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카페

  

처음처럼 17.03.13. 12:05
댓글 1 조회 수 2766
웹사이트 http://www.SquareGarden.co.kr
위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로5길 26. 1층 스퀘어가든
설립 2008년 6월 1일
최고책임자 박성희
헤드 바리스타 박성윤
소속 바리스타 최지선, 이동우
에스프레소 머신 라스파지알레
커피 그라인더 안팜온디멘더
기타 장비 후지로얄1kg, 후지로얄5kg

Square Garden Coffee 경영수기

 

1996년 여름

안녕하세요. 여기 서래마을 00커피숍인데요. 커피 다섯 봉지 부탁합니다.”

어디라고?”

네 서래마을 00커피숍인데요~”

! 너 커피 하는 새끼 맞아!??? 안 팔아!” ..............

 

뭐야? 내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는 거지?

욕을 먹을 정도로..............내가 뭘 잘못한 건가?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서래마을,

그 중에서도 가장 잘 나간다는 커피숍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매니저로서 그냥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커피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커피... 다섯... 봉지...

커피... 봉지....

~~ 커피 다섯 봉지....그게 문제였다.
커피 5킬로 부탁드립니다. 라고 주문을 했어야 하는 거였다.

 

그랬다. 난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커피에 입문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커피공부를 하다 보니 그때 주문 드렸던 곳은 다름 아닌

다도원의 박원준 선생님이셨다. 대한민국 커피 1세대 13...

다도원의 박원준 선생님의 호된 꾸지람이

지금의 스퀘어 가든을 있게 해주신 분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커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배울 것이 너무 많은 거 같다. 입문한지 벌써 17...

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나는 대학 때부터 커피와 인연이 많았다.

물론 처음에는 인스턴트커피의 황금비율로 이름을 좀 날렸(?)었고,

커피숍에서 시급 2000원을 받으며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에는

커피머신과 커피숍 전반에 대한 것들에 대해 친숙하게 되었다.

 

미술학도, 에스프레소를 즐길 줄 아는 파리지앵이 되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할 때 쯤 단돈 80만원을 들고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커피에 꿈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가로서 더 큰 세상에서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여유롭지 못한 형편에 파리에서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 했고,

난 운 좋게 한인 민박집에서 공항픽업과 파리 가이드 등을 하며 파리에서 지내게 되었다.

 

16개월간의 파리 유학 동안 나는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파리지앵이 되어있었다.

물론 파리에서는 카페에서 일을 한건 아니지만 매일 마시는 에스프레소의 향기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커피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파리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넘어갔다.

본격적으로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영국 유학 시절이다.

영국의 작은 커피숍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오랜만에 커피머신을 만지면서

한국과 많이 다른 방법의 에스프레소를 접하게 되었다.

 

유레카!! 바로 이것이 정답이다! 라고 오만하면서

유럽의 에스프레소, 바리스타의 방법들을 염탐하고, 배웠다.

미식가가 아니라 미음가가 되어 영국 곳곳을 돌아다니면

1파운드도 안 되는 저렴한 에스프레소를 닥치는 대로 마셨다.

한국에서는 2002 월드컵의 열기로 불타오를 때,

내 몸은 에스프레소로 불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당시 내가 경험했던 에스프레소는 한국과 매우 달랐다.

에스프레소에 프리도우징? 그런 건 없었다. 그냥 갈아놓고 그전에 추출한 바스킷에 쿠키털고 덕지덕지 남아있는 거기에 그대로 받아서 템핑도 없이(심지어 템퍼도 없다) 그라인더에 달려있는 템퍼역할을 하는 스프링이 달려있는 걸로 대충 커피찌꺼기 날리면서 그대로 머신과 결합하고 추출!...

 

스타벅스를 가도.... 다른 카페를 가도.... 유명하다는 그 어떤 커피숍을 가도....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지금 한국처럼 정성스럽게 도우징하고 레벨링하고 템핑하고

추출하고 짧게 끊었네~ 늘어졌네~ 이런 개념조차 없는 샵들이 대부분이었다.

 

난 영국에서 이론이 아닌 커피를 즐기는 그들의 문화를 보았다.

아침이면 파리 사람들은 크롸상과 에스프레소를, 영국인들은 머핀과 에스프레소를 즐겼다.

그리고 하루 종일 수시로 즐기는 커피문화.

(물론 영국에서는 커피보다는 잉글리쉬티(밀크티)90%이상을 차지한다)

 

나는 점점 더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번엔 이탈리아다!

로마, 밀라노를 돌면서 미술전공자로서의 나는 없고

오로지 커피에 미쳐가고(?) 있는 나만이 존재했다.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셔서 나중에는 손이 떨릴 정도였으니까

미쳤다는 표현이 과하진 않다고 본다.

 

머신을 다루는 솜씨가 프랑스나 영국보다는 확실히 뭔가 다른 점이 있었다.

이탈리아 카페의 대부분은 에스프레소가 있는 곳에는 테이블이 거의 없다.

다들 서서 대화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흡연도 자유롭고..

심지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에스프레소는

아줌마인지 할머니인지 알 수 없는 흰머리의 빼빼 마른,

소심한 문신과 커다란 금 링 귀걸이가 인상적이던 그녀가 뽑아 주던 에스프레소이다.

그녀가 물고 있던 담배연기에 섞여 그녀가 나에게 건넨 에스프레소는 꿀맛이었다.

 

그리고 한 번은 로스팅을 하는 샵에 들렸는데 바닥부터 천정까지 커피로 도배되어 있고,

로스팅 룸을 구경시켜줘서 들어갔는데 아주 오래된 프로밧로스터에 장작으로? 로스팅을 하는 게 아닌가!!! ! 정말 충격이었다.. 생두들이 복도에 로스터 옆에 빼곡하게 싸여있고, 로부스타를 꼭! 사용한다는 설명에 또 한번 충격이었다. 로부스타... 그랬다. 한참을 마셔도 끝까지 살아있는 크레마의 비결은 어쩌면 로부스타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콜로세움 근처에 있던 200년이 넘은 커피숍도 인상적이었다.

한 자리에서.. 200년이라~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를 내가 실제로 보고 있던 것이다.

헌데 시모넬리 완젼 자동머신 3그룹이 2대가 있었는데 정신없이 눌러대고 계속 나가는 커피들...솔직히 말하자면 맛은...별로였다.

 

이렇게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낀 유럽에서의 에스프레소가

한국에 돌아와 스퀘어가든을 오픈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의 커피가 가장 맛있고, 참 잘한다. 아마도 한국의 예절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커피와 한국의 예절이 만나고, 한국 사람들만의 섬세함이 만나고, 근면과 성실이 만나 대한민국의 커피 맛을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일본에서 넘어온 미국스타일의 커피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 나는 스퀘어가든에서 커피를 볶고 있지만, 언젠가 한국 스타일만의 커피가 유행하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그 중심에 내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스퀘어가든의 탄생

스퀘어 가든에 와 본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작고 너무 아기자기한 게 귀여워요~~ 테이블 수가 적은 게 콘셉트인가요?

콘셉트라고 하면 콘셉트일 수 있지만 그 당시 어쩔 수 없는 나의 상황이 만든 콘셉트이다.

 

미술을 공부하겠다고 떠난 지 2, 커피에 흠뻑 빠져 돌아온 나는 뜬금없지만 집안의 사정 상 공인중개사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가업은 아니나 부동산업계에 몸담고 계신 아버지를 돕기 위해 아버지 밑에서 부동산 실무를 무려 3년이나... 배웠다. 처음 시험에 1차 합격하고 2차 떨어지고.... 다음연도에 2차 떨어지고 작년 1차 무효되고... 에이~ 다시!! 그런데 부동산 경기는 계속 하향세다..에이~~ 안해! 이정도면 됬어! 나 머릿속은 커피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부동산을 반으로 자르는 것이었다. 지금와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선뜻 장남의 제안에 오케이를 해 주신 아버지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던지라 작은 크기가 오히려 나에겐 꿈을 펼칠 수 있는 꿈의 공간이었다.

 

스퀘어가든을 오픈할 당시 한국에는 핸드드립이 유행을 하고 있었다.

유명하다는 핸드드립을 찾으러 한참을 다녔다. 그러다 대치동 커피볶는집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드립을 배우게 되었고, 낮에는 커피를 배우러 다니고, 밤에는 스퀘어가든 인테리어를 하였다. 스퀘어가든이 애착이 가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철거부터 마무리까지 전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는 것이다. 그 때서야 나의 전공이 빛을 발했다. 가게 곳곳에 작품처럼 묻어나는 그림들, 그리고 인테리어들이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쏟아 부었다. 꼬박 두 달을 넘게 후배들과 만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효율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차라리 빨리 공사하고 장사를 시작했으면 돈을 좀 더 벌지 않았을까... 아주 잠시 그런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있다.

 

스퀘어가든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며 가끔 인테리어를 의뢰하는 사람들도 있다.

커피숍의 인테리어란.... 내가 손님이라면......어떤 곳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까? 이렇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답이 보인다. 커피숍 손님의 다수가 여성들이고,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대고, 수다를 떨며, 도시생활의 잠시나마 여유를 갖고 싶어한다.

이국적이고, 이야기 거리가 많은 인테리어... 사진을 찍어도 찍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 될 수 있도록 구석구석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보면 아주 형편없이 비효율적인 공간과 지저분해 보일지 몰라도, 이런 어설픔과 손맛이 스퀘어가든의 자랑이자 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감성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커피숍에서 커피란...

커피...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게 바로 커피이다.

지금도 내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변덕스런 내 혀에.. 늘 놀라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은 정말 맛있어서 메뉴에 넣었는데 어느 날은 정말 맛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계속 메뉴가 바뀌는 매우 귀찮은 작업이지만 밖에서 볼 때는 이 커피숍이 살아있구나! 계속 뭔가 변화가 있고, 발전해가는구나! 라고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케어가든은 6개월마다 커피 메뉴가 바뀌며 지금도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커피는 신선한 과일의 열매입니다.

커피의 신맛은 과일의 신맛이에요.

커피는 농산물입니다.

커피는 농부의 열정과 땀과 꿈이 담겨있는 결실입니다.

 

이렇게 주장을 하며 어필을 해도 아직 커피를 모르시는 분들이 참~ 많다.

무조건 달달한 커피 주세요. 휘핑크림 많이요.

....이럴 땐 그냥 저 앞에 있는 별다방이나 콩다방 가서 드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일반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는 커피숍이 손님한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커피숍이 손님에게 추천하여 커피의 맛과 문화를 선도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퀘어가든은 시럽부터 없앴다. 설탕은 마스코바도 설탕으로 바꾸고. 휘핑크림도 빼고, 달달한 커피를 전부 빼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하면 시럽없는 카페라고 뜨기도 한다. 그래도 손님의 취향을 무시해서 매출이 나오나요? 매출은 어떤가요? 처음엔 나도 좀 걱정이 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3개월 1분기 매출이 상승했다. 이유는 시럽과 휘핑의 원가가 확!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스퀘어가든만의 새로운 커피 문화가 형성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야깃거리를 팔아라! 스토리를 팔아라!

그것이 어쩌면 스퀘어 가든만의 스토리가 되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하나의 스토리를 만든 뒤 또 다른 스토리를 덧 대였다. 아무리 그래도 달달한 커피를 찾는 손님은 여전히 찾아온다는 사실!! 그래서 새로운 메뉴 하나를 추가하기로 하였다. 메뉴이름은 하나 둘 둘 반

- 황금비율 라테 인스턴트커피에 길들여져 있는 당신께 추천합니다. 라는 제목으로 메뉴를 넣었다. 옛날 맥심 설탕 프림의 황금비율과 같은 이름 때문에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다. 그냥 라테에 설탕만 넣었을 뿐인데..

그리고 이분들에게 슬슬 작업을 건다(?). “그냥 라테도 드셔보세요.” 라고 추천한다.

정성스런 추출에 실키한 스팀밀크로 아주 고소해요.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꺼에요!

역시! 손님의 입맛을 이끌어 가는데 효과를 보았다.

이제 다른 데 가서 커피 못 마시겠어요오호~~ 여기까지!!

180도 바뀐 손님이 많아지는 뿌듯한 결과! 지금까지 스퀘어가든을 찾는 손님들이 내게 준 행복이자 보람이다. 이로써 스퀘어 가든만의 또 하나의 스토리가 생긴 것이다.

 

레디! 액숀!

뭔가 보여줘야 겠어! 매번 로스팅해놓고 팔리지 않으면 방향용으로 나눠드린다. 피 같은 비싼 원두를 말이다. 내 몸이 좀 고생을 해도....그래! 한번 해보자!!! 그린 빈을 고르시면 수망으로 바로 로스팅 해주는 주문 후 로스팅!

주문하시면 수망에 생두를 담고 착착착착 로스팅한다. 커피 볶는 향이 실내를 무겁게 진한 향이 진동을 한다. 사실 이건 내가 생각한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그런데 결과는 대 성공!! 그리고 나는 수망의 달인이 되었다. 양손에 2개씩 들고 할 수 도 있을 정도로... 바로 볶아서 드립하는 커피는 그것만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이렇게 수망 로스팅한 커피는 서버와 촛불워머와 함께 유리컵에 서빙된다.

 

간혹 커피를 좀 배우신분들이 오셔서 커피 볶은 지 8시간 후가 어쩌고 저쩌고... 3일이 어쩌고 저쩌고... 워머에 계속 올려놓면 산화가 된다는 둥....(사실 그렇게 오래 앉아 계시라고 놔 드리는게 워머가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 ~ 그렇군요~ 아는 척 하는 손님들의 말을 받아드리기는 하지만, 사실 나에게 이런 것들은 딴지를 거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스퀘어가든의 커피는 로스가 없어졌다. 일이 많아 내 몸이 너무 피곤해질 땐..이런 식의 작업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뚝배기 10여개를 놓고 그걸 다 하나씩 요리 하는 모습을 보고는 깨달았다. 5000원에 뚝배기에 한 그릇씩 찌개를 만들어 내는데 그런 고생에 비하면 나는 양반이구나...라는 생각에 지난 5년 간 수망을 계속해 올 수 있었다.

 

그 많은 커피를 전부 수망으로 볶으세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간혹 있다.

바로 눈앞에 로스터가 3대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도 이제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아직 로스터를 모르는 사람이 참 많다. 그래서 나는 아직 할 일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커피숍이 포화상태라고 말을 하지만 아직 한국의 커피시장은 멀었다고 생각한다.

 

상표등록!

모든 개인커피숍들이 자신만의 로고와 이름으로 야심차게 오픈했으나 이름과 로고를 이쁘게 만들어 놓고 지식권을 주장하지 못해서 흡사한 유사로고들이 많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같은 이름으로 다른 지역에, 비슷한 로고가 걸려도 법적소송을 할 수 없고, 심지어 대기업에 뺏기기도 한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만든 것들이 마치 본인이 원조인양, 원조가 짝퉁취급을 받는 아주 눈물나는 사연을 많이 봤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특허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로고와 이름 등록을 비교적 쉽게 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몇 가지 프로그램 다운받고, 첨부해서 보냈더니 9개월 만에 특허증이 나왔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스펙? 자격증? 중요해?

손님들 중에 간혹 바리스타 자격증 있어요?” 라고 주문하기도 전에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좀 당혹스러웠다. 필요한가요? 바리스타 자격증이? 이렇게 되묻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 보니 그냥 나 혼자 연구하고 커피팔고... 한 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가 커피를 하는... 그저 그런 장사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적이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적이 있다. 목표가 있어야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목표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1년 동안 목표가 생겨니 더욱더 열심히 커피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 때 아주 기초부터 다시 커피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커피의 세계가 보였다. 너무 재미있고, 내가 알고 있던 커피상식을 확! 뒤집는 큰 공부되었다.

 

커피를 공부하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파트는 유기산 파트였다. 커피의 산미!!

~ 이건 정말! 그동안 커피를 태웠다고 표현할 만큼 그 동안의 나를 반성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게 맞는 거구나! 커피는 과일이구나!

좋은 재료로 이렇게..... 바보같은 맛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니...

큐그레이더 공부하는 과정이 지금 나의 커피 인생에 많은 깨달음을 가져다 주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우수한 성적으로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땄지만

스퀘어가든에는 자격증이 하나도 걸려 있지 않다. 심지어 간판도 없다.

가끔 자격증을 걸어둬서 손님들에게 과시하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나는 전부 책장에 잘 넣어두었다. 자격증이 담긴 번쩍이는 액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환하게 웃고, 항상 친절하게, 손님과 간단하지만 따듯한 대화 한 두 마디를 나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액자 속에는 자격증 대신 손님들의 추억을 담을 수 있도록 사진이나 여행 다녀온 각국의 지폐들이 가득 차있다. 이런 감성적인 커뮤니티가 손님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profile

ABOUT ME

Square Garden Coffee 경영수기

 

1996년 여름

“안녕하세요. 여기 서래마을 00커피숍인데요. 커피 다섯 봉지 부탁합니다.”

“어디라고?”

“네 서래마을 00커피숍인데요~”

“야! 너 커피 하는 새끼 맞아!??? 안 팔아!” 뚜..............

 

뭐야? 내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는 거지?

욕을 먹을 정도로..............내가 뭘 잘못한 건가?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서래마을,

그 중에서도 가장 잘 나간다는 커피숍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매니저로서 그냥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커피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커피... 다섯... 봉지...

커피... 봉지....

앗~~ 커피 다섯 봉지....그게 문제였다.
커피 5킬로 부탁드립니다. 라고 주문을 했어야 하는 거였다.

 

그랬다. 난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커피에 입문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커피공부를 하다 보니 그때 주문 드렸던 곳은 다름 아닌

다도원의 박원준 선생님이셨다. 대한민국 커피 1세대 1서 3박...

다도원의 박원준 선생님의 호된 꾸지람이

지금의 스퀘어 가든을 있게 해주신 분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커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배울 것이 너무 많은 거 같다. 입문한지 벌써 20년...

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나는 대학 때부터 커피와 인연이 많았다.

물론 처음에는 인스턴트커피의 황금비율로 이름을 좀 날렸(?)었고,

커피숍에서 시급 2000원을 받으며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에는

커피머신과 커피숍 전반에 대한 것들에 대해 친숙하게 되었다.

 

미술학도, 에스프레소를 즐길 줄 아는 파리지앵이 되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할 때 쯤 단돈 80만원을 들고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커피에 꿈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가로서 더 큰 세상에서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여유롭지 못한 형편에 파리에서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 했고,

난 운 좋게 한인 민박집에서 공항픽업과 파리 가이드 등을 하며 파리에서 지내게 되었다.

 

1년 6개월간의 파리 유학 동안 나는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파리지앵이 되어있었다.

물론 파리에서는 카페에서 일을 한건 아니지만 매일 마시는 에스프레소의 향기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커피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파리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넘어갔다.

본격적으로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영국 유학 시절이다.

영국의 작은 커피숍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오랜만에 커피머신을 만지면서

한국과 많이 다른 방법의 에스프레소를 접하게 되었다.

 

유레카!! 바로 이것이 정답이다! 라고 오만하면서

유럽의 에스프레소, 바리스타의 방법들을 염탐하고, 배웠다.

미식가가 아니라 미음가가 되어 영국 곳곳을 돌아다니면

1파운드도 안 되는 저렴한 에스프레소를 닥치는 대로 마셨다.

한국에서는 2002 월드컵의 열기로 불타오를 때,

내 몸은 에스프레소로 불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당시 내가 경험했던 에스프레소는 한국과 매우 달랐다.

에스프레소에 프리도우징? 그런 건 없었다. 그냥 갈아놓고 그전에 추출한 바스킷에 쿠키털고 덕지덕지 남아있는 거기에 그대로 받아서 템핑도 없이(심지어 템퍼도 없다) 그라인더에 달려있는 템퍼역할을 하는 스프링이 달려있는 걸로 대충 커피찌꺼기 날리면서 그대로 머신과 결합하고 추출!...

 

스타벅스를 가도.... 다른 카페를 가도.... 유명하다는 그 어떤 커피숍을 가도....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지금 한국처럼 정성스럽게 도우징하고 레벨링하고 템핑하고

추출하고 짧게 끊었네~ 늘어졌네~ 이런 개념조차 없는 샵들이 대부분이었다.

 

난 영국에서 이론이 아닌 커피를 즐기는 그들의 문화를 보았다.

아침이면 파리 사람들은 크롸상과 에스프레소를, 영국인들은 머핀과 에스프레소를 즐겼다.

그리고 하루 종일 수시로 즐기는 커피문화.

(물론 영국에서는 커피보다는 잉글리쉬티(밀크티)가 90%이상을 차지한다)

 

나는 점점 더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번엔 이탈리아다!

로마, 밀라노를 돌면서 미술전공자로서의 나는 없고

오로지 커피에 미쳐가고(?) 있는 나만이 존재했다.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셔서 나중에는 손이 떨릴 정도였으니까

미쳤다는 표현이 과하진 않다고 본다.

 

머신을 다루는 솜씨가 프랑스나 영국보다는 확실히 뭔가 다른 점이 있었다.

이탈리아 카페의 대부분은 에스프레소가 있는 곳에는 테이블이 거의 없다.

다들 서서 대화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흡연도 자유롭고..

심지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에스프레소는

아줌마인지 할머니인지 알 수 없는 흰머리의 빼빼 마른,

소심한 문신과 커다란 금 링 귀걸이가 인상적이던 그녀가 뽑아 주던 에스프레소이다.

그녀가 물고 있던 담배연기에 섞여 그녀가 나에게 건넨 에스프레소는 꿀맛이었다.

 

그리고 한 번은 로스팅을 하는 샵에 들렸는데 바닥부터 천정까지 커피로 도배되어 있고,

로스팅 룸을 구경시켜줘서 들어갔는데 아주 오래된 프로밧로스터에 장작으로? 로스팅을 하는 게 아닌가!!! 헉! 정말 충격이었다.. 생두들이 복도에 로스터 옆에 빼곡하게 싸여있고, 로부스타를 꼭! 사용한다는 설명에 또 한번 충격이었다. 로부스타... 그랬다. 한참을 마셔도 끝까지 살아있는 크레마의 비결은 어쩌면 로부스타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콜로세움 근처에 있던 200년이 넘은 커피숍도 인상적이었다.

한 자리에서.. 200년이라~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를 내가 실제로 보고 있던 것이다.

헌데 시모넬리 완젼 자동머신 3그룹이 2대가 있었는데 정신없이 눌러대고 계속 나가는 커피들...솔직히 말하자면 맛은...별로였다.

 

이렇게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낀 유럽에서의 에스프레소가

한국에 돌아와 스퀘어가든을 오픈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의 커피가 가장 맛있고, 참 잘한다. 아마도 한국의 예절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커피와 한국의 예절이 만나고, 한국 사람들만의 섬세함이 만나고, 근면과 성실이 만나 대한민국의 커피 맛을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일본에서 넘어온 미국스타일의 커피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 나는 스퀘어가든에서 커피를 볶고 있지만, 언젠가 한국 스타일만의 커피가 유행하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그 중심에 내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스퀘어가든의 탄생

스퀘어 가든에 와 본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작고 너무 아기자기한 게 귀여워요~~ 테이블 수가 적은 게 콘셉트인가요?

콘셉트라고 하면 콘셉트일 수 있지만 그 당시 어쩔 수 없는 나의 상황이 만든 콘셉트이다.

 

미술을 공부하겠다고 떠난 지 2년, 커피에 흠뻑 빠져 돌아온 나는 뜬금없지만 집안의 사정 상 공인중개사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가업은 아니나 부동산업계에 몸담고 계신 아버지를 돕기 위해 아버지 밑에서 부동산 실무를 무려 3년이나... 배웠다. 처음 시험에 1차 합격하고 2차 떨어지고.... 다음연도에 2차 떨어지고 작년 1차 무효되고... 에이~ 다시!! 그런데 부동산 경기는 계속 하향세다..에이~~ 안해! 이정도면 됬어! 나 머릿속은 커피에 대한 미련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부동산을 반으로 자르는 것이었다. 지금와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선뜻 장남의 제안에 오케이를 해 주신 아버지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던지라 작은 크기가 오히려 나에겐 꿈을 펼칠 수 있는 꿈의 공간이었다.

 

스퀘어가든을 오픈할 당시 한국에는 핸드드립이 유행을 하고 있었다.

유명하다는 핸드드립을 찾으러 한참을 다녔다. 그러다 대치동 커피볶는집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드립을 배우게 되었고, 낮에는 커피를 배우러 다니고, 밤에는 스퀘어가든 인테리어를 하였다. 스퀘어가든이 애착이 가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철거부터 마무리까지 전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는 것이다. 그 때서야 나의 전공이 빛을 발했다. 가게 곳곳에 작품처럼 묻어나는 그림들, 그리고 인테리어들이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쏟아 부었다. 꼬박 두 달을 넘게 후배들과 만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효율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차라리 빨리 공사하고 장사를 시작했으면 돈을 좀 더 벌지 않았을까... 아주 잠시 그런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있다.

 

스퀘어가든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며 가끔 인테리어를 의뢰하는 사람들도 있다.

커피숍의 인테리어란.... 내가 손님이라면......어떤 곳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까? 이렇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답이 보인다. 커피숍 손님의 다수가 여성들이고,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대고, 수다를 떨며, 도시생활의 잠시나마 여유를 갖고 싶어한다.

이국적이고, 이야기 거리가 많은 인테리어... 사진을 찍어도 찍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 될 수 있도록 구석구석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보면 아주 형편없이 비효율적인 공간과 지저분해 보일지 몰라도, 이런 어설픔과 손맛이 스퀘어가든의 자랑이자 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감성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커피숍에서 커피란...

커피...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게 바로 커피이다.

지금도 내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변덕스런 내 혀에.. 늘 놀라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은 정말 맛있어서 메뉴에 넣었는데 어느 날은 정말 맛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계속 메뉴가 바뀌는 매우 귀찮은 작업이지만 밖에서 볼 때는 이 커피숍이 살아있구나! 계속 뭔가 변화가 있고, 발전해가는구나! 라고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케어가든은 6개월마다 커피 메뉴가 바뀌며 지금도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커피는 신선한 과일의 열매입니다.

커피의 신맛은 과일의 신맛이에요.

커피는 농산물입니다.

커피는 농부의 열정과 땀과 꿈이 담겨있는 결실입니다.

 

이렇게 주장을 하며 어필을 해도 아직 커피를 모르시는 분들이 참~ 많다.

무조건 달달한 커피 주세요. 휘핑크림 많이요.

아....이럴 땐 그냥 저 앞에 있는 별다방이나 콩다방 가서 드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일반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는 커피숍이 손님한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커피숍이 손님에게 추천하여 커피의 맛과 문화를 선도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퀘어가든은 시럽부터 없앴다. 설탕은 마스코바도 설탕으로 바꾸고. 휘핑크림도 빼고, 달달한 커피를 전부 빼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하면 시럽없는 카페라고 뜨기도 한다. 그래도 손님의 취향을 무시해서 매출이 나오나요? 매출은 어떤가요? 처음엔 나도 좀 걱정이 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3개월 1분기 매출이 상승했다. 이유는 시럽과 휘핑의 원가가 확!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스퀘어가든만의 새로운 커피 문화가 형성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야깃거리를 팔아라! 스토리를 팔아라!

그것이 어쩌면 스퀘어 가든만의 스토리가 되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하나의 스토리를 만든 뒤 또 다른 스토리를 덧 대였다. 아무리 그래도 달달한 커피를 찾는 손님은 여전히 찾아온다는 사실!! 그래서 새로운 메뉴 하나를 추가하기로 하였다. 메뉴이름은 “하나 둘 둘 반”

- 황금비율 라테 인스턴트커피에 길들여져 있는 당신께 추천합니다. 라는 제목으로 메뉴를 넣었다. 옛날 맥심 설탕 프림의 황금비율과 같은 이름 때문에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다. 그냥 라테에 설탕만 넣었을 뿐인데..

그리고 이분들에게 슬슬 작업을 건다(?). “그냥 라테도 드셔보세요.” 라고 추천한다.

정성스런 추출에 실키한 스팀밀크로 아주 고소해요.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꺼에요!

역시! 손님의 입맛을 이끌어 가는데 효과를 보았다.

“이제 다른 데 가서 커피 못 마시겠어요” 오호~~ 여기까지!!

180도 바뀐 손님이 많아지는 뿌듯한 결과! 지금까지 스퀘어가든을 찾는 손님들이 내게 준 행복이자 보람이다. 이로써 스퀘어 가든만의 또 하나의 스토리가 생긴 것이다.

 

레디! 액숀!

뭔가 보여줘야 겠어! 매번 로스팅해놓고 팔리지 않으면 방향용으로 나눠드린다. 피 같은 비싼 원두를 말이다. 내 몸이 좀 고생을 해도....그래! 한번 해보자!!! 그린 빈을 고르시면 수망으로 바로 로스팅 해주는 주문 후 로스팅!

주문하시면 수망에 생두를 담고 착착착착 로스팅한다. 커피 볶는 향이 실내를 무겁게 진한 향이 진동을 한다. 사실 이건 내가 생각한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그런데 결과는 대 성공!! 그리고 나는 수망의 달인이 되었다. 양손에 2개씩 들고 할 수 도 있을 정도로... 바로 볶아서 드립하는 커피는 그것만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이렇게 수망 로스팅한 커피는 서버와 촛불워머와 함께 유리컵에 서빙된다.

 

간혹 커피를 좀 배우신분들이 오셔서 커피 볶은 지 8시간 후가 어쩌고 저쩌고... 3일이 어쩌고 저쩌고... 워머에 계속 올려놓면 산화가 된다는 둥....(사실 그렇게 오래 앉아 계시라고 놔 드리는게 워머가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 네~ 그렇군요~ 아는 척 하는 손님들의 말을 받아드리기는 하지만, 사실 나에게 이런 것들은 딴지를 거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스퀘어가든의 커피는 로스가 없어졌다. 일이 많아 내 몸이 너무 피곤해질 땐..이런 식의 작업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뚝배기 10여개를 놓고 그걸 다 하나씩 요리 하는 모습을 보고는 깨달았다. 5000원에 뚝배기에 한 그릇씩 찌개를 만들어 내는데 그런 고생에 비하면 나는 양반이구나...라는 생각에 지난 5년 간 수망을 계속해 올 수 있었다.

 

그 많은 커피를 전부 수망으로 볶으세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간혹 있다.

바로 눈앞에 로스터가 3대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도 이제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아직 로스터를 모르는 사람이 참 많다. 그래서 나는 아직 할 일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커피숍이 포화상태라고 말을 하지만 아직 한국의 커피시장은 멀었다고 생각한다.

 

상표등록!

모든 개인커피숍들이 자신만의 로고와 이름으로 야심차게 오픈했으나 이름과 로고를 이쁘게 만들어 놓고 지식권을 주장하지 못해서 흡사한 유사로고들이 많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같은 이름으로 다른 지역에, 비슷한 로고가 걸려도 법적소송을 할 수 없고, 심지어 대기업에 뺏기기도 한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만든 것들이 마치 본인이 원조인양, 원조가 짝퉁취급을 받는 아주 눈물나는 사연을 많이 봤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특허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로고와 이름 등록을 비교적 쉽게 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몇 가지 프로그램 다운받고, 첨부해서 보냈더니 9개월 만에 특허증이 나왔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스펙? 자격증? 중요해?

손님들 중에 간혹 “바리스타 자격증 있어요?” 라고 주문하기도 전에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좀 당혹스러웠다. 필요한가요? 바리스타 자격증이? 이렇게 되묻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 보니 그냥 나 혼자 연구하고 커피팔고... 한 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가 커피를 하는... 그저 그런 장사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적이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적이 있다. 목표가 있어야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목표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1년 동안 목표가 생겨니 더욱더 열심히 커피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 때 아주 기초부터 다시 커피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커피의 세계가 보였다. 너무 재미있고, 내가 알고 있던 커피상식을 확! 뒤집는 큰 공부되었다.

 

커피를 공부하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파트는 유기산 파트였다. 커피의 산미!!

와~ 이건 정말! 그동안 커피를 태웠다고 표현할 만큼 그 동안의 나를 반성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게 맞는 거구나! 커피는 과일이구나!

좋은 재료로 이렇게..... 바보같은 맛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니...

큐그레이더 공부하는 과정이 지금 나의 커피 인생에 많은 깨달음을 가져다 주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우수한 성적으로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땄지만

스퀘어가든에는 자격증이 하나도 걸려 있지 않다. 심지어 간판도 없다.

가끔 자격증을 걸어둬서 손님들에게 과시하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나는 전부 책장에 잘 넣어두었다. 자격증이 담긴 번쩍이는 액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환하게 웃고, 항상 친절하게, 손님과 간단하지만 따듯한 대화 한 두 마디를 나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액자 속에는 자격증 대신 손님들의 추억을 담을 수 있도록 사진이나 여행 다녀온 각국의 지폐들이 가득 차있다. 이런 감성적인 커뮤니티가 손님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https://youtu.be/gKcy_KtuMM4

 

일반회원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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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2018-08-27 16:58  #500744

글을 한참 읽어 내려갔네요.
멋져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