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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키스반더 웨스턴 방문, 그리고 슬림 짐(Slim Jim)

2019-07-19  




최근 약 2주간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3국을 통해 관련 머신 업체들을 방문한 후기를 몇가지 이슈로 나눠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여정에 동참케 해주신 (주)두리트레이딩측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지난번 방문했던 네덜란드의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사 키스반더 웨스턴(Kees Vander Westen) 팩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좀 써볼까 한다. 사진들을 쭉 정리하다보니 키스반더 웨스턴의 신형 모델인 슬림 짐(Slim Jim) 특집이 될 것도 같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슬림짐에 대해 그리 큰 기대가 없었다. 스피릿의 하위 기종으로 막연히 생각했던 탓이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본 슬림짐은 스피릿의 단순 하위 모델이라기에 애매한 부분이 많았고, 내 예상을 벗어나는 꽤나 재미난 머신이었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슬림짐에 대한 사진들이 대부분이라 본의 아니게 이번은 슬림짐 특집이 되버린 감이 있다. 

여튼 혹시나 읽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내가 방문한 그 때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혹시 아래 영상을 보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먼저 한번 플레잉 이후 읽으시는 걸 추천한다. 


| Mirage Slim Jim의 공식 프로모션 영상




키스 반더 웨스턴의 공장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외곽에 위치해 있다. 재미있게도 키스반더 웨스턴측의 마케팅 파트는 대부분 키스반더 웨스턴의 세 따님들이 담당한다. 그 중 마케팅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첫째 따님이 테슬라X 모델을 타고 직접 픽업을 해주신 덕에 편히 방문 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재미있게도 올드카들의 천국이기도, 또 테슬라의 천국이기도 했다. 

키스 반더 웨스턴이 직접 20년간 소장한 1964년식 썬더버드는 슬림 짐의 동영상에도 나오는 바로 그 차량인데 많은 요소가 키스 반더 웨스턴의 에스프레소 머신과 닮아있다.   


 

 


이밖에도 아직 잘 굴러다니는 올드 폭스바겐 골프 GTI도 보였다. 키슨 반더 웨스턴은 약 3개동 이상의 건물을 R&D, 생산, 물류 창고 등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모두가 수제작 되고 담당 엔지니어들로부터 직접 조립되고 있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각각의 머신 출고 테스트장도 볼 수 있었는데 사진은 멀티 펌프를 통해서 스피릿 등 머신들의 성능 검사를 실시하는 시험장이다. 이런 데스크가 꽤나 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지만 배관길이, 구부려놓은 형태와 정리해 둔 모습을 보면서 키스 반더 웨스턴이 편집증적인 성향이 있는게 확실하단 생각이 든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슬림짐은 이미 해외에는 출시되어 판매 중인 지역이 있고, 국내는 아직 인증 문제로 정식 판매는 되고 있질 않았지만, 키스 반더 웨스턴에서는 슬림짐을 사내 추출용 머신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마침 함께 동행한 정경우 바리스타님이 직접 가져간 커피로 모닝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슬림짐의 그룹헤드는 스피릿과 큰 차이가 있다. 보일러 규격이 800ml 사이즈로 줄어들고 실린더 형태의 보일러부 대신 아예 넥 형태의 연장인 직육면체 형태로 변경되었다. 내부 추출수의 자연적인 순환을 위해 기존의 스피릿과 스피드스터보다 넥의 기울기 각도는 좀 더 크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실제 케이싱이 오픈된 슬림짐은 펌프 방식이 아닌 레버 머신 버전이었다.  보일러 구조는 동일하며 그룹 헤드만 레버식으로 바뀐 셈이다. 레버 머신 버전은 기존의 레버머신과는 다르게 그룸 헤드를 인퓨전 단계에서 락킹 할 수 있는 구조가 적용되었고, 각 그룹별 스프링 장력을 캘리브레이션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적용이 되어 있었던 것이 인상적. 아마 레버머신의 실 출시 시기는 꽤 더 오래 걸릴 것이라 들었다.  



슬림짐의 하단부 디스플레이 패널은 그룹별 온도와 각각의 세팅을 터치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디지털을 적용했지만 큼직한 디스플레이와 토글 스위치는 경비행기의 콘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날 방문에서 가장 재밌었던 시간은 키스반더 웨스턴과 오랜시간 함께 일해온 수석 엔지니어와의 이야기였다. 평소 궁금하던 부분에 대해서 장시간 이야기 나눌 수 있었고, 키스반더 웨스턴의 제조 철학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키스반더 웨스턴의 각각의 주요 파츠가 어떤 접근하에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부분은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은 지점도 존재했다. 키스 반더 웨스턴은 실제로 엄청난 규모의 제조사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오로지 매니아틱한 접근으로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슬림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스팀 보일러와 각각의 그룹헤드 보일러는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조되고 있으며, 이는 각국의 인증 규격에 쉽게 부합하기 위함인 것으로 설명했다.  





슬림짐은 스피릿과는 다르게 추출전 압력을 지연시키는 인퓨전 챔버가 존재한다. 사실 이것은 내가 사용하고 있는 스피드스터에 이미 적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사이즈는 스피드스터의 것 보다 더 크다. 스피릿의 경우는 그룹헤드 상단에 별도의 챔버를 설치하는 Idro-matic 방식이 있다. 각각의 챔버들의 사이즈는 스피릿의 Idro-matic > 슬림짐 > 스피드스터의 순이다. 

우리는 프리인퓨전 시간의 지연과 가용 범위를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했다. 키스반더 웨스턴은 누가 사용하든 훌륭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기본적인 머신을 제조사가 내어놓는 것이 자신들의 철학이며, 기타 추출 가용성은 사용자 혹은 서드파티 측의 도움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슬림짐의 경우는 생각보다 쉽게 그룹별 프리인퓨전 챔버의 내부 용적을 변경 할 수 있는 구조였기에 차후 그룹별 인퓨전 챔버의 크기를 다르게 변경하면 다양한 커피 세팅에 맞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슬림짐의 경우는 굉장히 특이한 기능이 있다. 프리히팅 시스템이 그룹헤드의 추출수 세팅에 맞게끔 자동적으로 변경된 온도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각각의 그룹헤드로 프리히팅된 가열수가 유입되기 전 분산 블록은 프리히팅된 추출수의 온도를 감지한다. 그리고 추출 보일러 세팅에 맞춰 분산 블록에서는 온수+냉수의 워터 믹싱 기능을 통해 그룹헤드로 적합한 온도의 열수를 공급하는 구조다. 더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기능을 통해서 실제로 그룹헤드로 들어가기 전 분산 블록이 미리 스케일에 희생(?)당하는 역할을 한다고. 





슬림짐에는 엄청난 크기의 열교환기(HX)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열교환기의 구조 역시 대각선으로 휘어진 형태로 스팀 보일러 내부에서 써모싸이펀의 효율을 높이는 구조다.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구조 덕에 그냥 한시간 이상 물흘리기 상태로 머신을 작동 시켜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여튼 이런 디테일을 보자면, 정말 매니아들이 만드는 머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여튼 슬림짐은 키스반더 웨스턴에서 애초에 스피릿의 하위 포지션의 모델로 탄생되었다. 하지만 사실 모든 것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탓에 옵션이 들어가면서 슬림짐은 스피릿의 가격을 넘어서기도 한다. 때문에 직접 슬림짐의 타게팅이 스피릿의 상위인가 하위인가?란 질문을 해봤다. 답변은 기본적으로 스피릿의 하위 모델. 이유는 간단했다. 스피릿이 멀티 펌프로 구동되는 머신이라면 슬림짐은 단일 펌프라는 점이다. 따라서 사용성이 엄청나게 많은 카페에서는 스피릿이 추출 압력 일관성 유지에 있어서는 적합하단 설명이다. 하지만, 사실 펌프만 제외하고 난 여러가지 디테일에서는 쉽게 하위 모델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마치 자동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해하실 포르쉐의 박스터와 911과의 관계랄까. 여튼 굉장히 재미있는 머신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외적으로는 디자인이 매우 강점을 보이는 모델이라 나 역시 혹하는 머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넌지시 1그룹 모델은 만들 계획이 없는지 물었다. 대답은 "NO".  

어쨋든 키스반더 웨스턴의 방문은 내게 슬림짐에 대한 크나큰 관심을 낳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12년전 출시된 스피드스터의 에스프레소 추출 품질은 여전히 스피릿과 슬림짐을 능가할 때도 있다라고 말하는 테크니션을 대답을 들으며 한켠으로 위안을 삼기도. 




방문을 마무리 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심취해 있으면서 64년식 오픈카를 타면서 인생을 즐기는 키스반더 웨스턴을 보면서 이 양반이야 말로 "성공한 덕후"의 전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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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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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hoSong

2019-07-19 14:27  #841785

멋진 경험 하셨군요~추천드립니다~^^

사진속 많이 뵌듯한 바리스타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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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2019-07-19 20:06  #842603

감동적인 방문기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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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y

2019-07-22 01:49  #847762

자세한 설명과 사진 감사합니다!!한번쯤 만나보고싶은 머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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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djcho

2019-08-12 16:27  #902098

커피에 첨 취미에 들면서 KVDW 에 엄청 관심 이었는데..Synesso 를 알고는 예전 만큼은 아닙니다만, 여전히 멋짐은 최고 입니다. 그리고 아주 조심히,, 말씀 드리자면  Boxter 와 911 로 비교 하시면 두 기계에 엄청 수준의 차이가 있다는 반증 입니다. 즉 두 차량의 차이가 엄청 비교 불가로 크다 뭐 이런 말 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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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작성자

2019-08-12 16:43  #902104

@dondjcho님

^^ 네 박스터의 미드쉽 밸런스는 RR인 911 보다 낫다는 평이 중론이기도 한데, 그 때문에 엔진 출력 봉인으로 급을 겨우 나누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제가 박스터 오너인지라)옵션에 따라서 911 카레라와 묘하게 가격 경계가 흐려질 때도 있더라구요. 여튼 슬림짐이 참 잘 나오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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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djcho

2019-08-12 23:03  #902660

@서리님

ㅋㅋ 오너 이신데 제가 뭘.. 미드쉽 밸런스 인정 입니다.  저도 젊었을땐 이 집 차들을 여러대 만져 보아서는.. 오지랍을 살펴 주소서...어쨋든 스피릿 처럼 멋잇는 자태와 폭팔적인 성능이 비슷한 느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