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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이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인 커피. 한국의 커피 산업도 그 규모가 12조원, 커피전문점만 9만여개나 된다고 하니 이보다 더 친숙한 기호식품이 또 있을까. 바리스타라는 직업은 이미 인기 직종 중에 하나이며, 거리마다 향긋하게 커피를 볶는 로스팅 카페도 많이 생겨났다. 유명한 세계각지의 원두를 직접 구매해 맛을 비교해보거나 스페셜티에 비싼 값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별종이 아니다. 그리고 좋은 커피를 보다 가까운 곳에서 만나고 싶은, 또 새로운 커피의 맛을 찾는, 우리 커피 매니아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있을까 싶다. 아시아 커피벨트의 허브로 촉망받는 이웃나라 ‘중국의 운남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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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조합인 중국과 커피의 만남은 무려 127년 전에 한 프랑스의 선교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1892년에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운남성을 방문한 프랑스 선교사 티엔 데렝(Tian Deneng)은 그곳의 지형과 기후조건이 커피 재배에 알맞다고 판단하여 농부들에게 커피 재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약 5,000년 동안 보이차 등의 차 재배지로만 유명하던 지역에 새로운 농산물을 시도한 발상 자체도 놀랍지만, 그 안목도 참 대단하다. 실제로 운남성 대부분의 지역이 커피벨트에 해당하는 북위15와 적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전형적인 아열대 몬순기후의 특징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풍부한 강수량과 일조량을 바탕으로 비옥한 토양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에 커피를 재배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것이다. 





주요 재배지는 바오산, 푸얼, 더홍 등의 지역에 분포되어 있으며 고급 품종으로 분류되는 아라비카종이 주로 생산된다. 농장 대부분이 해발1000~200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함으로써 낮과 밤의 일교차는 크고, 연간 평균기온은 21.5~40.4로 일년 내내 서리가 없어 커피콩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보니 재배 면적에 비해 수확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또한 강점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원산지인 콜롬비아와 매우 유사한 환경으로 맛도 그와 비슷하게 부드럽고 과일향이 나는 고품질의 생두가 수확된다. 최근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등 9개국 커피 품질 감별사들이 운남의 133가지 콩을 컵핑(Cupping) 한 결과 SCA 스코어 최고 점수84.725점(평균82.64점), 품질지수 95.49%를 기록했다. 미국커피협회 AFCA(American Fine Coffee Association) 전 회장 테드 링거(Ted Linger)는 “운남의 커피농장들이 어떻게 향기와 맛을 효과적으로 미각에 전달하는지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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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커피는 안팎으로 좋은 기운을 얻어 성장하고 있다. 커피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성숙하면서 지난 십 수년간 유명 원산지의 이름값만 믿고 묵은 생두를 무분별하게 유통시켜 온 일부 악덕 커피농장주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됨과 더불어 좋은 맛과 생산기반이 갖춰진 운남이 커피산업의 새로운 대체지역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대기업 총수들과 커피 전문가들이 중국으로 눈을 돌리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과 신선한 아라비카 생두의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두 마리 토끼’ 작전은 그 추세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네슬레는 1992년부터 현지에 커피 농산물 서비스부서를 설립하여 농부들을 훈련시키고 도왔으며 , 2016년에는 현지에 세계유일의 ‘네스카페 커피 센터’를 오픈했다. 스타벅스는 아시아 커피시장 개발의 허브로 운남성을 택해 ‘아시아태평양 커피재배 지원센터’를 설립하여 농부들에게 품질 안정성 및 고급 커피를 재배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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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의 커피산업은 내부적으로도 정부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농산업발전이 중국의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인정받아 정부지원이 대폭 늘어났다. 그 결과 매 해 생산량이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여 2018년에는 재배 면적만 12만 헥타르 (홍콩 전체 면적보다 큰 규모)에 이르렀고, 40만명의 농부들이 약 14만톤의 생두를 생산 해냈다. 이는 세계13위, 아시아4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전 세계 커피 생두 생산량의 1.5%에 달하는 양이다. 나아가 2020년 까지 연간 생산량1억8천만톤 이라는 높은 목표치 달성을 향해 전력투구 중 이라고 하니, 중국 운남 커피에 대해 이제야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이 어쩌면 이미 뒷북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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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전 세계가 거의 1일 생활권 안으로 들어온 시대에 살고 있는데, 왜 꼭 생소한 운남 커피를 마셔야 하는가? 하고 묻는다면, 다시 ‘커피 생두’에 대한 이야기로 깊게 들어가야한다. 인류의 생활 패턴조차 바꿔버린 이 커피라는 녀석은 그 맛을 결정하는 요건으로 생두의 품질과 신선도가 70%, 배전도 적합성이 20%, 추출 기술 숙련도가 10%를 차지한다’고들 말한다. 뻔한 얘기지만 아무리 유명한 콩도 시간이 오래 지나 성분이 다 변해버렸다면 신선한 콩보다 맛있을 리 만무하다. 밥도 햅쌀로 지은 밥이 가장 맛있지 않은가.


실제로 2년 이상 지난 생두는 시장에서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대출 담보로 조차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2010년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 생두의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유명 농장주들이 콩을 시장에 풀지 않고 창고에 보관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값이 저렴한 로부스타품종이 가뭄 때문에 품귀현상을 일으키거나 원산지의 품질관리 명목으로 수출 제한의 영향을 받게 되면 그 때 묵혀둔 아라비카콩을 로부스타와 비슷한 가격으로 내놓는 것이다. 심지어는 9년이 넘은 생두를 버젓이 헐값에 판매하거나 다른 생두와 교묘하게 섞어서 판매하기도 한다. 원래도 저품질의 원두를 취급하여 캡슐이나 과립형 인스턴트커피, 학교, 호텔, 자판기등에 납품을 해오던 업체들에게는 전혀 손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생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전 세계로 유통되었다. 뉴욕선물거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거래된 생두는 창고에 저장 되어있던 기간이 평균853일로 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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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묵은 생두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도구는 현실적으로 부재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포장일자’나 ‘제조일자’로 명시된 정보로는 쓰레기 생두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거니와 ‘콩이 오래되어서 건강에 치명적인 성분이 발생한다는 연구는 지금까지 없다’며 입장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곡물의 특성상 보관 시간이 길어지면 수분함량이 줄어들고 유익한 성분이 변질되니 맛은 당연히 떨어지겠지만 합성감미료를 넣어 보완하거나 강배전으로 로스팅하여 추출하면 묵은 맛을 숨길 수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수법이 지금까지도 만연해 온 것이다. 


그러나 한의사 출신의 커피 명인1호 황재복 교수는 ‘건강과 커피’라는 주제로 열린 강의에서 “이런 쓰레기 생두를 250도 이상으로 볶으면 다이옥신과 벤조피린과 같은 독성물질이 나와 인체에 몹시 해로우며, 복통 등을 유발하거나 심하면 위암과 대장암등의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며 “로스팅 장비가 있는 개인커피숍으로 가는 것이 건강한 커피를 선택하는 안전한 방법 중 하나다.”고 조언했다. 또 “좋은 커피를 마시면 클로로젠산, 마그네슘 등의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당뇨의 발생위험을 낮춰주고 관상동맥 질환 예방은 물론 콜레스테롤의 산화감소, 이뇨작용촉진을 통한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주는 건강식품이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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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단순히 정신을 깨워주는 역할을 해서, 이것 저것 첨가한 맛에 중독되어서, 혹은 살이 빠진다는 얘기가 있어서 ‘아무커피’나 일단 마시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실제로 11세기부터 기력회복제로 활약 했었던 커피는 추출할 때 특유의 향에도 스트레스완화의 효과가 있는 첨가물이 일절 필요치 않은 세계 최대의 기호식품이자 건강을 위해서 챙겨 마셨던 ‘신선식품’ 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중국 운남 커피 생두를 전문적으로 한국에 유통하는 (주) 커피 미메메의 배수정 대표는 “우리브랜드는 컨셉 자체가 ‘햇콩’이다. 신선도가 최대 강점이기 때문에 수확시기 노출은 물론 자체적으로 수분 함량 측정 시스템을 거쳐 엄격하게 관리한다.”며 “운남 커피를 생소해 할 한국 고객들을 위해 소량이라도 농장직송으로 배송이 가능하도록 공급처와 협의하는 것이 가장 힘든 과제였다. 직접 볶아보고 드셔 보시면 그 깨끗한 맛이 다시 생각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 있게 밀어 부쳤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중 커피 무역과 발전 관계에 대해서는 “현재는 오히려 미주나 유럽 에서의 관심도가 훨씬 높은 편이다. 아예 농장에 엉덩이를 붙이고 살면서 자국으로 수출하는 미국 청년들도 여럿이다. 그만큼 운남 커피는 맛이나 가성비면에서 최고의 베이스 원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에 그 진가를 알아 차린다면 한국 커피 전문점들이 모두 생두를 바꿔야 할 지도 모른다.”며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점쳤다. “7년정도 중국에 살다 보니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고정관념과 중국의 눈부신 발전 그 사이의 어딘가에 적절한 균형을 찾게 되더라. 서로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다면 편견없이 좋은 커피콩을 마땅히 한국에 알리려 애쓰고 또 한국의 섬세하고 참신한 기획력을 곁들여 중국 시장에 한국식커피를 역수출할 수도 있다.” 고 밝히며 양국의 교류 관계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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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배수정

2019년 (주)커피미메메 대표

2018년 上海零玖装有限公司 디자인, 상품기획 총책임

2016년 이랜드 중국 이커머스 비주얼 디렉터

2014년 티니위니 중국 광저우 디자인실 팀장

한국 물류 중심 : 경남 김해시 소재 / 중국 커피 연구실 : 수저우시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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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거주하고있는 의상디자이너출신 커피관계자입니다.
일반회원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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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e731

2020-01-10 11:05  #1140218

말로만 들었는데 굉장 하네요. 앞으로 정말 생두 소비에 변화가 있을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