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블랙워터 원두패널 리뷰 #6]


커피몽타주의 비터스윗라이프, 센스앤센서빌리티

이제 패널리뷰도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사실 11월만큼 커피를 마시기 좋은 계절이 없는데 연속되는 출장으로 거의 집에 붙어있질 못해 커피를 많이 즐기질 못했습니다. 어느덧 2014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그리고 커피몽타주의 블렌딩 커피 두 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 커피몽타주를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원두를 받고 검색해보니 꽤 유명하더군요. 나이를 먹다보니 자꾸 알고 있는 것에만 안주하게 되나봅니다.  먹고 즐기기에 충분한 로스터를 이미 알고있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로스터를 찾는데 소홀해지네요. 

늘 그래왔듯이 원두 구성부터 살펴봅니다. 한 두번 커피를 즐기고 말게 아니라면 커피의 품종과 처리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됩니다. 품종이나 처리방법별로 본인만의 맛의 레퍼런스를 만들어두는 것이지요. 물론 원두마다 다 맛이 다르지만 횟수가 반복되면 평균적인 맛이 이 정도구나하는 느낌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고나면 유사한 성격의 커피가 로스터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느낄 수 있게 되지요. 물론 저는 입맛이 단순해서 그 정도까지는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터스윗라이프는 인도 Mysore Nuggets가 60%, 에티오피아 Kokanna가 40% 섞여 있습니다. 모두 Washed 입니다. 인도 Mysore Nuggets는 어쩐지 낯이 익다했더니, 얼마전에 마신 알레그리아커피로스터스의 정글 에스프레소 블렌드에도 들어가있던 원두입니다. 이번에는 그 비중이 60%니 보다 명확한 특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디오피아 Kokanna는 처음인데다, 솔직히 에디오피아의 washed 커피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편이라서 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맛을 보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쓴맛을 싫어합니다. 커피를 추출할 때도 과다추출보다는 차라리 과소추출되는 편을 선호합니다. 단맛을 이끌어내려면 부수적으로 쓴 맛이 늘어나기는 합니다. 추출이 길어질수록 단맛의 증가폭은 작아지고, 쓴맛의 증가폭은 늘어나지요. 약간의 쓴맛을 감수하는 대가로 더 큰 단맛을 얻을 수 있다면 좋지만, 그래도 쓴맛이 지나쳐 밸런스가 무너지는 단계를 넘어서는 안됩니다.

비터스윗라이프는 달콤쌉쌉함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처음에 두려움이 있었는데, 첫 샷이 너무 좋았습니다. (로스팅 4일차 개봉) 약간 쓴맛이 있기는 했지만 단맛도 충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기대를 아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답답한게 다음 날부터 그 맛이 안나는 겁니다. 분명히 맛이 있었는데 재현이 안됩니다. 메쉬를 풀면 맛이 거칠고, 조이면 쓴맛이 두드러지고..밸런스가 맞는 샷을 뽑기가 어려웠습니다. 비터스윗라이프는 저에게 좌절감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비터스윗라이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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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감을 준 비터스윗라이프, 그래도 라떼로는 맛이 좋았다.>

센스앤센서빌리티는 제가 좋아하는 신맛과 단맛의 조화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원두 구성을 보면 케냐, 에티오피아, 니콰라과가 섞여있습니다. 동봉된 안내물에도, 홈페이지에도 프로세싱에 대한 언급은 없는데 이 중 에티오피아 Kokanna는 washed 임이 확인되었고, 케냐와 니콰라과는 내추럴인 경우가 드문 지역이므로 전체가 워시드일 확률이 90% 이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기대를 하고 맛을 보았는데, 이 것도 비터스윗라이프만큼 쉽지  않네요. 밸런스가 잘 맞는 추출포인트를 찾기기 힘들었습니다.  센스앤센서빌리티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도 들긴했습니다.  원두의 색깔과 기름이 언뜻 비치는 정도로 보았을 때 볶음도가 낮은 편이 아니었거든요. 맛에서도 쓴맛이 쉽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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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어려웠던 센스앤센서빌리티>

커피는 어려운 걸까요? 물론 그럴수도 있지만 홈바리스타인 저는 쉽게 생각합니다.
커피가 맛있게 추출되지 않을 때, 홈바리스타의 해법은 간단합니다.
내 손에서 맛있게 추출되는 커피, 내가 가진 장비로 맛있게 추출되는 커피를 구하는 겁니다.
커피몽타주는 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전 다시 쉬운 커피로 입가심해보려고 합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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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2014-12-11 12:41  #89143

잘 봤습니다. 예전 커피 몽타쥬는 디자인 커피 콜렉션에서 만나본적이 있었습니다. 잠시간 멋진 커피를 드셨다는 경험이 왠지 뭔가 더 아련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