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기본값을 말하는 챔피언의 새하얀 공간, 디폴트밸류

필자의 카페투어를 자주 챙겨 보는 멋쟁이들이라면 필자가 블랙에 매우 열광하고 환장하는 흑돌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런 내가 마음속 깊은 곳까지 하얗게 불태우고 나서야 겨우 빠져나온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연희동에서 커피의 기본값을 말하고 있는 디폴트 밸류(Default Value)이다.

ㅣ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고 기본적인 것들을 보여주는 공간 디폴트 밸류는 온통 하얀 공간에서 커피와 바리스타,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손님이 빛날 수 있도록 커피에 집중하고 있다.

ㅣ 참고로 이분은 신창호 바리스타가 아니고 이디야 커피랩 오픈 시절부터 신창호 바리스타와 함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윤도연 바리스타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디폴트 밸류의 수장은 이디야커피랩의 헤드 바리스타 출신이자 커피 인 굿 스피릿, 사이폰 챔피언 출신인 신창호 바리스타이다. 그래서인지 매장에서 싱글 오리진 브루잉 커피는 사이폰으로만 내려주고 있다. 사이폰이라는 도구를 잘 모르는 방문객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볼거리의 역할도 할 수 있겠다. 시뻘건 불빛이 참 예쁘다.

ㅣ 주변이 온통 흰색이라 디드릭 쇼룸 같기도 한 로스팅 룸

공간을 둘러보자. 딱히 넓다고 하기엔 살짝 부족한 모습의 공간이지만 순백의 느낌이 더해져 꽤 넓은 공간감을 느끼도록 한다. 큼지막한 문부터 시작해 구석구석 눈이 닿는 곳마다 흰색으로 칠해두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인테리어 전부를 하얗게 색칠한 공간은 널렸지만 디폴트밸류는 머신과 모든 테이블, 심지어 선인장이나 풀들까지 하얗게 만들었다. 단, 대회에서 입상해 받은 트로피들과 구석에서 홀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디드릭 로스터기만은 살려두었다. 이걸 보고 있노라니 흑돌이인 필자는 마음이 조금 하얘지는 것 같기도 했다.

ㅣ 바리스타분이 하트모양으로 만들어주셨는데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최근 카페투어 하는 사람들의 인스타를 들여다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녀석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크로플이라고 불리는 앙큼한 녀석이다. 크로플이라는 이름은 이름 그대로 크루아상과 와플의 합성어로 겉바속촉한 각각의 장점을 따서 가져왔다고 한다. 뭐 대충 맛있으라고 만든 것이라는 말씀 되시겠다. 게다가 디폴트밸류에서 직접 만든 젤라또를 얹어 함께 먹으면 되는데 진짜 맛있다. 솔직히 맛없게 만들기가 쉽지 않은 메뉴인데 솔직히 욕 나오게 맛있다.

ㅣ 음  행복해 보이는 이 커플은 사실 싸우고 있을 것이다. 싸워야만 한다. 싸웠네 싸웠어. 나도 누구랑 좀 싸워보자..

자 이곳에서 공간과 커피, 디저트까지 즐겼다면 이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보자. 디폴트밸류는 온통 새하얀 벽들 뿐이라 아무 데서나 찍어도 느낌 있게 찍을 수 있지만, 사이폰 바 옆으로 사알짝 기와지붕이 보이는 창가에 올려두고 찍거나, 커다란 유리창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품어 감성을 더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건 연인과 커플 셀카.. 음 잠깐 눈물 좀 닦고...

ㅣ 하얗고 하얗고 하얀 커피 바

디폴트 밸류는 연남동과 연희동 그 경계에서 한 블록 더 들어간 연희동을 선택해 그곳에서 스페셜티 커피의 기본값을 외치고 있다. 모든 빛을 반사하기도 하는, 그렇다고 어떠한 색이 있지도 않은 무채색 중에 가장 밝은 색인 흰색을 품고, 심지어 흰색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린 디폴트 밸류는 오늘도 형형색색 다양한 색을 머금은 방문객들의 색이 더해져 알록달록한 공간이 된다. 이미 흑밍아웃을 했던 많은 블랙워터이슈 회원들이여, 하루쯤은 디폴트 밸류의 흰색에 파묻혀보도록 하자.

※ 글, 사진 :  블랙워터이슈 이지훈 에디터

instagram : @ljhoon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