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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소비한다는것에 대하여

Jun 12, 2019


ⓒpixabay.com


우유를 소비한다는것에 대하여


[필자 주] 동물복지에 유독 관심이 많은 필자의 성향이 반영된 글입니다. 우유를 소비하기전에 한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하는 주제를 통해 커피업계가 소비하는 우유가 보다 가치있게 쓰이길 원하는 마음에 이 글을 적습니다.


얼마전까지 저희집 냉장고에 좀체 떨어지지 않는 식재료 중 하나는 단연 우유였습니다. 우유는 빵, 씨리얼 등과 함께 주로 소비하지만 사실 그 자체로도 맛과 영양이 좋은 식재료죠. 집에서만 평균적으로 매주 2~3 리터 정도는 거뜬히 마셔왔으니 저의 연간 소비량은 무려 100리터를 상회하는군요.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마시기도 하고 요리에 치즈, 버터등을 아낌없이 쓰는 식습관을 가진 저는 꽤나 심도 있는 유제품 마니아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듯 합니다. 그런 제가 최근 우유소비를 줄였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유를 과음하던 습관을 버리고 있다고 해야 맞을듯 한데 역설적이게도 우유라는 식재료에 대해 관심을 가질수록 소비를 줄이게 되더군요.



* 스페셜티커피처럼

블랙워터이슈를 보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아마 스페셜티커피의 매력에 대해 이견을 갖지 않으실 겁니다. 어두운 색의 쓴 음료에 지나지 않았던 커피는 스페셜티커피 산업이 발전하며 어디서 어떻게 재배되고 수확되는지에 대한 과정, 그리고 생산자부터 바리스타에 이르기까지 커피를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연들을 품은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존재가 되어왔죠. 어쩌면 잔에 담긴 커피로부터 경험하는 향미보다 커피가 가진 스토리에 더욱 매료되어 스페셜티커피와 사랑에 빠지게 된 분들도 적지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혹시 우유가 우리의 컵에 담기기 까지의 여정을 살펴보신적이 있나요? 에스프레소와 섞여 카푸치노, 라떼 등 화이트 커피의 형태로 우리가 적지않게 소비하는 우유의 배경에 대해서 말입니다. 커피재배부터 추출에 이르기까지 커피에 대해서는 그토록 각별했던 관심이 우유에 대해서는 여태 최종 제조단계인 스티밍과 푸어링 과정에 그쳤던 걸까요? 그동안 우리는 왜 스페셜티커피를 보듯 우유를 보지 못했던 걸까요?



ⓒpixabay.com



* 우유가 우리에게 오는 길

아시다시피 우유는 젖소를 통해 얻습니다. 우리가 '젖소'라 부르는 흰/검 얼룩무늬의 소는 홀스타인 이라는 품종의 소입니다. 우유 생산량의 대부분을 이 홀스타인이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유 생산의 초창기에는 품종을 가리지 않고 착유를 했다고 하는데 이 홀스타인종이 생산량이 많아 품종 개량을 통해 전문적으로 젖을 짜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군요. 


저는 어리석게도 젖소는 언제나 젖을 생산할 수 있는 소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젖소니까 그냥 짜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어리석게도 포유동물이 젖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거죠. 왠지 언제나 하얀 우유를 생산할것만 같은 하얗고 검은 얼룩무늬를 보며 이성을 잃었(?)던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제 주변의 많은 분들 역시 모르고 있었다고 하네요.) 


포유동물은 새끼를 먹이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락틴(Prolactin)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젖을 생산합니다. 그렇게 생산된 젖은 사실 갓난 송아지의 몫이지만 인간이 소를 사육하며 안전한 수분섭취와 영양공급을 위해 소의 젖을 마시게 됐고 우리 생활에 있어 중요한 식재료로 자리잡는 오늘에 이르게 된거죠. 




ⓒthecattlesite.com



* 우유생산의 이면

위의 도표는 젖소의 우유생산 사이클을 보여줍니다. 한번의 임신과 출산을 거친 어미소 한마리는 약 10~12개월간 약 9톤의 우유를 생산합니다. 그리고 약 2개월 간의 '건조기'를 거친 후 다시 우유생산 사이클에 들어가죠. 또한 출산 후 약 2개월뒤엔 우유생산과 동시에 곧이어 인공수정이 이뤄져 다음 출산 사이클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다소 빠르죠.


이 우유생산 과정에 소의 입장에서는 다소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됩니다. 분만을 막 끝내 모성애가 절정에 이를 어미소와 갓 태어난 송아지는 곧 격리된다고 하네요. 송아지가 어미의 젖을 무는 기간을 길게 가져갈수록 우유의 생산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며 격리된 송아지는 약 두달간 인공포유 되다가 젖을 떼게 됩니다. 암송아지의 경우 태어난 후 약 14개월이 되면 인공수정이 가능한 상태로 성장해 자신의 어미와 같은 길을 걷게 됩니다. 모계로 우유 생산 역할의 대물림이 이뤄지는거죠. 수송아지의 경우 우유를 생산할 수 없으므로 경제성에 따라 송아지때 판매(도축)되거나 길러진 후 육우로 판매된다고 합니다. 대관령 어딘가의 푸른 목초지에서 즐겁게 뛰놀다가 젖을 짜는줄만 알았던 홀스타인 삶의 진면목은 사실 애환의 연속입니다.





* 시사점

'그럼 우유를 마시지 말자는 말이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필자는 여전히 낙농, 축산, 유업을 존중하며 해당 산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가치 또한 평가절하 하지 않습니다. 또한 우유의 영양성을 부정하거나 정부와 유업계와의 부당한 유착관계에 대한 음모론 따위도 믿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 역시도 유제품 소비를 완전히 끊는 상황은 마주하지 않을것 같고요. 다만 전체 우유 소비량의 적지 않은 비중을 담당하고 있는 커피업계에 계신 분들께서 우유를 좀 더 소중히 사용하고 귀하게 여겼으면 하는 마음을 이글을 통해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특히 블랙워터이슈를 보시는, 스페셜티커피를 다루는 분들이라면 더욱 공감해 주시리라 생각되었고요. 


오랜 산지 방문 경험을 가진 업계 인사로부터 '커피산지에 다녀와보면 잘못 추출된 커피라 할지라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반찬투정을 하는 어린 아이들도 농촌체험을 다녀온 후에는 밥상에서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하죠. 스팀피쳐에 넉넉히 담아 라떼 한잔을 제공한 후 남은 우유, 어쩌면 고객의 만족보다 본인의 만족을 위한 그림 연습 후 버려지는 우유, 유통기한 체크를 제때 못해 하수구로 직행하는 우유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게 무엇이던 산지에서부터 많은 이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산물이 어떤식으로든 허비 되어서는 안되겠죠. 우유 역시 관련 업계종사자들의 노고와 함께 수많은 동물의 희생을 바탕으로 얻어진 고귀한 생산물이라는 의식을 가져 주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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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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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

Jun 12, 2019 16:43

보유자격 없음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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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n 13, 2019 01:40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쓴만큼 많은 분들께 메세지가 잘 전달 되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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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c

Jun 12, 2019 20:34

B.STARTER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마냥 젖이 생산되는 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심도있게 살펴보지 않고 그저 그러겠거니.. 했었는데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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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n 13, 2019 01:42

우리 생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외부효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다면 분명 더 좋아질거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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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reaker

Jun 13, 2019 09:28

B.STARTER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낙농업을 존중하지만, 젓소의 일대기를 생각하니 마음이 안좋은 건 사실이네요. 앞으로 우유를 좀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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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n 13, 2019 14:06

인간으로서 자연을 잘 이용하되 그 방향이 조금 더 긍정적이면 좋겠죠? ^^ 매사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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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in

Jun 13, 20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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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더 생각하게 만드는 말씀인거 같습니다. 매우 공감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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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n 13, 2019 13:48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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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Jun 13, 20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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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유팩을 만질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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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n 14, 2019 17:07

다소 민감할 수 있는글임에도 오해없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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칰앤왚

Jun 13, 2019 20:23

B.STARTER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블랙워터이슈에서 많이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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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n 14, 2019 17:07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정보로 보답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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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myself

Jun 14, 2019 13:30

B.STARTER

참 좋은 글 같아요, 예전에 라떼아트 연습을 한참하면서 " 젖소들한테 미안해지네 " 라며 동료들과 농담삼아 한말이 기억나네요, 동료들한테도 글 내용을 전해줘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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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n 17, 2019 10:12

저도 한때 라떼아트에 빠졌던적이 있던지라 공감되네요 ^^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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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즌

Jun 15, 201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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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맞아요 ㅠ 우유.....그냥 인공물이 아니라 젖소의 젖인데 ㅠㅠ 내 라떼 연습만 생각하고 그 희생에 대해서는 자꾸 무뎌지네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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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n 17, 2019 10:15

저도 라떼아트에 열중하던때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화려한 디자인보다 고운 밀크폼으로 만든 단정한 모습의 음료가 더욱 매력있다는걸로 귀결 됐어요. 연습은 소비자 만족으로 가는 방향이어야 할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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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돌고래

Jun 17, 20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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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에요! 다음엔 우리나라에서 우유값이 책정되는 방식에대해서도 다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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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n 17, 2019 10:16

제가 우유전문은 아닌지라 그 방향으로까지 취재력이 닿을지 모르겠지만 고려해 보겠습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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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용

Jun 17, 2019 13:33

B.STARTER

우유 생산량이 홀스타인의 1/2 이하인 저지 젖소도 국내에 소량 있습니다. 서울우유 밀크홀에서 판매하고 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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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n 17, 2019 16:18

아 그렇군요, 풍미가 다르려나요. 기회되면 마셔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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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ri

Jun 24, 201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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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지네요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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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me

Jun 25, 2019 22:00

보유자격 없음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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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메리

Jul 16, 2019 20:28

보유자격 없음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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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차

Jul 22, 2019 08:20

보유자격 없음

소야 ㅠㅠㅠㅠ미안해 ㅜ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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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L노대표 작성자

Jul 22, 2019 14:37

그러시라고 작성한 글은 아닙니다만... 소야 고마워 ^^ 하시면 더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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