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상하이 카페 - 아주 작은 카페 Release, 그리고 에어로프레스(aeropress)

2016-09-04  




 기고 : 노띵커피 김현화(wersly@naver.com)


‘맛있는 커피 한 잔’에 그날의 행복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커피를 찾아 공부했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상하이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낯선 외국 생활을 즐겁게 만들어준 것도 ‘커피’였고 중국어를 공부하게 해준 것도 ‘커피’였습니다. 현재는 한국에서 Pour over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인 ‘노띵커피(NOTHIN COFFEE)’의 스탭으 로, 한국과 상하이를 오가며 취재한 다양한 커피 이야기를 블로그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상하이 카페 - 아주 작은 카페 Release, 그리고 에어로프레스(aeropress)


상하이에 있는 아주 작은 카페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고 한다. 상하이 스페셜티카페 소개에서 빠지지않는 Mellower Coffee, Seesaw Coffee, Little Bean 등의 숱한 카페들을 제쳐두고 이 카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글쎄… 여느 카페처럼 이곳에 대한 소개를 해보자면 우선 이곳에서는 nuova simonelli T3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고 있고, 그라인더는 Mahlkoing K30과 Mahlkoing EK43을 사용하고 있다.

원두는 자기네가 로스팅한 것을 사용하고 카페 안에 테이블은 서너 개 정도, 한 테이블의 손님이 나가면 잠시 후 또 한 손님이 들어오고… 북적거림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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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주인은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것 외에는 말이 없다. 작은 카페지만 괜찮은 머신들을 놓고 사용하는 걸 보니 말없는 이 주인은 커피에 대한 관심이 꽤 높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녀가 내려준 커피 한 잔을 마셔보니 맛의 밸런스가 좋다. 생각보다 커피맛 괜찮은, 어느 한적한 카페 하나 발견한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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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내가 보았던 카페들을 떠올려본다. 어떤 곳은 3구짜리 슬레이어 머신을 광고하듯 내세워 에스프레소부터 아메리카노, 온갖 베리에이션 커피 음료들을 만들어 내던 곳도 있었고, 무려 6개의 샘플 로스터기를 매장에 보란 듯이 배치해놓은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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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에 비하면 여기는 이야기할만한 게 별로 없다. 그러나 이 카페의 진짜 모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작은 카페의 주인인 그녀의 이름은 陈思思! 영어 이름은 Silvia. 2014년 중국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이었고, 현재는 중국과 타이완에서 에어로프레스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고, 에어로프레스와 관련된 강좌 프로그램에는 그녀의 이름이 빠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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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에어로프레스로 내려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네보았다. 그런데 커피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달라진다. 수줍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생기에 가득 차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 카페에서조차 쉽게 찾아보기 힘든 에어로프레스 커피 메뉴! 그녀는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된 걸까?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가 일했던 카페에 에어로프레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커피가 너무 맛없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시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걸까? 그 비결을 물어본건데 이 또한 대답이 재밌다. 에어로프레스 부문에는 참가자가 별로 없고, 그냥 심사위원이 ‘맛있다’라고 해주면 점수가 좋게 나오는 거니까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거라고 한다.


사진7_실비아.JPG

그녀가 어쩌다 카페문을 닫는 건 대회에 참가하거나 혹은 심사를 볼 때 뿐이다. 그리고 여행을 가는 것도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이 열릴 때 그 때 뿐이다. 그녀는 언제 쉴지를, 그리고 어디로 여행갈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대회가 열리는 때 쉬는 것이고,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이 열리는 나라, 그곳이 곧 새로운 여행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카페를 둘러보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회 참가용 ID카드와 앞치마들, 그리고 수많은 대회에 참가했던 증서들과 상장들, 여기에 커피향이 짙게 배어있을 여러 에어로프레스와 서너가지의 싱글 오리진 원두. 작고 한적해보이기만 했던 이곳이 순간 반짝거린다. ‘맛있는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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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부탁해, 에어로프레스로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았다.


과감한 듯 하면서도 정교한 그녀의 커피 추출을 보며 생각했다. 사용하는 머신과 원두만으로는 지금 내 앞에 놓인 ‘커피의 맛’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아졌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창구 또한 셀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야기가 새로운 머신과 추출방법, 스페셜티 커피다. 나는 생각한다. 그것만으로 는 지금 내 앞에 놓인 ‘커피의 맛’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한 잔의 커피 혹은 하나의 카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함께 하는 사람, 그 이야기가 더해질 때 비로소 완벽해지는 거라고. 그녀의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스페셜티 카페가 차고 넘쳐나는 이곳 상하이에서 이 작은 카페는 그냥 지나쳐버렸을 그저 그런 카페였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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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띵커피 김현화   Coffee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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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wersly@naver.com
Website: http://www.nothincoffee.com  

Who: ‘맛있는 커피 한 잔’에 그날의 행복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커피를 찾아 공부했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상하이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낯선 외국 생활을 즐겁게 만들어준 것도 ‘커피’였고 중국어를 공부하게 해준 것도 ‘커피’였습니다. 현재는 한국에서 Pour over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인 ‘노띵커피(NOTHIN COFFEE)’의 스탭으 로, 한국과 상하이를 오가며 취재한 다양한 커피 이야기를 블로그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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