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라운지(익명)

  

벌써 카페일을 한지 6~7년정도 되어가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동네 카페 알바와 프랜차이즈 카페 알바나 하다가 대학교 졸업하고 전공을 살릴 것인지

아니면 내가 관심이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카페 일을 시작하게 되었네요.


물흐르듯이 프랜차이즈 카페(직영점)에 취업해서 2년 정도 일하다 보니 

제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진듯 하기도 하고 뭔가 이 프랜차이즈에서 반복되듯이 일하는 것에 실증도 나고,

정해진 메뉴들과 정해진 장비들만 다루는 것에 지루함을 느껴서

아는 분이 창업준비하는 카페 직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네요.


거기서 인테리어 초반부터 시작했던 지라 많은 시행착오들이 새로운 경험이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급배수를 구성과

바 구성, 바와 싱크대의 높이 설정, 창고 구성, 의자 테이블 구성, 화장실은 어떻게 관리 할지 등등.....

이후에 본격적으로 장비가 들어왔을 때 구경도 하고 거들면서 이것 저것 만져보니 색달랐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해당 장비를 구매하게 된 주방업체가 굉장히 통수를 많이 쳤던..... 대표적인 예로 중고 GB5를 사장님이 매입하셨는데,

어떻게 되먹은 중고품인지는 몰라도 3그룹전부가 다 유속이 달랐던.... 게다가 추출량 세팅은 매번 어긋나는 부분은

그라인더도 문제였고 머신도 문제.... 이때 중고 물품 구매하는 것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더라죠. 

하도 궁금해서 사장님한테 대체 저딴걸 2천이나 주고 매입했냐니까 

황학동 주방거리 제일 입구에 제일 큰 가게 눈에 띄길래 가서 덜컥 계약했다고...)


그 매장에서도 2년정도 일하고 서로 뒷끝이 안 좋아 결국 나오고 이후에 투잡 파트를 뛰면서 카페쇼도 다니고 하다가

아파트 단지 내의 커뮤니티센터 의 카페에 어쩌다 보니 취업하게 되었네요.


고정 시간 출근에 일하는 수준에 비해 나쁘지 않은 급여(최저보단 살짝 높은수준)인데 여긴 벌써 3년째 다니게되었네요.

말이 카페였지 처음 왔을 때는 당황 스러울 정도의 수준이였던지라 거의 8할을 바꿔야 했습니다.

특히나 '고작 2000원 짜리 커피, 아파트 단지내의 볼품 없는 카페'라는 말이 영 좋지 않아서 

하나씩 바꿔나가기 시작했네요.


특히나 커피 추출은 절망스러운 수준.... 입주민들은 커피가 맛없는게 원두 때문 아니냐면서 납품을 바꾸자는 말에

원두 납품 대표님이 곤혹을 치르셨더군요.

(관리가....전혀... 사실 그도 그럴것이 그 전까지 일하던 카페 파트 직원들은 제대로 잘 모르고 걍 일했던...근무 일지를 보니

추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서 매주마다 원두 납품 업체 대표분이 직접 와서 관리를....)

제가 오고나서 원두 대표님한테 연락이 안가니 대체 어떤 신규 직원이 들어왔길래? 하며 

원두 납품 대표님이 궁금하셔서 보고 가셨네요.


이후에 사무실 분들 붙잡고 설득, 설명 ppt까지 만들어 

따라다니면서 설득한 결과 하나씩 하나씩 바꾸게 되었더랬죠.

(그렇게해서 처음 손댄게 정수기업체에서 달아주고간 가정용 정수필터를

파라곤으로 교체였습니다. 그전까지 카페의 장비들 물줄기가 약한게 건물 수압이 낮은거라고 모두가 오해하고 있었더군요,

심지어 방재실에서도... 가정용 필터 이거 하나에 제빙기 2대, 머신, 파우셋, 온수기)


그렇게 필터 바꾸고 추출바꾸고나니 아파트단지 카페 맛이 없다에서 좋아졌다로 바뀌고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더니

처음엔 왜 바꿔야 하느냐에서 또 교체해야 할게 있느냐라는 말에 거진 5년만에 머신과 그라인더를 새로 구매하고, 

디퍼웰을 설치하고, 메뉴도 새로 만들고 음료 제조 방식도 싹 손대고

어쩌다 보니 작년에는 전체 리모델링을 하는데 참여까지 해버렸네요.

아, 최근에 얼음이 딸린다고하니 대형 제빙기로 바로 교체들어갔네요. 제빙량 290짜리 수랭식으로....이렇게 거대한 녀석으로 구매할 줄은 몰랐는데.... 이번 여름은 빡시게 해야겠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 바리스타라기 보다는 그냥 카페업무를 관리하는 '매니저'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이 글에서도 그렇구요. 


혼자 책보고 박람회나 세미나는 자주 돌아 다녔지만 누군가 밑에서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제게 스승이라 하면 각종 유튜브와 책이 었습니다. 라떼 아트도 배워본적 없어서

이제서야 겨우 하트나 따라 만드는 수준이네요.


세상에는 저보다 더 잘 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저는 저만의 카페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 그런지

솔직히 아직 까지도 바리스타라고 불리는게 영 맞지 않는거 같아요.(자격증도 없으니)


아무튼 대충 저의 6~7년 카페일이 이랬습니다. 시행착오도 정말 많이 겪었고, 그 것들이 쌓여서

(자잘하게 사람 대하는 법, 진상 대처, 어투와 어법, 음료 만들기, 추출, 매장 청결, 관리, 수발주, 재고 등등...)

하나의 저를 만든 듯 합니다. 


요즘 아무래도 이런 저런 이슈들 때문에 어수선한 게시판 분위기 인지라

'이렇게 카페일을 경험한 사람도 있더라'하는 투로 글 써봅니다.


여러분들의 커피내리는 삶은 어떠신가요?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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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72X호

2022-05-30 01:51  #1880263

대단해요! 진짜 열정적이신게 느껴집니다! 사장님을 잘만나셨네요. 제 첫사장님은 리버뷰 카페 차려놓으시고 로스터기 망가진거 하나 사다놓고 손님한테 커피볶는다고 하시면서 원두 납품받아서 사용하셨고 또 자연발효로 빵만든다고 하고 말라비틀어진 브라우니에 여러종류 빵을 때와 배로 파는 사장님이셨는데요ㅋㅋㅋㅋ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는건 없으신데 여기저기 주워들은걸로 아는척 엄청하셨던 사장님이셨더랬죠.ㅋㅋㅋ저도 이제 개업하는데 작성자분처럼 열정적인 인연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작성자분은 개업하셔도 성공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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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02X호 작성자

2022-05-30 15:22  #1880680

@익명0072X호님
아직은 창업은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지만 꼭 좋은 카페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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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23X호

2022-05-30 01:53  #1880267

일에 정말 열정을 가지고 임하시는게 보이네요 더 승승장구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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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02X호 작성자

2022-05-30 15:23  #1880684

@익명0123X호님
응원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해 보이고싶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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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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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13X호

2022-05-30 09:03  #1880360

대개 이런 분들이 성공하죠. 고용주 입장에서도 믿고 맡기고 그만큼 더 대우해주고 싶은 그런 직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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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02X호 작성자

2022-05-30 15:23  #1880688

@익명0113X호님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보잘 것 없는데
이런 칭찬의 글이라니 후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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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74X호

2022-05-30 12:03  #1880476

이런 사람을 충신이라고 하는거지! 발전하고 크게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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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02X호 작성자

2022-05-30 15:24  #1880699

@익명0174X호님
충신이라니… 괸시리 어깨가 무거워지는 군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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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56X호

2022-05-30 14:00  #1880564

멋지세요. 글쓴 분과 같이 일하는 사람은 정말 10명중에 1명도 찾기 힘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건승하시길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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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02X호 작성자

2022-05-30 15:25  #1880703

@익명0056X호님
분명 또 어딘가에 저처럼 혹은 저보다 더 바보같지만 우직하게 하는 사람이 있을거 같습니다 ㅎㅎㅎ 건승의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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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50X호

2022-05-30 14:40  #1880629

정말 담담하게 쓰셨지만 노력과 열정이 느껴졌고 많이 반성합니다.

자격증이 중요한게 아닌걸 다시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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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02X호 작성자

2022-05-30 15:25  #1880707

@익명0050X호님
그래도 가끔씩 자격증하고 sca 따신 분들 보면 멋있고 부럽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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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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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15X호

2022-06-06 16:39  #1886417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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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01X호

2022-06-09 07:06  #1889249

멋지십니다 덕분에 동기부여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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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53X호

2022-06-09 07:41  #1889260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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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95X호

2022-06-10 00:18  #1890387

모든 직장은 매너리즘에 빠질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도 너무 오랜기간 카페를 운영해 매번 새로운걸 해도 이 공간이나 이름자체가 매너리즘입니다. 다들 그렇게 커피를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질수 있지만 


님처럼 열심히 만들어가는 모습이라면 그 단지에서 로스팅해 단지사람들에게 납품하셨을 모습이 몇년뒤 님의 모습같네요. 

자격증 없어도 커피를 사랑하고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카페 모습에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님의 커피를 좋아할 것을 믿습니다. 

님처럼 볼품없이 7평남짓 작게 시작해 동네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로스팅 납품사업까지 하게되었네요. 가격이 저렴해도 커피맛이 좋고 님의 철학이 담겼다면 세상 행복한 그동네 사람들의 스페셜티 커피인듯 합니다. 

위의 분 댓글처럼 승승장구 하시길~ 필~ 나중에 어디 아파트인지 한번 가서 인사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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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82X호

2022-06-15 17:08  #1895541

작성자님의 글을 보면서 제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매장에 한번 찾아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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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51X호

2022-06-16 00:33  #1895937

정말 빠르게 변하는 커피시장에서 매일 공부하고, 또 몸으로 부딪혀서 깨우치는게 진정한 지식인것 같아요~ 자격증도 좋지만 현장에서 배우는게 훨씬 더 이롭고 값진 경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커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경험이 많은 매장에서 경험해야 일치하는 부분이죠.. 현실이 그렇지 않은곳이 많아 아쉬울 뿐 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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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70X호

2022-06-17 22:06  #1897806

정말 멋지고 대단하십니다 환경을 탓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나름대로 타파하려고 노력하고 증명하고 실제로 설득까지 되었다니… 어딜 가서 뭘하든 뭐라도 해내실 분 같아요 반성이 많이 되네요 이런게 진정한 커리어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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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45X호

2022-06-20 01:11  #1899275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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