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해방촌 카페, 콩밭커피로스터스

20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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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커피로스터스




낡고 오래된 것

어느새 세상은 낡고 오래된 것들을 치부해버리지 않고, 오히려 낡고 오래된 것들이 가지는 세월의 흔적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중국의 왕슈가 수상한 이후 낡고 오래된 소재들은 더이상 쓰레기가 아닌 업사이클링이 가능한 고가의 소재로 탈바꿈했죠. 콩밭 커피로스터스의 컨셉을 보며 떠오른 인물이 왕슈였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해방촌이라는 마을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듯 무심하게 이리저리 정돈된듯 아닌듯 놓여진 갖가지 사물들은 반듯이 정리된 새것들보다 훨씬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경리단길에서 점점 해방촌으로 올라오는 주류의 물결이 이제 낯설지 않은 해방촌에서 꾸준히 커피를 만들어온 콩밭커피로스터스의 커피를 드디어 마셔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희가 참여하는 테이블웨어 브랜드 Apronn의 사무실이 해방촌에 생긴만큼 아날로그 비디오가 멈춰버린 듯한 콩밭 커피를 조금 더 자주 이용할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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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SNS의 타임라인에서만 보아온 콩밭 커피의 에스프레소 바입니다. 가끔 블랙워터이슈 에디터들이 장비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크게 개의치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멋'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최신 장비와 많은 자본이라도 로컬에 어울리지 않거나 전체적인 컨셉 자체가 모호하다면 아무리 멋진 장비도 멋없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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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콩밭커피 로스터스는 좋은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브레빌 BES900, 가정용 머신이지만 지향점 자체가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의 트레이닝을 위해 만들어진 머신이기 때문에 낮은 스팀 압력을 제외하고는 거의 약점이 없는 에스프레소 머신입니다. 그라인더는 콤팍 K10 프레시로 보입니다. 맛의 선명함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대형 코니컬 버를 탑재한 모델로 최근 K10 코닉을 사용하고 있는 저로써는 반가운 모델입니다. 어찌보면 콩밭 커피의 공간에서 가장 트렌디한 사물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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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로 제공되는 칼리타 드립의 브루잉 커피는 흑설탕 느낌의 묵직한 바디가 인상적입니다. 여운이 기네요. 또 다른 메뉴로 월남 커피와 더치오레를 주문합니다. 월남 커피는 독특하게 베트남에서 사용되는 커피와 연유가 사용된다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마일드한 단맛이 인스턴트 커피의 맛과 흡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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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음이 콩밭에 가고 싶을때, 방문하고픈 카페, 콩밭 커피. 누구나 새로운 콩밭을 꿈꾸는 아낙네처럼 가끔은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해방촌의 그 여유가 부러운 하루였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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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

2015-05-12 05:14  #121855

편한 분위기 속에 뭔가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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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6 08:11  #133595

격하게 아끼는 장소를 이렇게 보게 되니 정말 반갑내요
카페를 넘어선 독특한 아우라가 있는 곳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