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뉴스

【Brewing】 종이 필터에 사용되는 크레이프 가공이 추출에 미치는 영향

2020-01-14  



ⓒcafec-jp.com


종이 필터에 사용되는 크레이프 가공이 추출에 미치는 영향



최근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하면서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홈카페를 위한 다양한 기구들의 수입 규모는 지난 10여년간 무려 5배가 성장했다고 한다. 특히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브루잉 커피(Brewing Coffee)는 홈카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출 방식이다. 또한 스페셜티를 표방하는 카페라면 대부분 브루잉 커피를 제공하는데, 다양한 산지에서 생산된 싱글 오리진 커피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기에 브루잉 추출만큼 정직한 방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많은 커피 애호가들은 브루잉 커피를 추출하는 도구들에 관심이 많다. 

물론 추출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추출을 하는 드리퍼와 서버 혹은 드립 포트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추출에 있어서 분쇄된 커피와 물이 함께 만나는 곳은 드리퍼가 아닌 종이 필터이다. 때문에 최근 많은 매장에서 이 종이 필터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Brewing】 추출 프로세스에서 린싱은 필요한 과정인가 by nothin Coffee 과 같은 기고문에서는 커피 추출시 표백 필터와 표백하지 않은 필터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오늘은 종이 필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좌) 뜨거운 공기를 통과시켜 종이의 양면에 주름이 잡히도록 가공하는 방법, (우) 뜨거운 드럼으로 열을 가해 종이의 내측면의 주름이 없어지는 방법 ⓒcafec-jp.com



흔히 Crepe하면 많은 사람들은 얇은 팬케이크로 종잇장 같이 얇은 디저트를 떠올린다. 하지만 섬유 분야에서는 다르다. 쉽게 말하면 섬유 조직을 이용하여 주름을 만드는 가공 방식이며, 그 주름을 크레이프(Crepe)라고 부르기도 한다. 종이도 섬유처럼 제조시에 필기용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주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조하는 과정에서 위 삽화의 오른쪽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보다 손쉬운 건조를 위해 뜨거운 드럼 표면을 종이가 지나가도록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내측부의 주름을 완전히 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전자 현미경으로 필터 표면의 두께와 주름 높이가 다른 필터를 촬영한 사진. 주름이 높을수록 단위면적당 표면적이 크다  ⓒcafec-jp.com



여기서 우리가 왜 종이 표면의 주름에 대해 이야기하는지를 짚고 넘어가 보자. 우리 눈에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종이 표면의 주름은 결국 같은 사이즈의 종이 필터라면 표면에 주름이 있는 필터가 실제 더 넓은 표면적을 가진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위 사진은 전자 현미경으로 종이 표면의 주름의 높이가 다른 종이 필터의 단면을 촬영한 사진이다.



이 주름(Crepe)이 커피 추출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최근 블랙워터이슈의 포스트 가운데 필터 커피 추출 후반부 배수 저하 현상 테스트라는 주제의 내용에는 "0.1g도 안되는 미분으로, 강하게 부어도 5분를 넘기기 힘들었던 종이필터의 투수율을 높은 커피층 없이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그 속도가 느려지는데 이 부분에서 가능성이 있겠다라고도 생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추출이 진행될수록 배수되는 면적이 줄어든다는 당연한 이유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분이 부유하면서 필터의 공극들을 막게 되어 투수율을 떨어트리게 된다. 수위가 높을 때에는 아직 미분이 필터에 흡착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배수되는 면적은 넓기 때문에 추출이 빠르게 이루어지지만 미분들이 물의 흐름을 따라 하단부와 외각에 촘촘한 미분층을 만들어 흐름을 느리게 만들고, 배수 면적은 좁아지면서 점점 그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라는 언급이 있다.

위 내용을 보면 부유하는 커피 미분들이 종이 필터 표면에 흡착되면서 "추출이 진행될수록 필터의 배수되는 면적이 줄어든다"라는 언급은 논리적인 추리이다. 하지만 동시에 배수되는 면적을 크게한다면 추출이 진행될수록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어떻게 면적을 크게할 것인가이다. 이미 전체 커피 시장의 드리퍼 사이즈는 대부분 비슷하며, 종이 필터를 단순히 크게 만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바로 크레이프(Crepe, 주름)에 아이디어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뜨거운 드럼으로 압착하여 건조시킨 종이 필터의 내측부는 주름이 모두 사라진다. 이는 내측부의 전체 표면적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이며, 결국 미분이 달라붙을 수 있는 표면적을 줄이게 된다. 이는 추출 후반의 배수 저하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위의 첫 삽화에서 볼 수 있는 뜨거운 공기를 통해 내측부의 주름을 살리는 작업은 결국 표면적을 더 넓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며, 주름의 높이를 더 높게 만들수록 표면적은 넓어진다. 이는 미분이 달라붙을 수 있는 면적을 넓게 만들며, 추출의 흐름을 더 원활하게 할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의 삽화를 참조할 수 있다.



 ⓒcafec-jp.com



삽화에서는 내측부의 주름이 추출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같은 양의 미분이 있다면, 주름이 많고, 높은 내측부를 가진 종이 필터의 추출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내측부의 주름을 살리는 기술은 추출의 흐름과 속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내측부의 주름을 살린 CAFEC 아카바 필터



실제 이 기술을 종이 필터 제조에 적용한 브랜드가 등장했다. CAFEC 아카바 필터이다. 이 브랜드를 런칭한 기업은 과거 고노와 하리오의 종이 필터를 OEM했던 산요산업(주)이다. 산요산업에서 출시한 CAFEC 아카바 필터는 첫 번째 삽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뜨거운 공기로 종이 필터 내측부 표면의 주름을 살리면서 건조하는 기술을 사용한 제품으로 커피 추출 흐름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하기 위해 주름의 높이를 최적으로 고안했다고 한다. 

실제 CAFEC은 로스트 정도에 따라 종이 필터의 두께와 크레이프의 높이를 다르게 한 제품도 출시하여 커스터마이징 페이퍼 필터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아마 2020년 브루어스컵에서도 이 제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국내에서는 (주)따벨라가 운영하는 로프트샵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관련기사 보기

필터 커피 추출 후반부 배수 저하 현상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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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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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coffee

2020-01-15 00:06  #1144857

항상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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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인

2020-01-15 02:05  #1144972

커피필터 하나를 위해서 이렇게고민하고 연구해서 제품으로까지 내놓으신 시게지씨가 참 존경스럽네요.  이런 열정을 어떻게 유지하시는지 참 궁금합니다.


후반부 추출 속도 저하를 완화,보완시키기 위한 어떤 변수보다 실무에서 효율, 재현성이 뛰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매장에서도 서로 다른 원두, 로스팅의 추출 완료 시간 차이를 필터로도 한 번 조절해봐야겠습니다. 정말 소중한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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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룰룰

2020-01-15 10:11  #1145131

필수자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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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

2020-01-15 17:57  #1145487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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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어

2020-01-16 09:44  #1145967

감사합니다 좋은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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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어

2020-01-16 16:08  #1146333

엄청난 정보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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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af

2020-01-16 19:52  #1146559

항상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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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윤

2020-01-16 22:18  #1146671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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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moon

2020-01-17 10:17  #1147067

이 필터 호기심에 사놓고 포장채로 있는데 사용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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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커

2020-01-17 19:01  #1147562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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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_SSONG

2020-01-21 15:46  #1150641

필터지에 따른 추출성향의 변수에 대해 생각만 해봤지 이렇게 자세하게 접근해서 본 거는 처음인것 같아요!!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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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인생

2020-01-22 02:00  #1151120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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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쏘HJ

2020-01-22 15:10  #1151496

자세히 잘 읽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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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

2020-01-27 20:06  #1155087

커피의 모든 변수가 잡힐 날이 올련지 궁금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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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버러

2021-02-02 06:57  #1454707

느낌만이 아니라 이런 과학적인 분석으로 접근하니까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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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은행

2022-10-10 10:40  #1992364

하리오에서도 신공장(비닐에 100장들) 생산필터와 구공장(종이케이스 40장들이) 생산 필터 두가지가 나오는데 신공장 필터는 내부의 텍스쳐를 부드럽게 해서 물흐름을 빠르게 하여 클린컵을 얻을 목적이고 구공장 생산필터는 크레이프가공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내부에 돌기형의 미세한 엠보싱형태를 주어 물흐름을 지연시켜 높은 TDS값을 얻을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핀볼의 원리를 이용하면 이해가 쉬운데 핀볼을 쏘아올려서 구슬이 댐퍼에 댐핑을 통해 천천히 구슬이 떨어지도록 하는 원리를 떠올려 보면 필터의 텍스쳐에 따른 추출값의 이해가 쉬우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