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빛과 향, 그리고 커피의 정취 - 반포 나무사이로 (커핑 / 로스팅 하우스)

201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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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향, 그리고 커피의 정취 - 반포 나무사이로 (커핑 / 로스팅 하우스)



제가 좋아하는 많은 커피 블로거분들의 포스팅을 읽어내려가면서도 유독 궁금증을 유발하던 곳이 바로 이곳 나무사이로였습니다. 그것도 카페도 아닌 바로 이곳 반포에 위치한 로스팅, 그리고 공개 커핑이 진행되는 Sensory 나무사이로였죠. 경복궁 인근에 많은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카페 나무사이로가 있지만, 뭔가 조금 더 그 느낌이 더 잘 살아있는 곳이라고 지극히 개인적인 끌림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센서리 나무사이로" 는 서래마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기시감으로서의 착각인지 "언젠가 여기를 보았다" 하는 지인의 말과 함께 무작정 발검을을 옮겼고 결국 우린 도착했습니다.


이곳 나무사이로는 이미 많은 곳들에서 "나인티 플러스" 생두를 전문으로 로스팅하고 커피로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미 나이티 플러스 생두의 우수한 퀄리티는 국내에서도 꽤 알려져 있기도 하죠. (자세한 내용은 beitut 님의 카모메 식당 : http://beirut.tistory.com/entry/종로-나무사이로 를 참고하세요)  분명 생두의 우수성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아야 할 곳은 맞습니다만, 이곳 나무사이로는 뭔가 다른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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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P1592.JPG : 빛과 향, 그리고 커피의 정취 - 반포 나무사이로 (커핑 / 로스팅 하우스)


겨울의 오후 2시의 느낌을 내주는 이보다 더 좋은 빛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주택가 사이로 나즈막히 깔리는 빛과 잠시 움츠러 있지만 그 빛을 쐬려는 가지런한 화분들. 아직 마저 녹지 못한 눈들. 투명하고 맑은 이런 좋은 느낌을 주는 빛은 마치 주택가 사이에서 자그만한 숲을 만난듯한 느낌을 전해주더군요. 사진을 좋아하는 저와 로로씨는 이미 빛에 조금씩 취해가고 있었는지도 모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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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조심스레 열고들어가니 아직 손님은 없습니다. 로스팅과 커핑 전문의 공간이지만, 자그만한 커피바를 두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나무사이로의 커피를 기꺼이 맛볼 수 있도록 해주시는 공간이기도 한 이곳은 참 아담하면서도 느낌이 좋았습니다. 한켠에는 브루잉 툴들과 나인티 플러스 원두와 각종 차류들이 비치가 되어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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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공간에 잠시 앉아 커피를 즐겨도 될런지 여쭤보니 물론 그래도 되신다 웃으시며 맞아주셨습니다. 작은 테이블이 두어개 있었습니다만, 바에 앉아 마시는 것이 더 즐거울 듯 했습니다. 작은 메뉴판에 몇종의 커피들에 대한 정보들이 적혀있고, 생두샘플들 그리고 판매용 100g 단위 원두들도 몇종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모두 나인티 플러스급 원두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좋은 원두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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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톤의 커피 바와 차분한 나무사이로의 공기와 닮은 백색의 슬레이어 머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얀 블라인드를 통한 은은한 채광과 공간들이 참 아늑하고도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사진 찍는 내내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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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뒷편으로 MARCO 의 그라인더 형제도 보이구요. 그 좌측편으로는 역시나 MARCO 의 브루잉 커피용 우버 보일러도 두대가 있습니다. 굉장히 비싼 모델들이지만, 왠지 있어야 할 곳에 있구나 싶은 느낌은 왜 드는건지... 공간은 차분하고 소담한 느낌이지만 커피와 장비들은 굉장한 녀석들이지죠. 하지만 역시나 튀지 않고 참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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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추출 역시 MARCO 의 우버 그라인더가 담당을 합니다. 재미가 있는 부분인데, 우버 그라인더는 원래 싱글컵 브루잉용 그라인더로 개발이 된 모델입니다. 정교한 분쇄집중도와 내부 잔량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고 고려가 된 모델인데, 나무사이로에서는 이 우버 그라인더를 에스프레소 용으로 사용하고 계셨습니다. 사실 원두가 고가인 만큼 호퍼를 가득 채워둘만큼의 양을 투입한다는 것은 무리이겠고, 또 그라인더 하나로 다양한 원두의 추출을 담당하고 계셔서 재미있는 접근이시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플랫 그라인더와 코니컬 그라인더의 차이와 머신과의 매칭도 잠깐 떠올려 볼 수 있는데, 슬레이어는 많은 플랫 그라인더와 매칭이 더 많이 되고 있는 머신이기도 하죠. 다양한 방식의 추출을 고려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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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멀리서 오기도 했지만,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였기에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추천을 받아 에디오피아 하치라와 젬베를 각각 에스프레소로 주문을 했습니다. 다른 카페들과는 달리 에스프레소 주문이 거의 가장 일반적인 메뉴가 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에스프레소로 즐기기 좋은 조건들을 갖춘곳이기도 해서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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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오피아 하치라 에스프레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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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오피아 젬베 >


사실 나인티 플러스의 원두를 슬레이어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를 마셔본 경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젬베의 경우는 다른 상황 다른 장소에서 다른 세팅으로 마셔봤는데 추출의 방식도 다를 뿐만아니라 같은 젬베라도 2011년과 2012년 의 젬베의 경우도 많은 성향차이가 있다라고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나무사이로의 젬베는 특유의 베리향이 짙게 풍기며 공기를 통해서 누구나 쉽게 뉘앙스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아마 커피를 잘 드시지않는 분들이라 할지라도 명확하게 커피를 느낄수 있는 그런 성향이랄까요. 한모금 베어 물었을때도 부드럽고 깨끗하며 전혀 자극이 없이 마실수 있었습니다. 향과 맛과 마우스필 모두 맑고 투명한 느낌이었습니다. 에프터에서도 달작지근하면서도 말린 베리류의 단맛과 긴 여운이 남아서 숨쉬는 내내 향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하치라 역시 에디오피아 계열의 화사하면서도 즐거운 산미와 향이 잘 살아있었습니다. 두 샷 모두 정말 맑고 깨끗하다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기억하건데 젬베는 스파클링한 산미도 즐겁게 느껴졌었네요. 


옆에서 정성스레 추출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굉장히 재미가 있었습니다. 샷 사진을 보셔도 아시겠지만 약배전 원두임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참 깔끔하고 예쁜 크레마 색상과 텍스쳐가 눈으로 읽혀집니다. 정성스럽게 모든 면에서 깔끔하고 커피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추출을 가져가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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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크기 않았음에도 빛이 공간을 비집고 빼곡히 들어 찹니다. 겨울 오후의 여유와 여운을 고즈넉하게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었죠. 커피의 향이 은은한 공기로 가득차 있었고 또 작은 공간이지만 자연스러웠고, 평안했습니다. 로로씨와 사진을 찍고, 또 여쭤보고 또 주문을 해서 마셔도 보고, 마지막으로 서비스로 감사하게도 네키세 카푸치노까지 한잔 얻어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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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브라질 베이스의 10주년 기념 블렌딩 "봉우리" 까지 마셨습니다. 나무사이로, 봉우리. 어쩌면 이렇게 우리 말이 예뻤을까 다시금 돌이키게 만드는 이름들이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어울리고 있는 공간이었죠.


나무사이로의 커피들은 정말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의 외적인 부분을 떠나서 내가 마시고 있는 것이 오롯이 그 커피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준 커피들이었습니다. 추출이 잘되고 못됨을 생각하지 않게 되고 샷의 호불호를 떠나서 아 이것이 커피가 가지고 있는 힘이구나 하는 느낌을 느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깨끗하고 차분한 싱글 오리진 그 특유의 매력을 참 제대로 느낄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빈손으로 오기가 너무 아쉬워 몇봉의 커피들을 기꺼이 집어들고 나왔는데 이제 그 커피들의 맛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제 손에 달려있어 굉장히 두렵기도 합니다. ^^ 


아. 하마터면 사실 이런 귀한 커피를 마시지 못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할 수도 있었죠. 제가 찾아간 다음날 부산으로 워크샵을 가신다고 하시더라구요. 하루만 늦었더라도 이리 좋은 커피와 소담한 분위기와 여유를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참 좋은 타이밍, 시기에 있어서도 좋은 균형감이었습니다. :) 



P.S 나무사이로를 한참을 시끄럽고 분잡하게 만든 대구 청년에게 갑자기 쇼핑백좀 볼게요 - 하시면서 살펴보시고는 원두 한봉을 챙겨주셨는데, 자그만치 파나마 게이샤 리첼로였더군요. "멀리서 오셨잖아요" 하시는 말씀 감격에 겨워 돌아왔습니다. 머문 내내 가까이 있어 자주 찾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그런 서울 시민들이 부러워지던 시간이었습니다.  


동행해준 로로씨 정말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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