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라운지(익명)

  

퇴근하고 2편 작성합니다ㅋㅋ


2017년에 마지막 직장생활이후 창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창업을 하게된 계기라고 한다면 때는 2017년 봄, 제가 사는곳 근처 공원에서 플리마켓이 열리더라구요

그당시 여자친구와 저는 다른 매장에서 각각 일을 하고있었는데 

바리스타와 로스터, 과연 미래가 있는 직업인가를 고민하던중 때마침 접하게된 마켓소식


직업인이면서 홈바리스타, 홈로스터였던 저희는 재미삼아 플리마켓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몇몇 품목을 가지고 참가를 했는데 설마했던 완판!

대중적인 성향의 커피를 취급하는 회사에서 몇년간 일을 하다보니 익명이기에 당당하게 말할수 있는 재수없는 말,

어떤 커피를 어떤 제품으로 팔면 잘 팔리는지 알겠더라구요ㅋㅋ


그렇게 한번 내 물건 내가 돈받고 팔아보니 그 기분이...

이게 창업을 하게 된 계기입니다


물론 저는 그 와중에도 매우매우 수비적으로 창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라고 한다면

전 뒤가 없는 사람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정이 아니기때문에 조심스러울수밖에 없었는데 여자친구가 창업제안을 하더라구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정치질로 신물이 났던 여자친구의 제안에 따라 도피성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ㅋㅋㅋ

지금도 하는 얘기지만 여자친구가 아니었다면 전 아직도 직장다니고 있었을것같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첫 매장

당시 2천만원 남짓한 돈으로 보증금을 내고  작업대,싱크대,냉장고,스트롱홀드s7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잘 됐냐구요? 당연히 죽쒔죠

뭘 팔아야하는지는 알겠는데 문제는 어디서 팔아야하나였어요

플라마켓은 무료시음으로 손님입에 커피를 넣을수 있으니 그래도 제법 잘 팔렸습니다.

플리마켓이 열린다고하면 짐싸들고 나가서 팔긴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매주 열리는것도 아니구요

그렇게 3달정도를 한가하게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마 저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월세는 잘 내고 있었지만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낮에는 회사 밤에는 매장에서 커피를 볶았고 여자친구는 가게에서 상품촬영, 온라인 플랫폼 입점 등 할수있는 일은 다 했던것 같아요.

여전히 매출은 바닥...이렇게는 안되겠다싶어서 과감한 행사를 한번 던져봅니다

입점해있던 플랫폼에서 브라질을 사던 콜롬비아를 사던 모모라 하나를 더 주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모모라는 저희가 당시에 가장 좋아하던 커피였고 믿음이 있는 커피라서 지금도 꾸준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맛이 달라져서 아쉽긴합니다ㅜ

무슨커피를 팔아야하는지는 알겠는데 (익명이기에 할수있는 재수없는 말2)

이름도 없는 쬐깐한 놈들이 어떻게든 손님 입에 커피 한방울이라도 넣어보려고 발악을 했던겁니다


다행히 그게 제대로 적중!

단번에 입점해있던 사이트에서 순위가 급상승 합니다

그때도 심했는데 요즘은 더 심각한 1+1 말장난 키워드질... 저희는 진짜 1+1으로 과감하게 뿌렸었거든요


그때부터 물타기가 시작됐던것 같아요

판매 상위로 올라가고 순위를 뺏기지않으려고 계속해서 신제품 출시, 시즌마다 분위기에 맞춰 사진촬영,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행사 등으로 잘 자리잡았던것 같아요

아 그리고 여자친구 명문대 경제학과 출신입니다!(익명 재수 말3)

신규업체, 기존업체 매일매일 모니터링하면서 저희 목에 칼을 들이대는 듯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에 대응하는 귀신같은 행사로 어떻게든 털어버리면서 버텨왔었습니다.

명문대 경제학과 출신이 왜 커피를 잡고 있었냐구요? 회사생활이 도저히 맞지않아 버틸수가 없었다고합니다

귀신같은 운영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되고있습니다. 이 분에게는 삼보일배하여야 합니다

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2년이 흐르고 매장은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점점 늘어나는 물량, 꾸준히 우상향하는 매출 모두 좋은데 매장이 너무 좁아졌습니다.

그 매장에서 일하던 막바지에는 똑바로 걸어다닐수가 없었습니다

택배박스,생두,원두 등으로 천장까지 쌓여있는 가게에서 늘 게걸음으로 다녔지요

몸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2019년 10월이 되어 드디어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35평쯤 되는 매장으로요!! 와!


저희는 늘 꿈이 있었습니다.

여건이 되지않아 온라인으로 시작을 했지만 항상 손님이 찾아와 맛있게 드시고가는 매장을 운영하는 꿈을요..!!

이사온 매장의 절반은 홀로, 절반은 로스팅,포장실로 사용하려고 인테리어를 마쳤습니다.

저희 인생과는 연이 없을것같던, 너무 꿈만같던 고오급 에스프레소 머신(직장생활 당시 머신과 연이 없었어요...10년동안 라마르조꼬 만져보지도 못했습니다ㅠ)과 그라인더들, 12kg급 로스터를 사서 이사를 왔는데

코로나ㅋㅋㅋ


이사온지 네 달만에, 그중 두 달은 준비한다고 오픈도 안했는데 바로 문닫았습니다

슬슬...손님이 오기 시작했었는데...


하여튼 지금은 오프라인은 포기하고 온라인 영업만 하고있습니다

커피로 밥먹은지 10년이 되어 한번 써보게 되었는데 보는사람이 재밌을지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재밌었네요

스스로지만 그동안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애는 없지만 저희는 매장이 자식같거든요 자랑 좀 하고싶었어요


마지막은 10년동안 배운 생각들을 적으며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1.저는 꼰대가 좋아요

요즘은 꼰대불신주의가 심하지만 저는 늘 그들에게 많은걸 배웠던것 같아요

그게 그 사람의 성공,실패와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배울점은 배우고, 별로인 부분은 반면교사로 배우면 되니까요

잘 걸러듣기만한다면 대화는 나쁠게 없는것같습니다


2.회사의 비전을 빨리 파악하셨으면,

여기저기 일해봤는데 회사를 빨리 파악하면 본인도 빨리 성장할수 있는것 같습니다.

"목표만있고 발전이 없는 회사", "목표도 없고 의지도없는 회사", "목표는 없지만 돈은 잘버는 회사"

제가 다녔던 회사는 이렇게 세가지로 나뉘는것 같아요 저는 "목표는 없지만 돈은 잘버는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일하면서 돈버는법은 배운것같아요

물론 "목표도 있고 발전도 하는 회사"도 있겠죠. 저랑 연이 없었을뿐

사정은 다를수있지만 적어도 앞의 두 회사는 미래에 딱히 영양분이 되지않으니 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3. 열심히 하면 커피의 신이 도와주신다.(전우주가 도와줍니다ㅋㅋㅋ)

1편에서 나왔던 얘기인데, 처음 들었을때는 이게 무슨소리야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저에게 무슨말을 해주고 싶었는지 이해가 될것같습니다

개돼지처럼 스스로 혹사하라는것은 아니구요. 해야 할 일을 잘하시면 될것같습니다.

이건 설명할 방법이 없네


3-1 이건 좀 정치적인데 제 개인적인 어레인지로 좀 영악하게 하셔도 됩니다.

마음에 들든 아니든 대표는 나의 보스. 눈에 띄도록 계산적으로 행동하셔도 좋습니다ㅋㅋ

타업체 커피 사와서 대표랑 나눠먹으면서 의견을 제시한다거나

살아남는 놈이 이기는 놈입니다

알랑방구뀐다고 뒷담까는 직원이 있다? 별 도움 안되는 놈입니다(아마도)


4.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하셨으면

결국 가게 차릴려고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바 안에만 계시지말고 점장,매니저,사무팀이 있다면 사무팀쪽에도 붙어보세요

물건은 어디서 얼마에 사고 생두는 단가가 얼마인지 알아두면 좋습니다.

저도 처음 가게 시작할때 사용량에 비해 생두 엄청 싸게 받았습니다


저의 소중한 토요일에서 두시간이나 사용한 글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흑흑 ...

감사합니다!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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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76호

2021-01-09 21:41  #1435652

1편 2편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이 글이  블라인드 게시판이 되었든 프로게시판이 되었든 많은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수 있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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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54호 작성자

2021-01-14 17:28  #1439092

@익명0076호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또 스스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으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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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02호

2021-01-09 22:51  #1435687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코로나 잘이겨내시고 연이 되면 방문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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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54호 작성자

2021-01-14 17:29  #1439096

@익명0002호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철저하게 은닉할 생각이지만 뵙게된다면 즐거울것같네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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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44호

2021-01-10 08:01  #1435886

프로밧 12키로 돌려보고싶습니다ㅋㅋ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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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54호 작성자

2021-01-14 17:30  #1439100

@익명0144호님
저도 언젠간 ug를...!!
같이 갑시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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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56호

2021-01-10 13:34  #1436006

1편부터 읽었습니다. 처음으로 댓글을 달게 만드시다니..저는 거즌 경력이 10년 되어가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 느껴지는 바가 많은 유쾌한 글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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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54호 작성자

2021-01-14 17:36  #1439107

@익명0156호님
분명 잘 될겁니다!!
감히 누군가에게 좋은 글이 될수있었으면 했는데, 감사합니다!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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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27호

2021-01-10 15:52  #1436084

글 읽으니 오히려 1편이 궁금해지네요 보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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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54호 작성자

2021-01-14 17:36  #1439112

@익명0027호님
5년뒤에 3편 나옵니다!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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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13호

2021-01-11 08:22  #1436440

잘 읽었습니다! 2시간 고민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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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54호 작성자

2021-01-14 17:37  #1439118

@익명0113호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앞으로 가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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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41호

2021-01-11 15:02  #1436708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쉽네욯ㅎㅎ...

궁굼한게 있는데요. 플리마켓에 나갈때 사업자 등록하고 제조표기등 도 다혔던건지... 좀 러프해도 됬었는지 궁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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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54호 작성자

2021-01-14 17:40  #1439123

@익명0041호님
5년뒤에 3편 출시하겠습니다!
식품위생법대로라면 당연히 등록업체,표기사항이 있어야합니다
마켓 운영자마다 기준이 달라 위 조건을 충족해야 받아주는곳도 있고, 신경쓰지않는 마켓운영자도 있습니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등록하시는것이 좋습니다
전 두탕(?)치고 바로 창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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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33호

2021-01-11 15:40  #1436729

개꿀잼 3편 존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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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54호 작성자

2021-01-14 17:46  #1439129

@익명0033호님
5년에 한편씩 나옵니다!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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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91호

2021-01-12 22:35  #1437712

수완이 좋은 형이네요. 손님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시장을 볼줄 아는 눈. 더욱 더 부지런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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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54호 작성자

2021-01-14 18:06  #1439143

@익명0091호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부지런하게 일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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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40호

2021-01-14 18:09  #1439149

좋은 꼰대는 좋습니다.
근데 꼰대가 사장님이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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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46호

2021-02-02 23:23  #1455642

부분적으로 낯익은 스토리가 보여서..ㅎㅎ  아는분인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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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03X호

2022-06-10 21:47  #1891384

잘 읽었씁니다. 코로나도 이제 지나갔는데 다시 오프판매 시작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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