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컬럼 정보
【Trend】 배치 브루 커피로의 회귀가 의미하는 것은?
2018-06-04
시애틀에 위치한 체리 스트리트 퍼블릭 하우스의 브루잉 바, 배치브루잉 머신이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배치 브루 커피로의 회귀가 의미하는 것은?
필자가 시애틀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2015년이었지만 워낙 여행 일정이 빠듯했던 탓에 시애틀의 카페들을 둘러볼 기회가 없었다. 제대로 둘러볼 수 있었던 기회는 2017년이었다. 당시 시애틀의 유명 로스터리 및 스페셜티 카페들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한 가지는 배치 브루 커피였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시애틀의 유명 카페들의 에스프레소 바 한켠에는 여지없이 배치 브루잉 머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러쉬 타임이 국내보다 일반적인 미국의 입장에서 아주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 팬들이 늘어나면서 러쉬 타임에 대응할 만한 옵션은 배치 브루 커피가 아니었을까. 한번의 추출로 리터 수준의 커피를 뽑아내는 배치 브루잉 머신은 러쉬 타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어찌보면 블렌드를 사용하는 아메리카노보다 싱글 오리진 커피를 사용하여 커피의 개성을 더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강북 우체국에 오픈한 어니언 2호점의 커피 바
국내에서도 점차 이러한 시도가 표면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성수동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카페 어니언 1호점의 경우 에스프레소와 필터 커피로 시작했지만 서울 강북 우체국에 새로 오픈한 2호점의 경우 다양한 로스터들의 커피를 사용하여 배치 브루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어니언 2호점이 오픈하기 약 2달전부터 아메리카노 대용으로 배치 브루 커피를 염두에 둔 카페가 최근 오픈했다. 광주에 6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304 커피로스터스의 가맹 브랜드인 라트(Lat) 커피이다.
라트 커피에서는 모든 아메리카노 메뉴를 기본적으로 배치 브루로 제공한다.
광주광역시 봉선동에 첫 매장을 연 라트 커피는 304 커피로스터스의 가맹 브랜드로 일관된 추출과 맛을 위해 어니언 2호점과 비슷한 방향의 커피 바를 보여준다. 아메리카노라 부르지만 배치 브루 커피로 싱글 오리진, 블렌드 두 가지 옵션의 커피를 제공한다. 304 커피로스터스의 노우성 대표는 "봉선동의 경우 광주광역시의 주요 학군으로 러쉬 타임이 존재하는 지역임을 염두에 두고, 배치 브루 커피를 선택했다"고 한다. 또 한가지 이유로는 "브루잉 커피는 매 주문마다 바리스타의 손을 타지만 배치 브루의 경우 머신에 레시피를 직접 입력하여 대용량을 추출하기 때문에 더 일관된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라트 커피에서 배치 브루와 함께 선택한 추가 옵션은 우버 밀크이다. 우버 밀크는 이미 블랙워터이슈에서 기사를 통해 소개한 바와 같이 바리스타없이 터치 스크린에 터치 한번으로 마이크로 밀크폼을 만들어내는 밀크 스티밍 머신이다. 이 머신을 사용함으로 바리스타는 밀크 스티밍을 위해 바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 (호주의 국가대표 바리스타인 휴 켈리가 2017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사용했던 브레빌社의 밀크 클라우드 역시 비슷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배치 브루잉 머신과 우버 밀크로 운영되는 에스프레소 바에는 많은 바리스타가 분주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러쉬 타임에도 이 매장에는 2명의 바리스타가 일할 뿐이다. 최근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의 대명사인 심발리 그룹에서는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인 훼마 X30 모델을 개발하여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 역시 바리스타의 프리 세팅을 통해 반자동 머신에 준하는 추출 컨디션을 보여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의 본질은 재료이다. 점차 발전되고 있는 기술은 훌륭한 재료와 만나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더 훌륭한 커피를 더 신속하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리스타들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지도 모른다. 작금의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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