사용되는 생두나 로스팅에 따라 바뀔 수많은 변수들을 모두 배제한 채 - 저는 클래식 커피가 참 맛있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을 그저 개인적인 취향으로 묻어버리기에는 안타까워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다이보 커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다이보의 커피를 맛보았을 때의 느낌은 ‘강렬’하면서도 ‘깔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강렬’하다.
이것은 농도(strength)의 개념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푸어오버 방식에서는 브루잉비율(Brewing ratio :사용된 커피 대비 물의 비율)이라고 해서 비교적 적은 커피양 대비 많은 물을 사용하는데요. 그에 비해 다이보의 커피는 30g의 커피로 단지 100cc만을 추출합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낮은 브루잉비율로 당연히 고농도의 커피가 될 것입니다.



그림1_브루잉비율.PNG
<그림1. 고농도의 브루잉비율을 보여주는 다이보 카페의 메뉴판>


물론 적은 양의 커피로도 난류(turbulence), 젓기(stirring)등의 추가적인 운동에너지를 가해 더 많은 성분을 뽑아낼 수는 있지만, 이는 농도보다는 수율(extraction)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두번째, ‘깔끔’하다
이것은 과다추출 및 잡미의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과다추출은 물과의 접촉시간이 길거나 접촉 표면적이 클 때(통상 미분에 의해)발생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물과의 접촉시간은 다시 투수율(permeability)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투수율이란 다공성 매체가 유체(물)를 통과시키는 경향을 뜻합니다. 즉, 투수율이 높다는 것은 커피층에서 물빠짐이 좋다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물과 커피의 접촉시간이 짧아지게 됩니다.

많은 커피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커피가 되기 위해서는 투수율이 높아야 합니다. 투수율은 유체 고유의 특성(밀도 및 점성)과 다공성 매체의 특성에 의해 결정되어집니다. 물의 밀도 및 점성은 이미 정해져있다는 가정하에(실제 추출이 이루어지는 일정 온도 범위하에서 물의 밀도 및 점성의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다공성 매체의 특성인 입자의 크기 및 분포만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추출시 물빠짐이 좋지 않을 때, 그라인더의 분쇄도를 크게 조정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입니다. 이는 입자의 크기를 증가시켜 공극률을 높이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물론 공극률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투수율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실제는 입자의 분포(sorting)가 더 크게 영향을 줍니다.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좋은 분포(well sorted)도를 갖게 되면 투수율은 높아집니다.



그림2_분포도.PNG
<그림2. 분포도>


추출 중반에 수율을 높이기 위해 젓기(stirring)를 하게 되면 후반부에 오히려 물빠짐이 나빠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는 분포도가 흐트러졌기(poor sorted)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제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커피빵(dome), 여과력, 층류(laminar)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림3_커피돔.PNG
<그림3. 커피돔>


과거의 도제식 커피교육에서는 ‘커피돔을 통해 커피의 여과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했습니다. 물론 커피돔 및 여과력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습니다.

이는 아마도 난류(turbulence)와 상반되는 안정적인 층류(laminar)의 형성을 통해 커피 입자의 분포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자 했던 의도로 생각됩니다.

추출이 되어지는 동안 커피의 분포가 계속해서 안정적일 수 있다면 물빠짐이 고르게 유지될 수 있고. 미분에 추가적인 에너지가 가해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미분의 추출에 제한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맛있게 마셨던 클래식 커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잠시 소소하게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맛있는 커피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클래식 커피를 이야기하는 이유이고, 클래식 커피를 만들고 마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필자 주 : 위의 내용에서 ‘유체역학’ 및 ‘지구과학개론 : 지하수 파트’의 복잡한 수식은 모두 배제했습니다. 또한 ‘푸어오버’ ‘브루잉비율’ 등의 예시는 현재 통용되고 있는 일반적 의미를 부여해 사용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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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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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

2017-06-23 11:13  #257184

예전의 직화식으로 로스팅한 원두를...융드립으로 바디감 좋고 강렬하게 추출 되었던...커피 한 잔이 요즘도 가끔 생각납니다~~38년간의 카페 운영이라???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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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

2017-06-26 12:56  #257565

좋은 글 감사합니다, 클래식 커피가 생각나는 영상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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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카페

2017-06-26 22:36  #257666

그런데 오히려 안정적인 분포도가 더 추출을 지연시키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중력을 받는이상 입자는 알아서 차곡차곡 쌓일것이고 커피가 비록 다공성이긴 하지만 위의 그림에서처럼 이들이 빼곡하게 뭉치다보면 물빠짐이 느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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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카페님
썬카페 님 20 포인트 획득 하셨습니다. 많은 활동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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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

2017-06-30 13:46  #258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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