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Let's trip to Hongkong! 홍콩 스페셜티 커피투어 #2

201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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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trip to Hongkong! 홍콩 스페셜티 커피투어 #2


홍콩 스페셜티 커피투어 #1



일행은 커피투어라는 목적도 잊은채 트램과 2층버스를 타고 홍콩섬 각지를 다니며 관광삼매경에 푹 빠지고 말았다. 어느덧 우리의 발길은 페리와 함께 디스커버리베이(Discovery Bay)에 까지 옮겨갔고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즐겼다. 디스커버리베이에 미리체크해 둔 카페가 없었으므로 식후 커피는 페리를 기다리며 선착장 근방에 위치한 퍼시픽커피(Pacific Coffee)에서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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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커피는 1992년 홍콩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중국, 싱가폴 등 아시아 5개국에 진출한 전형적인 커머셜 카페브랜드다. 홍콩의 주요상권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으며 매장내부에서는 깔끔하게 모듈화 된 인테리어와 MD상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커피외에도 간단한 베이커리류와 샌드위치 메뉴를 갖추고 있다. 독자들 중 일부는 '갑자기 왠 커머셜커피?' 라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그나라의 로컬 프랜차이즈를 경험해 보는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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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형적인 커머셜커피의 맛. 오일리(Oily)한 강배전 특유의 강한 쓴맛이 지배적인 커피였다. 홍콩 로컬프랜차이즈만의 캐릭터가 있을거라 생각했던건 필자의 괜한 기대였을까. 하지만 떫거나 기분나쁜 쓴맛 등 결점요소는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던것으로 기억되므로 당장에 카페인 충전이 필요하다면 굳이 권해 마지않을만한 커피였다. 


다소 보편적인 커피를 경험한 후 본 목적을 상기한 우리 일행은 다음행선지인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의 '더 커피 아카데믹스'(The Coffee Academics)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l The Coffee Acade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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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피 아카데믹스(이하 'TCA')는 홍콩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익히 잘 알려진 명소로 자리잡고 있는곳이다. TCA는 2003년부터 홍콩의 외식전문브랜드로 자리매김해온 해비추그룹(Habitu Group)에서 세계적인 커피트렌드에 발맞춰 2012년 시장에 런칭했으며 카페비즈니스와 커피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스페셜티 전문 브랜드다. 우리가 방문한 플래그십스토어는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인 코즈웨이베이의 타임스퀘어에 인접해 있었고, 이 밖에도 원차이(Wan Chi), 침사추이(Tsim Sha Tsui), 리펄스베이(Repulse Bay)의 아울렛에도 각각 입점되어 있어 관광객들에게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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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안으로 들어서면 적벽돌과 대형 샹들리에를 활용한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벽에 크게걸린 TCA팀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높은 층고와 분위기, 전체적인 톤앤매너(Tone&Manner)가 웅장한 느낌마저 가지게 했다. 특히 필자의 눈에는 에스프레소 바 위에 커스텀 제작 된 라마르조코리네아의 글라스 하우징에 디자인적 요소를 더해 전반적으로 통일감을 준것이 인상적이었다. 바리스타와 동일한 TCA의 에이프런을 착용한 웨이터로부터 유리창으로 파티션 된 안쪽의 자리로 안내받았다. 열심히 돌아다녔던 하루였기 때문일까, 자리한 의자는 투박한 스틸소재였지만 톤 다운된 조명과 함께 안락한 느낌을 주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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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제공받은 메뉴에는 이달의 싱글오리진과 시그니쳐음료가 별도로 소개되어 있었고 싱글오리진은 역시 다양한 추출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 되어 있었다. 우리는 하우스블렌드의 플랫화이트와 이달의 싱글오리진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케멕스로 추출해줄것을 주문했다. 블루베리치즈케익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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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지 않아 플랫화이트와 케익이 준비되었다. 달콤한 블루베리치즈케익 한입과 플랫화이트의 조화는 여행객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플랫화이트는 다크초콜릿과 밀크캬라멜의 부드러운 타입의 커피였으며 텍스쳐 또한 훌륭했다. 만약 우연히 방문한 카페에서 이런 플랫화이트를 만났다면 럭키! 를 외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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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브루잉바에서 케멕스로 추출 된 예가체프가 서브되었다. 1인용 스테인레스 트레이, 주문한 싱글오리진에 대한 설명이 빼곡한 북클릿과 비이커를 이용한 세팅.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흠잡을곳이 없었다. 커피를 즐기는 손님을 위한 많은 고민과 발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커피로부터는 제공 된 북클릿에 적힌대로 자스민향과 약간의 산미, 꿀의 단맛을 느낄 수 있었고 충분히 예열 된 잔에 조금씩 따라 마시며 맛의 변화를 즐기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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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커피를 마신후에 맞닥뜨리는 추출기구는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여행지에서 방문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일상에서 접하는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고맙게도 TCA는 여행자인 우리에게 충분한 편안함과 만족감을 주었던 곳으로 기억된다. 충분한 휴식을 즐긴 후 기분좋게 자리를 뜨며 매니저에게 좋은커피에 대한 감사의 인사 또한 잊지 않았고 그 역시 TCA의 커피와 샵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며 우리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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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TCA플래그십에서 사용중인 12kg 용량의 프로밧 로스터



필자가 직접 매장을 직접 방문하고 경험한 바, 더 커피 아카데믹스는 커머셜 커피를 다루는 기업에서 특화시킨 스페셜티 사업부문지만 기업이 가진 경험, 인프라와 구성원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이 잘 어우러진 성공적인 스페셜티 브랜드라 평가하고 싶다. 최근 국내 기업형브랜드들도 스페셜티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고 있으나 그 모습과 퍼포먼스가 이곳과는 크게 달라 순간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오전 10시부터(일요일만 12시) 늦은밤까지 영업하는 더 커피 아카데믹스 플래그십스토어에서는 커피외에도 각종 비스트로, 주류, 베이커리류가 준비되어 있으며 아침식사부터 다소 무거운 저녁메뉴들까지 즐길 수 있다.



l The Coffee Academics

38 Yiu Wa Street, Causeway Bay.

Monday to Thursday 10am-11pm; Friday to Saturday 10am-2am; Sunday 12pm-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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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누가 가르친 기억도 없으나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문장과 콧소리 가득한 멜로디. 아마 홍콩에서 이 노래가 가장 어울리는곳을 꼽는다면 단연 몽콕(Mong Kok) 일 것이다. 명품, 귀금속부터 로컬푸드, 가전제품, 운동화, 짝퉁시계들까지. 몽콕에 없는것은 홍콩에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장 홍콩스럽고 화려한 지역이다. 이 작은 사진으로도 충분히 전해질만큼 시끌벅적한 몽콕의 중심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커피하우스' 넉박스(Knock Box)를 만날 수 있다.




Knock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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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박스를 본 첫인상은 톤다운된 울소재의 그린재킷을 갖춰입고 헤링본 헌팅캡을 쓴 영국의 신사를 마주한 듯 했다. 방문에 앞서 찾아본 자료에서 '런던의 작은 커피하우스와 같은 모습을 지향한다'는 컨셉과 잘 맞아떨어지는 모습이었고, 억지로 꾸미진 않았지만 세련된 기품이 느껴지는 곳이랄까. 이것이 넉박스의 오너인 Patric Tam이 만족할 만한 해석이런지는 모르겠으나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몽콕의 네온사인들 사이에서 차분히 이목을 끄는데는 성공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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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카메라를 들고 계신분도 어쩌면 카페투어 중이신 듯



매장에 들어서면 ㄴ자 형태의 브루잉바, 바테이블이 배치되어 있고 우측으로는 2인테이블이 길게 배치되어 있다. 이 역시도 사람과 사람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 샵오너의 철학이 담긴 부분. Patric은 넉박스가 사람과 사람사이에 교감과 소통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Wifi를 과감히 배제하여 넉박스에서만큼은 모바일 디바이스 의존도를 낮추길 희망했다고 한다. 브루잉바의 높이를 낮춰 손님들이 쉽게 추출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한것도 이와같은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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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벽면에는 올해인 2015년 커피산지를 방문했을때 직접 찍어온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당연히 다른 매체에서 현장을 다녀갔던 기록에 있던 사진들과는 당연히 다른 사진들이었고 커피생산국가로부터 전해 온 화려한 색감이 잠시나마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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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블랙보드에 멋진 솜씨로 정성껏 작성 된 메뉴정보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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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이날 싱글오리진은 에티오피아와 파나마가 준비되어 있었다



바 뒷편으로 제공되는 커피에 대한 정보가 누군가의 멋진 솜씨로 빼곡히 표현되어 있었다. 필자는 싱글오리진 커피 중 앞서 호남투어에서 광주의 304로스터스를 방문했을 당시 그 맛에 한순간 반해버렸던 파나마의 펄시(Perci N2)를 주문했다. 추출방법은 에어로프레스. 눈썰미가 있는 독자들은 벌써 눈치 채셨겠지만 이곳은 홍콩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십 준우승자가 있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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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2015 홍콩에어로프레스챔피언십(HongKong Aeropress Championship)의 2nd Place 트로피



하지만 아쉽게도 수상자가 현재 휴직중이라 그 손맛을 느낄 수 없다하여 넉박스의 헤드바리스타인 C.P.Wong이 필자의 주문을 맡아 주었다. 소통과 교감을 지향하는 넉박스의 바리스타들간에 그 노하우쯤은 공유가 되었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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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신중하게 추출프로세스를 수행해준 C.P.Wong의 모습에서 오랜만에 다시 맛보는 펄시N2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낮게 설계한 브루잉바, 바로 맞은편에 앉았다면 1m이내의 거리에서 추출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카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이었지만 소비자들이 커피 자체를 오감으로 즐기기에는 매우 좋은 환경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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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출을 끝낸 커피가 마침내 내손에 전달되었다. 커피를 맛보기에 앞서 재밌었던것은 브루잉바와 테이블간의 거리가 가까운만큼 바 안에서 바리스타가 팔을 쭉뻗어 손님을 불렀다는 점이다. 커피를 받으라는 뜻. Hand to Hand로 커피를 건네 받는 느낌이 묘하다.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당연하다는듯이 손님에게 '자, 받아' 하는것처럼 건네 주었으나 기분나쁜느낌이 없다. 하긴, 이 작은 공간에서 바리스타가 테이블로 직접 서브를 하거나 손님이 픽업테이블에서 커피를 받아오는 모습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울수 있겠다 싶어 피식 실소를 머금고는 이내 커피를 맛봤다.


역시 펄시N2. 지배적인단맛과 적절한 산미, 과일을 베어물었을때 입에 퍼지는 과즙의 느낌이 여행의 피로감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종이필터를 함께 사용했는지 오일리한 느낌은 적었지만 입안을 감도는 마우스필이 전반적으로 부드러웠다. 이 커피는 한잔에 85 HKD로 우리나라돈으로는 약 1만2천원정도의 비싼커피였지만 홍콩이 우리나라보다 커피가격이 대체로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점을 고려한다면 여행객으로서 그리고 커피애호가로서는 조금만 욕심을 내면 맛볼만한 정도의 가격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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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함께 주문했던 아포가토를 건네 받았다. 넉박스의 아포가토는 다른 카페의 아포가토와는 조금 다른 비주얼이었는데 원기둥 형태의 블럭아이스크림 2개를 쌓아올리고 그 위에 네이키드 에스프레소(Naked Espresso) 를 바로 받아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이날따라 좀처럼 주문하지 않는 아포가토를 왠지 주문하고 싶더라니.. 직감이 통한것 같아 그냥 기분이 좋았다. 



주문한 메뉴를 충분히 즐기고 좋은 커피를 만들어 준 바리스타 C.P.Wong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니 돌아온 대답은 'Are you Korean?'. 잠시 수납장을 뒤적거리더니 우리나라 프릳츠커피컴퍼니의 원두와 에코백을 꺼내보였다. 알고보니 불과 며칠전 프릳츠커피의 관계자가 다녀갔었단다. 홍콩에 방문할때마다 종종 들르는 편이라고. 이를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인 우리는 잠시 담소를 즐기고는 작별인사를 나누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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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C.P.Wong이 선물해 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몽콕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인파속에서 분위기에 취해 잠시 잊고있었던 피로감이 몰려올때쯤 지친 몸을 이끌고 방문하여 커피로 힐링하기에 좋은곳이라 추천해 마지 않을만한 넉박스. 작은 공간이 주는 아늑한 느낌과 함께 편하게 커피를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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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 21 Hak Po St, Mongkok, Kowloon

Mon to Sun 11am-1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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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스페셜티커피숍들은 센트럴이나 란콰이펑같은 중심 상권보다는 이면상권에 주로 자리하고 있었다. 역시 아직까지는 대중이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젊은세대와 외국인들이 스페셜티 커피문화를 향유하고 주도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대중문화로써 자리잡는것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성업중인 카페에서 서양식 식사메뉴와 함께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좋은 레스토랑에 좋은커피와 바리스타가 없는 국내 외식산업의 현실이 떠올랐고, 앞으로 좋은 푸드메뉴가 제공하는 스페셜티카페가 시장에 새로운 모티브를 제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다시 홍콩을 방문할지 모르겠으나 홍콩에서 받은 좋은느낌과 인상은 곧 우리의 발걸음을 다시 이끌지 않을까. 그날이 그리 멀지않길 기대해본다.



BW컨텐츠팀 bwmgr@bwiss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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