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아카시아꿀과 같은 질감의 에쏘를 맛보고 싶다면 | Coffee Libre

201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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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스프레소 투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 1위에 당당히 랭크되었던.. 다른 곳은 포기하더라고 이곳만은 가자했던 홍대의 커피 리브레였습니다. 일행들보다 좀더 늦게 도착한 탓에 홍대역에서 터덜터덜, 꽤 걸어서 도착을 했는데 블로그에서 보았던 귀엽고 매력적인 레슬러 마스크만 달랑 이곳이 리브레임을 짐작케 해주더라구요. 셔터가 내려져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만, 그 곳은 생두 창고라고 들은 듯 합니다. 커피 리브레는 일반 카페가 아닌 로스팅 전문 샵입니다. 꼭 찾아가고 싶으시다면 정중히 전화연락을 먼저 하고 찾아가 뵙는 센스가 있어야 할 듯해요. :)

 

'야! 도대체 입구가 어디야?' 라고 일행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는데, 바로 닫혀있는 줄 알았던 그 문이 입구였습니다. ^^;

입구 뒷편으로는 보시다시피 매저 로버를 비롯해서 다양한 그라인더들이 위풍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미스테리한 레슬 마스크가 설마 로스팅 샵을 의미할 줄 말이죠. 사실 놀라기는 이르죠.

선한 인상에 차분한 말투가 인상적이신 사장님께서 케멕스로 내려주신 커피를 한잔 바로 주시길래 즐거이 얻어마셨습니다. 정말 케멕스와 클레버가 대세이긴 대센가 봅니다. 커피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지방시민 3명이서 무턱대고 찾아갔는데도 불구하고 친절히 머신을 예열하시고 손수 볶으시는 커피를 맛보여주시는데, 개인적인 커피인생에서 아마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장님 의도대로 튜닝하신 라마르조꼬 블랙 리네아를 정성껏 예열하시고 정성껏 그라인딩하고 몇번이나 테스팅하신 다음에야 샷을 내려 주시더라구요. 원래 플로우 미터와 버튼을 통해 간편히 추출할 수 있는 리네아 시리즈이지만, 버튼은 온데간데 없고 미사일 발사버튼 같은 붉은 락커버튼만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아랫쪽 락커 버튼 두가지는 각각 솔레노이드 밸브 개폐를 통한 프리인퓨징과 펌프 가동을 담당하는 녀석들입니다)

아무리 플로우미터가 철저하게 2oz 를 맞춰 끊어줘도 숙련된 바리스타의 감각으로 추출을 통제하는 것 만큼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뽑아주지는 못한다는 이야기이죠. 우스개 소리로 에쏘 더블샷을 단순히 버튼을 두번 눌러서 서빙하는 카페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이야기도...

 

 

'하찮은 저희같은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습니다. :) 첫번째 추출샷은 친구가 먼저 맛보고 살짝 마셔봤는데 산미가 튀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묵묵히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고 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좀더 샷이 괜찮게 나왔다며 주신 두번째 샷을 반쯤 입에 물고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정말 마셔본 샷중에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꼽고 싶은 샷이 아닐까 합니다. 샷을 살짝 입안에 물고 나면 혀를 감싸는 에스프레소의 질감자체가 시럽같이 매우 고와서 저절로 감탄이 나오더라구요. 입안에 머금과 향미를 느껴봐도 전혀 불쾌한 산미나 쓴 맛이 없어서 삼킬때까지 기분좋게 맛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사실 사장님 취향은 밝은 산미라고 말씀하셔서 "신"에스프레소를 추측했는데, 추측이 어김없이 빗나가서 머리가 멍해졌다고나 할까요. 에프터 테이스트를 살리려면 질감자체가 시럽같이 부드럽고 진득해야한다고 말씀하셨던거 같은데 정말 목넘김 이후에는 달작지근한 맛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소 오버스러울진 모르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개인적인 취향과 경험에 힘입어 아카시아 꿀과 성향이 비슷하다고 표현하는게 어울릴 듯 합니다. 어렸을 때 양봉이 취미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벌통 앞 말벌을 잡는다고 수 없이 벌에 쏘이긴 했지만, 덕분에 꿀이란 꿀은 종류대로 먹어봤으니까요.

초여름 직전의 아카시아 꿀은 색이 밝고 연하고 점성이 다른 꿀보다는 좀 연합니다. 농밀하지만 부드러운 꿀이죠. 향긋하고 산미가 뚜렷하지만 화려하고 튀지는 않는 것이 마치 리브레의 에스프레소와 좀 닮았습니다. 일행 모두 '이런 에스프레소라면! 백잔이라도 마실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향과 맛과 같은 밸런스도 훌륭했지만, 단연 부드럽고 농밀한 크림 같은 질감이 제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멋진 에스프레소도 제대로 된 추출이 아닐 경우엔 본연의 맛의 절반도 살려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사장님께서 내려주신 3잔의 샷에서도 각각의 차이가 있었으니 추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 평소에 궁금했던, 추출에 있어서 이산화탄소의 역할, Aging 과 Degasing 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구요.

 

커피에 감탄하고, 너무나 즐겁게 마시고 나서 조심스레 사진 촬영에 대해서 여쭤봤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시더라구요.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재밌는 경험을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의 블로그에도 자세한 소개기가 있지만, 그 무쇠탱크 같은 위용을 자랑하는 Gothot. 사실은 마치 꼬마기관차 토마스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얼굴입니다. 네, 아마도 직업병이겠지요. 샘플러도 인상적입니다. 로스터에 붉은색 포인트가 되어주는 리브레 로고가 박힌 손잡이. 탬퍼를 붙이신건지, 제작을 별개로 하신건지 여쭤보질 못했지만 참 강렬한 느낌을 주더군요.


 

보기도 쉽잖은 프로밧의 샘플 로스터와 프로밧, 그리고 디드릭 5K? 공간을 꽉 채워주는 색색의 육중한 로스터들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같은 직업의 사람은 어쩌면 평생 볼까말까한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고 제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바로 이 에스프레소 머신입니다. 지금 판매되고 있는 페마 쥬빌레와 레전드의 할아버지뻘 되는 60~80년대 사이의 FAEMA 의 E61 그룹 머신이지요. 지금의 소형 E-61머신들과는 다르게 레버가 정면에서 상단 90도 수직으로 업레버 되면서 추출이 되는 방식입니다. 보일러 펌프 작동 버튼이 우측에 위치하고 링크된 스위치를 눌러주게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E-61그룹헤드의 66년도 특허당시 그림만 기억하고 착각을 하고 특허와는 다르다라고 생각하고 말씀드렸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거였습니다.

지금의 복각판 LEGEND 도 동일하게 수직 레버링으로 추출을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250 유로짜리 25년 된 ARIELE의 오버홀기도 시간이 되면 한번 훑어보시길..

http://vanklinkenbergsoftware.nl/faema/Faema/Faema%20Ariete%20Overhaul.html


 

이번 여행에서 얻은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맛있는 커피를 만났으며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평소 마셔보지 못했던 맛있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감사히 맛보게 되서 정말 기분 좋은 시간이었구요. 커피 리브레, 언젠가는 사장님 염원대로 멋진 카페를 오픈하시길 바라고 응원하겠습니다. ^^

P.S 에스프레소 원두와 싱글 오리진 원두도 온라인으로 구하실 수 있습니다. 100g에 무려 5,000원! 냉큼 900g을 사들고 내려왔습니다. 이제 맛있게 뽑아 마실 일만 남았네요. 좋은 커피를 데리고 올 수 있어서, 그리고 쉽게 구하고 마실 수 있어서 어찌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