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르로스터스의 울프퀘스트가  돌아왔습니다.  카페쇼의 열기로 들떠 있을 때, 저는 왠지 리사르로스터스가 생각났습니다. 마침 패널리뷰도 잠시 쉬어가는 시기어서 모처럼  제가 원두를 골라 주문해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요. 울프퀘스트의 블렌딩이 바뀌었길래 얼른 주문해보았습니다.

(새로 바뀐 블렌딩 비율)

Gen Antigua SHB, 과테말라 50%
Hunkunte G2, 에디오피아 35%
La Palma Chalatenango, 엘살바도르 15%

중미 65%, 에티오피아 35%의 황금비율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2013년 버전을 워낙 맛있게 마셨던터라, 이번 시즌블렌딩이 무척 기대가 되더군요. 참고로 기존의 블렌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2014년 상반기)

Muramvya AA, Brundi 50%
Hafursa  Yirgacheffe 35%
Finca Pedregal Cauca, Columbia 15% (품종 Caturra/Castillo, 가공 Fully Washed)

(2013년)

Floresta SHG, El Salvador 50%, (Bourbon, Washed)
Aricha Yirgacheffe 35%, (Washed)
Las Victorias, El Salvador 15% (Bourbon/Pacas, Washed)

울프퀘스트는 6개월마다 블렌딩이 바뀌지만, 한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바로 Full washed 프로세싱을 거친 원두를 사용한다는 것이죠.. 그로 인해 밝은 톤, 깨끗한 산미와 같은 특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커피 자체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언제 마셔도 편안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 시즌블렌딩도 그와 같은 기조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저는 커피를 판단할 때 밸런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맛과 향이 있어도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마실 때 느낌이 자연스럽지 않다면, 한 모금을 삼키고 바로 다음 한 모금을 마시는데 주저하게 된다면 좋은 커피라고 할 수 없지요. 미식의 기본은 "조화"니까요. 테이스팅 노트에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가 많아도,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울프퀘스트의 테이스팅 노트는 단순합니다. sweetness, orange, berries, chocolate, good body, syrupy, clean. 일단 제가 모르는 단어는 없네요! 사실 위와 같은 노트는 좋은커피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노트라고 할 수도 있지요. 사실 조금 밋밋해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울프퀘스트를 좋아합니다. 이유는 맛있으니까요. 스페셜티 커피라는 점을 뽐내기 위해 일부러 산미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사실 커피에서, 아니 모든 과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맛'이 아니라 '단맛'입니다. 당도를 높이기 위해 다들 애를 쓰고 있죠.  신맛은 단 맛을 부각시키기 위한 역할을 해야합니다. 그냥 달기만 할 때보다, 신맛이 약간 감돌면 더 맛있어지니까요. 울프퀘스트는 그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참 좋습니다. 적절한 조화가 맛의 상승효과를 일으킵니다.

이번 시즌블렌드는 거기에 오렌지같은 느낌이 약간 더해졌습니다. 라떼로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습니다. 우유의 텁텁함이 전혀 없고, 가볍고 상큼한 맛이 라떼 원샷을 유발합니다. 이건 베리향보다는 오렌지향에 가깝다, 그런 느낌이 듭니다.

물론 아메리카노도 맛있습니다.  최근에 마신 엘카페로스터스의 푸른밤과 비슷한 느낌도 드네요. 푸른밤보다는 약간 tone down되어 있고 chocolate맛이 좀 더 더해진 느낌? 요즘같은 계절에 딱 맞는 가을커피입니다.

이번 시즌 블렌드도 무척 좋습니다. 바뀌기 전에 한 번 드셔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