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2월이 가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이월로스터스

2020-02-09  




2월이 가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이월로스터스


 2014년부터 시작되어 남양주 마석동과 송파구를 거쳐 지난 12월 성수동에 새로 매장을 오픈한 이월로스터스에 방문했다. 이름처럼 '왜 2월에 오픈하지 않고 12월에 오픈했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합니다. 여러분의 정신건강을 위해.


일단 간판이 있긴 하나 크기가 작았고, 예상했던 한글 '이월'이 아니라 영어로 쓰여있다. 혹시나 2월을 영어로 모르는 분들은 찾아가기 어려울 수 있으니 고급 정보를 드리겠다. 2월은 영어로 February다.


 사실 더 먼저 만났던 곳은 송파구에 있던 이월로스터스였다.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많았지만 따로 일정이 있어서 들어가보지 못했다. 내심 아쉬운 마음이 있었으나 그래도 성수에서, 게다가 새로 오픈한 이월로스터스를 만나니 그 마음 한결 위안이 된다. 역시나 '성수'는 적어도 필자에게는 꽤 안정감을 준다. 제주도로 돈 벌러간 내 친구 성수도 그렇고. 성수야 잘지내니. 보고싶다 친구야.


꽤 분위기가 좋아보였던 바 안의 직원들.


 방문했을 땐 자리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혼자 방문하여 주문하려고 하니 포스에 계신 직원분이 가운데 큰 테이블 구석에 딱 한 자리 남아있는데 괜찮냐고 물어보신다. 왠지 이곳 직원분들은 친절한 느낌이다. 주로 혼자 다니는 필자는 성수동에만 오면 어디든 제발 한 자리라도 있길 가슴 조리며 커피 마시러 가곤 한다. 이번엔 한 자리 딱 남았다고 안내해주시니 괜히 럭키가이가 된 느낌까지 든다. 하지만 필자의 자리가 위치상으론 공간의 한 가운데쯤이지만,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기둥 옆이기도 하고 왠지 이곳이야말로 제일 구석인 것 같은 느낌이다. 기분탓이겠지.


브루잉 바에서는 브뤼스타 전기드립포트와 하리오 V60를 이용한다. 

저기 한가운데 기둥 앞에 가방이 놓여 있는 자리가 필자의 자리다. 군중 속의 고독이 이런 걸까.


 우여곡절(?!) 끝에 자리에 앉으니 옆자리엔 사귄 지 진짜 얼마 안 되 보이는 커플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들으려고 의도했던 건 아니나, 꽤 가까이에 앉았기 때문에 대화가 조금 들렸다. 연애 초반의 커플인지라 대화 중간중간마다 짧은 침묵이 발생하였는데,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나... 가 아니고, 결국 클래식한 방법을 택한 이들은 본인들의 손 크기를 이야기 하며 간단한 스킨십을 해버렸다. 그런 알콩달콩 귀여운 연애 초반 커플의 모습을 보다 보니 다신 여기 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인 필자는 절대 부러워서 울지 않았음. 따흑)


이월로스터스를 다녀와서 가장 후회한 일은 여러 베이커리 메뉴들 한가운데서 고급지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던 이름 모를 저것을 안 먹어본 일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오레오와 스콘의 조합이라니 안 먹을 수가 없다.


 필자는 오전 11시 즈음 아점을 먹은 뒤로 매장을 방문했던 오후 5시경까지 아무것도 안 먹은 상태라 배가 너무 고파서 스콘을 먹기로 한다. 필터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필자는 빵이나 디저트류를 먹을 땐 웬만하면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하는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아메리카노로 주문했다.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필터커피가 맛있어서란다.) 주문한 커피와 스콘이 나왔다. 스콘이라는 놈은 언제나 멋진 맛을 보장하지만, 필자의 마시멜로같이 부드러운 손길 한방에도 눈 녹듯 스르륵 바스라져버린다. 이런 약해 빠진 피지컬 덕에 한 입 베어먹으려고 하면 포크에서 스콘이 떨어질까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입안에 집어넣느라 상당히 아크로바틱한 모습을 연출해낸다. 이거.. 저만 그런가요..? 누가 스콘 잘 먹는 법 좀 알려주세요...


이따금 보이는 오브젝트들은 묘하게 주변과 어우러져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을 나름 입체감이 있어보이게 만든다.


 배에 무언가가 들어가자 그제야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공간은 천장이 생각보다 많이 낮은 편이고 H빔이라고 하는 철골 구조가 노출 된 형태다. 따뜻한 색의 조명을 이용한 인테리어와 밝은 느낌의 목재로 꾸며 최대한 공간감이 생기도록 노력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심플한 느낌이라 각각의 가구들이 크게 튀지 않고 잘 어울렸다. 그리고 이월커피로스터스 자체가, 대부분의 지점이 낮에 햇빛이 잘 들도록 창이 큼직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어서 사진찍기 매우 좋다. 요샌 커피 맛집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햇살 맛집이라고들 한다. 평소 사무실 밖으로 잘 안 나가는 탓에 빛을 잘 보지 못하는 필자는, 이런 연유로 카페를 방문할 때면 햇살 맛집을 굳이 찾아가곤 한다. 우리 모두 비타민 D를 충전하여 밝은 기분을 유지하자.



사진 우측으로 보이는 유리문이 출입을 위한 회전식 도어인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살살 열도록 하자. 가뜩이나 튼튼해 보이는 문에 맞으면 무지 아플 듯.


 기존에도 좋은 곳들이 많았던 동네지만 최근 성수동을 살펴보면 오늘 소개해드린 이월로스터스를 비롯해 커피와 공간이 좋은 곳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때문에 성수동에 갈 이유는 명확해졌다. 평소에도 성수동 특유의 감성을 좋아했지만 이젠 굳이 성수까지 가야 할 명분이 잔뜩 생겼다. 그리고 2월이 다 가기 전에 이월로스터스 한 번 가보자.



※ 글, 사진 :  블랙워터이슈 이지훈 에디터

instagram : @ljhoon17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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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곰

2020-02-10 12:39  #1167840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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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2-10 23:54  #1168471

@미곰님
감사합니다^^ 될 수 있으면 2월에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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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와붕가

2020-02-10 15:53  #1168051

글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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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2-10 23:55  #1168474

@코와붕가님
우와 좋은 표현입니다! 다음에도 더 맛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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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s0

2020-02-11 14:48  #1168994

2월에 이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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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2-12 21:00  #1170553

@hands0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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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2020-02-12 15:21  #1170085

사진이 분위기를 살려주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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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2-12 21:00  #1170556

@gl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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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락

2020-02-12 15:40  #1170112

필터커피로 유명하군요 ㅎ 한번 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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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2-12 21:01  #1170561

@발락님
네 아마 2월 안에 가보시면 커피가 더 맛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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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b

2020-02-14 09:46  #1171827

2월이 가기전이라..... 힘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에디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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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2-15 11:58  #1172876

@otb님
ㅎㅎ 언제든 가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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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mechatroniker_

2020-12-14 12:47  #1417944

내년 2월에 가야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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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린이a

2021-08-15 01:48  #1628357

생각보다 별로여서 아쉬웠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