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기획] 커피, 공간을 바꾸다 #2 경리단길 버클리 커피소셜

2015-11-01  




소비라는 단어는 14세기 초 처음 단어가 사용될 때만해도 낭비, 약탈, 고갈 등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단어였다. 이후 제품에 대한 본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면서 소비는 부정이 아닌 긍정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덧 소비라는 단어는 단지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 및 공간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단어로 사용되었고, 생산자들은 단지 소비할 제품만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미처 소비자들 자신들도 알지 못하고 있었던 제품을 소비하는 환경과 서비스에 대한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심리까지 읽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가 만약 생산자 혹은 판매자라면 1920년대와는 전혀 다른 '소비'의 의미를 가진 '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던 한잔의 커피를 넘어 한잔의 커피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어떻게 상품을 생산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상품을 소비하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생각해볼 단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블랙워터이슈 컨텐츠팀에서는 커피를 소비하는 환경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슈들을 관련 업체들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18.jpg




커피, 공간을 바꾸다 두번째 이야기, 경리단길 버클리 커피소셜




경리단길 초입에 위치한 버클리 커피 소셜의 시작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버클리 커피 익스프레스(Berkley Coffee Express)라는 7평 남짓의 조그마한 공간이 그 시작이다. 미국에서 의료 계열을 전공한 김태훈 대표와 식품 영양학을 전공한 엄수려 대표는 2005년 미국 서부의 변화하는 커피씬을 보면서 새로운 커피 마켓에 대한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엄수려 대표의 경우 최근에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도시형 농부 시장과 같은 파머스 마켓에 참가한 스텀프타운 커피의 싱글 오리진 한잔을 마시고 스페셜티 커피에 매료되었다.




17.jpg



최근에 두번째로 이태원 경리단길에 오픈한 버클리 커피 소셜을 보면 두 대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커피의 맛뿐만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를 쉽게 차용하지만 그 단어에 어울리는 커피씬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버클리 커피 컴퍼니의 두번째 공간을 Social이라 이름지은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플랜이었다.


계동 매장의 경우 7평이라는 공간적 제약때문에 많은 손님들이 매장을 테이크아웃 형태로 커피만 받아가는 구조였다면 조금 커진 버클리 커피 소셜의 경우에는 손님들이 공간과 시간을 함께 소비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에서 종종 보이는 길고 널다란 테이블의 모습은 기존의 방문화에 익숙한 어른들의 눈에는 낯선 모습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스페셜티 커피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소통'이라는 주제와 꼭 맞아 떨어지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8.jpg

13.jpg



창측의 테이블을 제외하고 큰 테이블 두 개로 에스프레소 바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채운 이유 역시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함이였다. 두 개의 큰 테이블에는 바퀴를 달아 위치를 자유롭게 변경 가능하게 했으며, 소규모 파티 유치를 위해 두개의 큰 테이블이 하나의 더 큰 테이블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버클리 커피 소셜의 매장의 경우 시공은 두 대표가 직접 진행하였으며, 디자인과 감리 그리고 시공 컨설팅에 대한 제반 사항은 더퍼스트펭귄에서 도움을 받았다. 어쩌면 시공을 직접 진행한 매장이기에 요소요소에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있는지도 모르겠다.




10.jpg



경리단길에 위치한 모든 매장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주변과 낯설게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뚜렷한 개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주변과의 어울림은 오늘날 건축, 건설에서도 화두인 주제이기도 하다. 2012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을 중국 최초로 수상한 건축가 '왕슈'가 2004-2007년 중국 항저우에 건축한 중국 아트 아카데미 Xiangshan 캠퍼스를 덮은 철거 가옥에서 얻은 200만장의 기와들은 세월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머금은채 지금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도드라지지 않는 것도 어찌보면 의도된 아름다움이며, 의도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오너들이 실행할 수 있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4.jpg



버클리 커피 소셜 역시도 목재, 샷시, 프레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원 건물의 요소들을 그대로 살린 장소이다. 외벽에 그대로 드러난 화강석의 익스테리어를 비롯하여 내부 철거 공사 이후 드러난 오래된 콘크리트의 질감과 색감을 그대로 살려낸 벽체, 천정, 바닦 등은 직접 시공을 통해 의도된 자연스러움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주요 자재 역시도 자연스러운 색감과 질감을 지닌 방길라이 데크목과 합판 그리고 미장 벽돌을 사용하여 최대한 벽체, 천정, 바닦과 같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해치치 않도록 하였다.




DSC06275.jpg

DSC06279.jpg

|훼마 에스프레소 머신과 콤팍 K10, 훼마 MD3000 온디맨드 모델 그라인더로 구성된 에스프레소 바



에스프레소 바 역시 매우 독특하다. 대개 에스프레소 바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잘 계획되어야 한다. 머신, 그라인더, 온수기, 브루잉 스테이션, 냉장, 냉동고 등 바에 들어가야 할 모든 요소들에 대한 계획과 빌트인 후의 모습까지도 그려져야지만 완벽하게 의도된 모습이 나오게 된다. 버클리 커피 소셜의 경우에는 에스프레소 바를 그대로 날 것으로 노출했다. 냉장, 냉동고 위에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를 올려놓아 마치 가정집의 아일랜드 바와 같은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러움과 더불어 비용 절감 역시 꽤 매력적이다.




DSC06273.jpg

DSC06281.jpg

|실험실용 온습도계가 클래식한 멋을 더하고 있다.



1.jpg

DSC06282.jpg

DSC06287.jpg

|에스프레소 바를 비추는 조명



현재 김포에 위치한 로스팅 팩토리에서 원두를 로스팅하는 버클리 커피 컴퍼니는 소셜이라는 오프라인 베이스를 발판으로 더욱 많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으려고 한다. 자신이 느꼈던 싱글 오리진 커피의 매력을 그대로 이태원에서 소비자들과 함께 소통하는 공간인 버클리 커피 소셜이 경리단길의 스페셜티 카페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란다.




Add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13가길 17

설계 및 감리       더퍼스트펭귄

  


profile_bw.jpg

2016 WCCK 공식 미디어 | BLACK WATER ISSUE

제보: bwmgr@bwiss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