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라운지(익명)

  

익명0024호 21.05.01. 19:34
댓글 18 조회 수 1974

두서없이 글을 써봅니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개인카페, 대형매장, 관광지 등에서 

직원, 메니저, 총괄 등의 직책을 수행해보고

중간에 매장근무에 지쳐 학원강사도 해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환경들에서 느낀 

우리나라에서의 바리스타에 대한 제 생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최악의 근무조건

열약한 근무환경, 주말 및 공휴일 거의 필수근무

하지만 추가수당같은건 당연히 없고 월평균 6회 휴뮤정도

일 근무시간 평균 9시간 휴게시간 1시간을 다들 달아놓지만 

제대로 쉬는 곳은 딱 한군데 였습니다(직접 겪은것 + 동료들 이야기 포함)

급여는 당연히 최저시급에 밥도 대충 먹던가 못먹는게 대부분

계약직이나 정규직은 전부다 주휴 포함(직원급은 포함인데 월 180 ~ 많아야 200)

오히려 풀타임 파트타임 친구들보다 벌이가 적은데 근무강도는 높습니다

제가 운이 없어서 이런곳들만 골라서 갔을수도 있고

직원들 복지나 대우 잘 해주시는 올바른 사장님들도 당연히 있겠죠


근데 사장님들이 원하는 사람들은

성격밝고 일머리도 좋고 커피에 대한 이해도 높았으면 좋겠고

외모도 중시하고 책임감 강하고 요즘엔 SNS까지(인스타, 페북) 거의 팔방미인만 모집합니다.

면접가서 얘기하다보면 오픈, 마감때 1~20분씩 업무시간이 초과될 수 있는데

적응되면 시간 맞춰서 할 수 있다고, 처음만 조금 고생하자고

막상 해보면 업무량이 시간내에 마치기 버거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발 부탁드리는데, 원하는 업무강도에 맞는 급여라도 주시던가

아니면 사장님들이 직접 도와주던가 해주세요

바리스타들은 노예가 아닙니다.


그리고 학원강사들 대부분 첫 급여수준이 시간당 만원이더라고요

하루에 2시간짜리수업 3개 해도 6만원, 주5일 30만원

보통 많이들 수강하는 바리스타 2급수업은 25만원 내외,

1급이나 라떼아트, SCA나 브루잉 등 다른수업들은 더 비싼걸 생각하면

안타깝네요 역시


그리고 이러한 근무조건이 형성된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두번째, 업무자들의 전문성


동료였던분들중 바리스타 5년이상 하신분들 많습니다.

근데 정말 충격적이었던게 오픈때 그라인더 세팅하고 추출 잡는걸

아예 모릅니다.


매니저 경험 있는 친구들도 얘기 들어보면

'사장님이 몇g 도징해서 몇g 추출 몇초동안 하라고 해서 맞췄어요'

단순히 업무하는것만 보면 잘합니다. 센스있고 시키지 않아도 정리 잘 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것들 준비도 잘하고 손도 빠르고 응대도 잘하고.

근데 이런건 차라리 일 잘하는 아르바이트생 쓰는게 나은거 아닐까요?


레벨링 툴도 마련해둔 매장에서 레벨링을 안하고 바로 탬핑을 하는 직원(바로 탬핑하는 의도나 목적이 있었다면 상관X)


자신이 판매하는 블랜딩 원두에 어떤 콩이 들어가는지 물어보면 전부다 모릅니다

매일 그라인더에 쏟아 부어서 갈아내고 패킹해서 추출하는 콩인데

손님이 물어보면 뭐라 대답할지 무섭습니다.


바텀리스와 스파웃이 있는 포터필터의 차이를

바텀리스는 추출하는거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씻기 편하다

스파웃은(2way) 양쪽으로 나와서 투샷 받을수 있어서 좋다, 씻기 불편하다

제가만났던 모든 바리스타들은 이정도로 알고있습니다


로스팅을 5년넘게 하고 계시는데 네추럴과 워시드 콩의 차이점을 모르고

워시드가 비싸고 고급이다, 그래서 더 좋다만 외치는 로스터리 사장님

심지어 콩이 은근 잘 팔려서 더 어이없습니다.

로스터리 카페인데 여태 이 콩에 대해 의문을 품은 직원이 하나도 없었나 봅니다.

제가 볶은것과 사장님이 볶은거로 블라인트 테스트 진행(당시 매니저, 바리스타 4명, 사무1명)

5:1로 제 콩이 압승(사장님과 저는 투표 제외), 사장님은 너네가 커피맛을 뭘 아냐고 노발대발

그자리에서 바로 때려치웠습니다.


TDS가 몇이고 수율이 몇이고 하면서 TDS가 높아야 커피맛이 진하고 다크하다, TDS가 낮으면 커피맛이 연하고 밝다,

핸드드립은 뜸 비율 1:2, 1차추출 몇g, 2차 몇g, 3차 몇g에 시간도 다 딱딱 맞춰놓고

저울에 이렇게 정해놓은 양대로 추출을 하게되면 매우 뿌듯해하던 직원


우리는 비싼머신에 비싼 정수필터, 최고급 그라인더, 스페셜티 콩만 사용하니 무조건 맛있다는 매니저

면접보러갔을때 그렇게 자랑을 하며 내려준 아메리카노는 그냥 뭐... 콩이 울겠더라고요


잠깐 해봤던 학원강사도

먼저 하고계신 강사나 학원 팀장, 원장님들

시험규정이나 사용하는 교재 내용들은 잘 숙지하고 계신거같은데

진짜 딱 그것만 잘 아시더라고요(이조차도 못 외워서 들고 읽는사람들도 있어요)

지나가다가 다른 강사분이 수강생에게

스티밍에 대한 교육을 하는걸 우연히 듣게 됬는데

참 할말이 없더군요.. ㅎㅎ

'스팀봉 각도는 70도 정도로 맞춰주시고요

피쳐에 담긴 우유에 십자가로 선을 그어져 있다 생각하고

가운데서 오른쪽으로 1cm, 위로 0.5cm에

살짝 걸치고 3초간 치직치직 하다가 담궈서 돌려주세요~'

수강생분이 '이걸 여기에 놓고 돌리는 이유는 뭐죠?' 이런식으로 물어보시니

이렇게 해야 벨벳밀크가 가장 잘 만들어진다고, 이 자리는 무조건 외우면 된다

그러고 끝이더라고요

홈페이지에 보면 이 강사분 각종 자격증 수십개를 두르고 있습니다.

무슨 Q그레이더도 종류별로 있고 SCA 파운부터 인터미디어트, 프로페셔널 전부다 쫙 써놓았습니다

마치 처음 보면 엄청 대단해 보이긴 좋을 듯 합니다.


나열하려면 한참 더 많은데 너무 많아서 생략하겠습니다.

이중에선 이름 들으면 알만한 곳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화가났습니다.


우리의 몸값과 인식을 올리려면 공부하고 생각하고 실험하고 노력해서

바리스타는 전문성이 매우 높은 직업이라고

사람들에게 보여지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커핑사진, ek43 옆에 모여서 회의하는 사진, 드리퍼에 코 가까이 대고 냄새맡는 사진

껍데기만 요란한 홍보보단 내실을 다져서 진짜 전문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라고 커피 쩔고 고수 이런거 절대 아니고 현재도 공부할게 엄청 많은 사람인데

그냥 여태 만났던 사람들과 이런 환경들이 안타까워서 글을 적어봤습니다.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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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36호

2021-05-01 20:06  #1529168

격하게 공감합니다.

힘들죠.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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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07호

2021-05-01 20:26  #1529188

공감합니다. 저기에 더해 발전을 하고싶어하면 주변에서 못괴롭혀 안달인곳도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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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06호

2021-05-01 20:28  #1529192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2021년이 되었는데도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적으로 보여지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커피인로서 기본적인 지식과 대처능력 등 공부는 계속 해야하는 부분인 내적인 부분을 항상 숙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요소 이전에 복지적인 문제가 가장 중요하구요.

앞으로 커피인으로 발전하려면 '윗 분이 그래서 그런가보다..'라는 생각보다 '왜 이렇게 진행할까?'라는 이유를 갖고 행동해야 할 시대라고 이 업계에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싶기도 합니다..(물론 실제로 이를 행하는 회사도 있겠죠)

글쓴이 분께서 부디 좋은 직장, 좋은 동료 등의 환경에서 커피업을 해내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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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63호

2021-05-01 20:55  #1529210

커피를 저도 15년 넘게 하면서  아는 부분도 있고 모루는 부분도 많고 합니다..ㅋㅋ  근데 최소한으로 내가 하루 종일 있는 매장에서  내가 보고 듣고 만지고 있는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바텀리스와 스파웃 2개 포터필터가있으면  장점과 단점에대해  실험도 해보고 이리저리  해보는 관심이 있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매장 근무 해보면 난 sca 자격증 3단계까지 공부했고 자격증 있다 자랑 해도  추가적으로 더 질문을 하면 말을 못함..ㅋㅋ 제가 생각하는 그 이유는 경험은 없고 책으로만 또는 듣기로만 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커피학원 강사를 잠깐 할때 스팀밍 교육때 저는 공식 보다는   원리를 알려주고  이해를 시켜줄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만큼 성과도 좋았고요..

작은 대한민국에서  커피협회는 엄청 많고 바리스타는 치킨집 조리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게 현실이고,  열심히 하는 바리스타도 있게지만 대충 호구사장만나서 돈많이 받고 편하게 바리스타 일하는 사람도 있죠...  자기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해볼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게 좋은데...  할말은 많은데 다 말을 못하겠어요..ㅋ 근데 팩트는 답답한 현실이죠...  모루면 배울려고 해야하고 알고 있으면 나눌려고 해야하는데....  각자 입장만 있으니..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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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13호

2021-05-01 22:07  #1529267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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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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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11호

2021-05-01 23:24  #1529333

그냥 창업 시작하시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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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44호

2021-05-01 23:25  #1529339

저 스스로를 많이 반성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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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54호

2021-05-02 00:05  #1529388

와.. 약간 충격적인 내용이네요;;

이러니 아직도 전문성을 인정 못 받고 대우가 안 좋지.. 에휴..


저런 분들은 그냥 발도 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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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42호

2021-05-02 04:13  #1529583

심사위원분들과 좋은 관계 유지하셔서

대회 입상 한다음 창업 혹은 대기업 테크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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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22호

2021-05-02 07:57  #1529636

더 충격적인거 홈바리스타분들이 더 커피를 잘 이해하고 공부함 그래서 난 커피하실려는 분들한테 그냥 취미로 하라고 말함 반대로 아무것도 모르는데 창업하시는 분들보면 그냥 얼마나 버틸려나 생각됨 코로나 터지면서 많은 카페들이 망했지만 또 많은 카페들이 생겨남 컨설팅하면서 가족이 단체로 차리거나 부모님이 자식 놀고있으니 차려주거나 이 테크가 제일 많아서 안타까우면서 커피업계 현실을 보면서 괜히 커피했다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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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36호

2021-05-02 09:30  #1529668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빈껍데기들은 도태될 것입니다. 

현재 바리스타란 직업의 가치를 재평가하게끔 해주는 요소들이 너무 많죠. 

유튜브 , 해마다 쏟아지는 각종 대회 우승자들 , 새로운 세대들 , 다양한 생두 ,커피 전문점에서 소위 능력있는 커피인들의 창업 등등 이 모든 요소들이 향후 5년만 지나도  껍데기들을 구별짓는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유행을 따라가거나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그 모든 사고방식은 아마 전문성과 구별되는 것으로 작용하여 소비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아류 커피집으로 인식되게 하겠죠.

시간이 약일 것이고 글쓴님같은 분들에겐 호황을 맞는 시기가 곧 올 거라 확신합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합리적 소비의  주체가 되고 싶기에 이왕 돈을 쓴다면 더 가치있게 쓰고 싶어합니다. 다양성을 이유로 전문성을 포기한 카페에서의 커피보단 우직하게 커피 전문성을 키운 카페에 신뢰가 가고 거기에서의 소비를 합리적 소비라 생각할 수 밖에 없겠죠. 편의점에서 치킨 안먹고 BBQ에서 사먹는건 

Bbq가 치킨에 더 진지하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인 것이죠.  그들은 대학까지 만들어 치킨을 연구하는데  같은 맛 나는 상품을 편의점에서 판다고 그게 같은 거라 생각하진 않죠. 조금만 기다려보시죠.

님 같은 분들이 대우받는 시대가 올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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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60호

2021-05-02 09:33  #1529673

공감 가는글 감사합니다. 건강한 문제 의식을 갖고 계신 분이 점점 많아지고 현장에서 그 의식을 바탕으로 조금씩 바꿔가야 현실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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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91호

2021-05-02 10:25  #1529731

저는 그래서 지금 그냥 취업은 포기하고 더 전문성 갖추고자 학업중입니다 이 안에서 틀에 갇히는게 아니라 같이 배우는 분들 통해서 더 배우는것도 많아서 한편으로 재밌고 제가 모르던 부분도 듣게 되니 유익하더군요 확실히 요즘은 바리스타보다도 홈바리스타 분들이 아는게 많다는걸 다시금 느끼고 반성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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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15호

2021-05-02 18:25  #1529923

아직 배울게 산더미 처럼 많지만 글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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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181호

2021-05-02 22:33  #1530050

틀린말이 하나없네요 격하게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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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220호

2021-05-03 11:49  #1530446

바리스타로 몇년동안 일해온결과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이라기 보단 매장의 오너 또는 직원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진입하기 쉬운직업이 되어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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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089호

2021-05-04 02:25  #1531186

학원강사들도 박봉이로군요. 보면 이직률도 높은 것 같던데.....코로나 때문에 생긴 여유시간에 혹시 나이 먹고

창업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본문내용을 보면 "아~~ 저런가?"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댓글들을 보니 어렴풋이 감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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