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작은 공간에서 응축된 힙함을 느낄 수 있는 곳, 카모플라쥬

2020-01-22  




작은 공간에서 응축된 힙함을 느낄 수 있는 곳, 카모플라쥬


2018 월드 컵 테이스터스 우승자의 카페라는 타이틀과 함께 세상 힙함을 뿜어대는 카모플라쥬는 뚝섬역 1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온다.   

 뚝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가장 먼저 블루보틀에 들어가려고 앞에 줄 서서 있는 무리가 보인다. 그렇다면 "훗 나는 이미 가봤는데^^"라고 굳이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 우월감과 정신승리를 충만히 즐기며 과감히 블루보틀 성수점을 패스해준다. 카모플라쥬는 블루보틀 성수점으로부터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카모플라쥬 매장도 못 보고 패스할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한다.


카모플라쥬는 지도를 보지 않으면 한 번에 찾기 어려운 듯 하지만 뭔가 예술이 가미된 것 같은 'COFFEE'라고 쓰여진 주황색 의자를 찾으면 나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 달러 뭉치로 된 테이블이다. 100달러 짜리 지폐라 별 감흥이 없지만 만 원, 오만 원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누군가 호시탐탐 노리겠지?


 이곳에 도착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달러 뭉치로 만들어진 테이블 앞에 자리 잡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돈다발 테이블 앞에 먼저 앉기 위해 혹은 빈자리가 생기는지 눈치 보기 위해 눈알 굴리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힙한 음악과 어우러져 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두둥탁! 


┃ 라떼와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던 옆 테이블 사람들.

 

 카모플라쥬에서 커피를 즐기는 방법을 말하기보다는 그저 좌석이 몇 개 없는 이곳에서 빈자리를 포착하고 자리에 앉았다면 일단 절반 이상은 성공이다. 맘껏 즐기도록 한다. 게다가 젊은 분들이 운영하는 곳 답게 스피커에서 나오는 세상 힙한 음악에 몸을 맡기다보면 커피를 마시면서도 스웩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산속으로 떠난 자연인'이거나 집에서 비발디의 <사계> 같은 슈퍼두퍼 클래식만 듣는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살짝 비추하지만 말이다.


 ┃ 카모플라쥬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첫 번째는 매장 정면의 주황색 의자에 앉아서 찍고, 두 번째는 아트웍 밑에서 찍으면 잘 나온다. 언제나 문제는 모델이지만.


 달러 뭉치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벽에 큼지막하게 펼쳐진 카모플라쥬의 아트웍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혼자였기에 누가 찍어주질 않아서 못찍었지만 나름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인싸들은 SNS에 본인의 간지를 뽐내는 용도로 사진찍기 좋을 듯 하다. 꼭 SNS를 하지 않더라도 꽤나 인싸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인싸와 아싸의 중간쯤인 '그럴싸' 이니까 사진 없이 재빠르게 패스하도록 한다. 


┃ 커피를 아주 맛있게 잘 내리신다. 


 필자는 무려 만 원이나 하는 브라질의 옥션랏 원두로 필터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기 위해 바 앞에 선다. 항상 주문할 때마다 선택장애가 발병하는 필자는 다행히 이곳이 월드 컵 테이스터스 우승자의 카페인 것을 간신히 생각해낸다. '월드 컵 테이스터스 일인자의 커피를 맛보려면 역시 필터 커피를 마셔야지' 라는 마음을 미리 독심술로 알아채셨는지 입에서 "필..ㅌ...ㅓ"라고 나오기도 전에 "브라질 필터는 비싼 원두라서 다른 필터와 다르게 만 원입니다."라고 선제공격을 하신다. 방문 당시 일반 필터 커피는 7천 원이고, 어나더 원두라기엔 케냐밖에 없었다. 브라질 원두를 안 먹으면 왜 때문인지 3천 원의 차액만큼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고, 영업 당한 것 같고, 수 싸움에서 진 것 같기도 하여 브라질 원두로 골랐다.
 그렇게 필자는 무려 만 원이나 하는 브라질의 옥션랏 원두로 필터 커피를 주문했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비싸고 안 비싸고가 나뉠 수 있겠으나, 필자는 원두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에 맞는 값은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커피는 정말 맛있게 마셨다.)


┃ 이렇게 보니 왠지 공간이 생각보다 작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카모플라쥬는 작은 공간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스트롱홀드의 로스터기부터 에스프레소 머신과 브루잉 바, 그리고 포토존까지 실속있게 한 공간을 힙함으로 가득 채웠다.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고 공간은 그리 넓지 않기에 오래 앉아있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나, 기분 좋게 커피 한 잔 마시고 오기엔 충분한 듯하다. 다만 돈다발 테이블이 우리나라 화폐로 만 원, 오만 원이었으면 조금은 기분 좋았을 뻔 했다. 작은 공간이기에 느껴지는 것들이 배가 되는 카모플라쥬, 더 유명해져서 발 디딜 틈 없어지기 전에 방문해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 글, 사진 :  블랙워터이슈 이지훈 에디터 

instagram : @ljhoon1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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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reaker

2020-01-23 15:10  #1152592

3000천원 영업에 훌륭히 당하셨군요!

2018년 WCTC 챔피언이라면... 

한국에 카페를 오픈하신줄 몰랐는데 카모플라쥬 한번 들러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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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1-28 10:10  #1155543

@Nobreaker님

네 한 번 방문해보세요! 대신 사람 없는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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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coffee

2020-01-28 22:57  #1156349

세상 힙한 곳이군요
서울 가게 되면 꼭 들러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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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1-29 14:53  #1157065

@88coffee님
네^^ 힙함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