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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라콜롬브 커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커피가 아닌 토드 카미쉘의 커피

201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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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미국 시애틀 워싱턴 스테이트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SCAA EXPO에서 단연 흥미로웠던 챔피언십은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아닌 브루어스 챔피언십이었습니다. 적어도 필자에게 있어서는 그러했습니다. 결선에 진출한 6명 가운데 유독 나이들어 보이는 한 명이 들고 나온 추출 기구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국내에도 진출한 라콜롬브 커피의 파운더인 Todd Carmichael이었습니다. 카미쉘이 들고나온 추출 도구는 The Dragon이라는 별명이 붙은 추출 도구로 카미쉘이 직접 유리 공예 장인을 찾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해시킨 후 만든 특별한 추출 기구였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지역 예선에서 우승할 당시만해도 없었던 추출도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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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d Carmichael이 사용한 브루잉 기구인 'The Dragon', ⓒlacolombe.com>



이 추출 기구의 특징은 기존의 사이폰 추출 기구의 약점을 보완함으로 실험적인 시도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존의 사이폰과 같은 경우에는 사실 열원이 대개 가정에서는 알코올 램프나 버너와 같은 열의 강도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들이기에 추출에 대한 다양한 변수를 통제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The Dragon의 경우에는 추출하고자 하는 물의 온도는 드립포트로 물을 부어주는 여과식 추출 방식을 채용하면서 주사기를 이용하여 압력 차이를 발생시킴으로써 커피가 아래로 추출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환경을 만들게 됩니다. 즉, 변수에 대한 바리스타의 통제가 사이폰보다 자유롭다는 말이죠. 자세한 설명은 bwissue.com에서 어느정도 서술해 놓았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파격적인 카미쉘의 브루잉 기구는 결국 그를 미국 브루어스컵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준우승을 거두게 합니다. 기존에도 이미 La Colombe 커피는 충분히 유명한 커피로스터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커피보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커피로 더 유명했습니다. 어쩌면 Todd 자신이 벌인 비지니스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것은 LDF(Leonardo Dicaprio Foundation)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카미쉘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지원을 이끌어낸 일화를 보면 두 사람 모두 동물애호가라는 공통분모로 그들이 협업하도록 돕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카미쉘은 인도네시아 오랑우탄을 디카프리오는 LA에서 수마트라 호랑이를 사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아무튼 이런 디카프리오의 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을 커피쪽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디카프리오의 집으로 찾아가 커피의 맛을 보여주었다는 일화는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스콰이어라는 세계적인 남성 잡지에도 실릴 정도였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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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십 시연전 'The Dragon' 추출 기구를 세팅하고 있는 Todd Carmichael, ⓒlacolombe.com>



결국 그러한 일화의 결과물로 탄생한 블렌드가 바로 라콜롬브의 Lyon이라는 블렌드입니다. 이 블렌드의 수익금중 일부는 커피 산지의 농민들에게 지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LDF에서도 협업하여 지원합니다. 이러한 사회 환원적인 비지니스 모델로 라콜롬브 커피는 입지를 더욱 다져갑니다. 하지만 그 이후 라콜롬브는 국내에서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커피라는 애칭으로 라콜롬브라는 브랜드보다 디카프리오 커피로 더 알려지게 됩니다.


이런 배경을 두고 카미쉘이란 노장의 브루어스컵 참가는 분명 단순한 이슈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커피 브랜드인 라콜롬브보다 오히려 디카프리오 커피로 더 알려지는 이슈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브루어스 컵이 진행되는 동안 카미쉘을 많이 응원했는데 아쉽게도 2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승패를 떠나서 이제 디카프리오 커피가 아닌 카미쉘의 커피로 라콜롬브 커피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라콜롬브란 브랜드도 오픈시에 반짝 디카프리오 커피로 홍보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라콜롬브 커피 자체가 더 잘 브랜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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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콜롬브 커피는 압구정 로데오의 스타벅스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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숍에 들어서니 전형적인 미국 숍의 분위기가 한껏 느껴집니다. 대개 미국 커피로스터들은 스텀프 타운 커피와 같은 빈티지 컨셉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머신은 라마르조코 FB80 2그룹인 것 같고, 커피는 2종으로 메져 슈퍼졸리 2대로 그라인딩 중입니다. 아직 브루잉 커피는 서빙되지 않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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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360g에 \30,000입니다. (Lyon Blend 기준) 로스팅 날짜를 보니 로스팅 된지 한달정도 된 커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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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따뜻한 라떼가 나왔습니다. 역시나 커피 로스터리 브랜드다운 비주얼입니다. 적당한 밀크폼은 항상 첫모금의 입술을 촉촉하게 만들어 줍니다. 라떼의 맛은 확실히 기존의 프랜차이즈들의 강하게 볶은 커피들의 쓴맛, 탄맛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뭔가 허전한 맛이 중간 중간 느껴집니다. 다크 초콜릿의 뉘앙스는 느껴지나 강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싱글 에스프레소 샷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예전에 라콜롬브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컵때문입니다.이탈리아의 도자기 마을에서 핸드 메이드로 제작되는 컵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보니 직접 붓으로 그린 느낌이 빈티지한 목제 식탁과 잘 어우러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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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on 블렌드는 다음번에 기회를 노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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