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컬럼 정보
2013-03-25
COMPAK RETAIL GRINDER / R-80
벌크 그라인더 혹은 리테일 그라인더는 흔히 원두 매대에서 대량 그라인딩을 목적으로 개발된 그라인더 군을 일컫는 말로 사용됩니다. 시간당 다량의 분쇄량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하며, 연속 그라인딩에 있어서도 발열이나 소음등 기본적인 그라인딩 성능을 물론, 기계적인 내구성 역시 보장이 되어야 하는 그라인더군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그라인더들과 비교했을 때 대형이며, 육중한 중량감을 지니고 샵의 한켠에서 그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쉴틈없이 동작하고 있는 그라인더들이죠.
이번 접하게 된 그라인더는 COMPAK 의 리테일 그라인더 R-80 입니다. 80mm 의 플랫 버와 대형 모터를 장착한 그라인더죠. 같은 회사의 보다 큰 그라인더인 R-100, R-120 등의 같은 라인들의 그라인더들 중에는 가장 엔트리 레벨의 모델이긴 하지만 그 크기와 무게감은 여타 일반 그라인더들과 비교한다면 역시나 굉장히 거대하죠.
리테일 중에서는 엔트리레벨이지만,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R-80
좌로부터 COMPAK K10 Red Speed / 칼리타 300 GR / COMPAK R-80
일단 굉장히 육중합니다. 그 이유는 다이캐스팅된 외관 재질에서 찾을 수 있는데 3T 가까이 되어 보이는 금속 케이싱이 그 무게감을 조성하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내부에 자리잡은 부속자재들 역시 튼튼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테일 그라인더들은 다양한 분쇄 편차에 대한 커버리지 능력이 굉장히 강한 편이고 또 다양한 분쇄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분쇄도 조절 범위가 크고 빨라야 합니다. R-80 의 경우 기어부와 메탈 체인을 통한 분쇄조절을 실시하여 프렌치프레스 분쇄부터 모카포트 분쇄영역까지 전면부 다이얼을 통해 쉽게 분쇄도를 조절 할 수 있습니다.
버셋의 구조는 밀폐형 챔버형태에 하부와 상부버가 위치하는 형태인데, 챔버를 이루고 있는 케이싱 역시 3T 두께의 두터운 스테인리스 스틸재질이라 많은 잇점이 있습니다. 추후에도 언급하겠지만, R-80 의 경우 일반 플랫, 코니컬 그라인더들과 비교했을때도 엄청난 정숙성을 보여주는데 특히 그라인딩 시 소음은 이 밀폐형 챔버의 소음 차폐 능력 덕분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80mm 플랫 상단 버와 상단 케이스
80mm 플랫 상단 버와 상단 케이스 (측면)
80mm 플랫 하단 버와 토출 베인
챔버의 구조에서 토출을 위한 베인의 길이가 꽤 깁니다. 큰 날로 인한 빠른 분쇄 스피드과 그와 걸맞는 토출스피드와 잔량 문제를 위해 고려된 구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내부 적체량이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사진엔 잘 보이지 않지만 바디 하단부는 거의 모터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모터부는 다이캐스팅된 케이스안에 고즈넉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바로 챔버와 토출구를 잇는 브릿지입니다. 고무 터널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진에 보이진 않지만, 토출구 상단 케이스 자체가 경사각을 지니고 있어 베인에 의해 밀려나온 원두가 마치 잠망경의 45도 각도의 거울반사구조처럼 경사면에 부딪혀 아래로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케이싱 상태의 챔버상단 - 대형 버셋을 갖추었음에도 차폐형 구조라 드러나보이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호퍼 상단 내부
COMPAK RETAIL GRINDER R-80 측면
실사용 소감
정숙성
그라인딩 시
비그라인딩 시
그라인딩시 정숙성은 R-80 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크기의 제약이 있긴 하지만, 대형 구조의 잇점을 통해 진동과 소음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제가 사용중인 레드 스피드나 심지어는 바라짜의 가정용 그라인더 앙코르보다도 더 정숙합니다. 또한 같이 비교한 칼리타의 전동그라인더 KDM-300GR 보다도 정숙합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인데, 가정용의 어떤 그라인더와 비교해도 소음면에서는 우수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군요.
그라인딩 퀄리티
분쇄 균일도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미분의 발생이 꽤 있는 편인데, 같은 라인의 대형날의 상급 그라인더들은 또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고 하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실제로 분쇄 파티클의 비교에서는 칼리타 300GR 이 육안으로 더 좋은 분쇄 집중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칼리타 300GR burr
좌 : 300GR / 우: R-80
좌 : 300GR / 우: R-80
번외로 재미있는 장난을 좀 쳐봤는데 코니컬 버인 k-10 fresh 레드스피드로 유사한 분쇄도를 테스트해봤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굉장히 재미있는 결과라 딴죽걸이님과 함께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p
컵 퀄리티
푸어오버나 기타 드립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아 프렌치 프레스를 통해 동일한 변수로 블로그 커피 친구이기도 한 "딴죽걸이"님의 칼리타 300GR 를 가지고 딴죽걸이님과 함께 비교시음을 실시했습니다. 러프한 테스트라 그냥 성향을 조금 알아보는 축에 속했지만, 예상대로 깔끔함은 분쇄 균일도가 높은 칼리타가 좋았고 전체적인 플레이버의 복합성이나 무게감 등은 R80 쪽에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추출 방식에 따른 적합한 분쇄균일도를 고려해 볼때 공정한 평가는 아니었기에 각각의 그라인더 특성에 따른 적합한 사용처를 찾는게 더 중요할 듯 보였습니다.
전체적인 느낌
일단 굉장히 인상적인 튼튼한 무게감과 만듬새가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그런 그라인더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실제로 그라인딩시의 정숙성은 깜짝 놀랄 정도였고, 그라인딩 리텐션 역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모카포틀 분쇄도부터 프렌치 프레스 분쇄도까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점, 그리고 그만큼 넓은 분쇄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리테일 그라인더의 태생상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드립용 분쇄에서 미분의 발생이 다소 있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다양한 분쇄도를 커버하는 능력과 안정적인 동작 성능은 그 개발 의도를 충실히 반영한 듯 보입니다. 싱글 샷 그라인딩에서도 팝코닝이 튀지 않을 정도로 양호하기도 하고, 특히 별도 포스팅을 할 예정이지만 개인적으로 에스프레소 그라인딩 시에 참 좋은 느낌을 많이 받기도 했구요. 태생이 리테일용 벌크 그라인더이긴 하지만, 전천후 그라인딩 능력으로 인해 잘만 사용하면 가정용 올인원 그라인더로서의 용도로도 굉장히 즐거울만한 그라인더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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