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온 체중을 실어서 추출하는 커피 한잔, 빈포데스크

2020-11-05  




온 체중을 실어서 추출하는 커피 한잔, 빈포데스크


최근 커피 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자동화'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경쟁하듯 신기술과 신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반자동/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이미 너무 흔해졌고 원하는 세팅 값으로 브루잉까지 해주는 브루잉 머신부터 로봇 팔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블랙워터이슈의 한 게시글에서는 브루잉마저 자동화가 되어간다는 글의 댓글 창에서 '맛의 균형과 품질이 유지된다면 운영 측면에서 유용할 듯',  '바리스타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라며 갑론을박이 있었을 정도이다. 하지만 여기, 시대를 역행하기라도 하듯 자동화를 벗어나 오롯이 인력으로 커피를 추출해 서브하는 곳이 있다. 연남동의 Bean4Desk(이하 '빈포데스크')다.


1층엔 세븐 일레븐이 자리 잡고 있지만, 주소상으로는 빈포데스크가 1층인 듯하다.


빈포데스크는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다가 연남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몸을 돌리면 바로 보이는 꽤 감각적인 건물에 터를 잡았다. 편의점을 반지층으로 두고 건물 옆의 계단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빈포데스크를 1층으로 사용하는 듯하다. 위층엔 사업장이 들어와 있어 시끌벅적하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 요소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인지 홀의 중앙을 넓게 비워두어 답답하지 않고 개방감이 있는 편.


공간은 그리 넓지는 않은 편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커피 바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입구가 좁다는 느낌이 들지만, 공간을 넓게 쓰며 배치한 테이블 덕분에 공간이 비교적 넓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면과 측면에서 빛을 받아들이고 있어 목제 가구들과 함께 대체로 따뜻한 느낌이 든다. 전체적인 색감도 화이트와 짙은 갈색의 투톤으로 꾸며 이국적인 느낌마저 든다.


라떼는 맛있었고, 구석구석에 따뜻한 느낌의 오브제를 두었다.


주문을 해보기로 한다. 사실 방문했던 날은 코로나 덕분에 출시를 조금 뒤로 미뤄두었던 신메뉴를 공개한 다음 날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신메뉴인 크로플 라떼를 주문했다. 당일 오픈 시간에 근접하게 맞춰 방문한 거라 아마 크로플은 첫 주문일 것이리라. 그래서였을까. 크로플 기계가 말을 듣지 않는 듯하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더니 결국 기계가 고장 나서 크로플 제작이 어렵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빵돌이인 필자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메뉴는 라떼로 변경했다.


이쯤 되면 팔꿈치가 걱정이 될 정도다.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카페와는 사뭇 다르다. 이곳에서는 플레어 에스프레소 메이커로 에스프레소 메뉴를 추출한다. ROK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지만, 압력계를 보며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차이. 무튼, 커피를 주문하면 사장님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신중한 모습으로 온 체중을 실어 커피를 추출해주신다. 맛을 떠나서 저렇게 열심히 내려주시는데 맛없게 마실 수가 없다.  맛이 없다면 그냥 마신사람 잘못인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빈포데스크의 커피는 해방촌에서 영향력 뿜뿜하다가 성수동까지 활동 반경을 넓힌 업사이드 커피의 필업 블렌드를 사용한다.


참고로 보정이 된 이미지라 그렇지 실제로는 사진보다 밝은 편이다.


열심히 일하는 바리스타를 보면 왠지 흐뭇하게 보게 된다. 친절한 바리스타를 보면 다시 방문하고 싶어진다. 뭐 이 정도는 대부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플레어 에스프레소 메이커가 연출해주는 역동적인 추출 모습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평일 낮 시간대는 정말 한적하다. 흰 천과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던 지후 선배의 말처럼, 따사로운 햇살과 나무의 질감, 책과 맛있는 커피만 있다면 이곳은 세상에 하나뿐인 아지트가 된다.


p.s. 다음에 다시 방문해 크로플 재도전 각이다.😭





※ 글, 사진 :  블랙워터이슈 이지훈 에디터

instagram : @ljhoon1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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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찬

2020-11-28 14:38  #1405013

멋지네요!!저도 시간나면 놀러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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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12-03 13:51  #1409930

@세바스찬님

코로나 단계 좀 내려가면 한번 가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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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로스키

2020-12-01 16:41  #1407882

잘 보았습니다 ^^ 연희동 가게되면 방문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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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12-03 13:52  #1409934

@토호로스키님

네 근처 가실 때 한번 들러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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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mechatroniker_

2020-12-14 12:44  #1417936

저도 가봐야겠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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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1-01-20 12:22  #1443630

@Automechatroniker_님
방문해보세요:) 크로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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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

2021-02-22 10:19  #1471593

카페 분위기가 너무 멋지고 마음에들어요!! 가봐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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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1-03-15 18:22  #1489718

@GY님

낮시간에 방문해보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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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지

2021-03-19 11:41  #1493069

크로플 진짜 너무 맛있었어요! 옥수로맛라떼? 먹어보고싶었는데 재고 소진으로 못먹어봤던게 아쉬웠던.... 다음엔 꼭 팔꿈치커피 마시러 또 가보려구용! 사진 너무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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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1-03-22 14:07  #1495443

@야지님

 저는 크로플 못먹어서 너무 아쉬웠는데, 부럽네요 :) 저도 크로플 먹으러 또 가봐야겠어요 ! 감사합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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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리

2021-06-25 22:18  #1577680

라떼 좋아하는데 맛있을 것 같아요 꼭 한 번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