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워터이슈

  

오늘은 평소에 가지고만 있다가 따로 시도는 해보지 않았던 하나의 궁금증을 해결해보고자, 부족하지만 작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푸어오버를 할 때에 종이필터에 물을 부으면 안될까?


입니다.


사실 많은 Hario V60 브루잉 가이드에서, 원두 표면이 아닌 종이 필터에 물을 붓게 되면 물이 필터를 거쳐 커피층을 지나지 못하고 바로 떨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추출에 해당하는 Brewing 이 아니라 물이 그대로 커피 용액으로 떨어지는 Bypass 가 된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James Hoffmann 도 "The Ultimate V60 Technique" 이라는 영상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https://youtu.be/AI4ynXzkSQo


이 영상 중 10분 30초 경에서, 제임스 호프만은 제가 위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해 언급합니다.


필터에 물을 붓게 되면 그대로 필터를 거쳐 물이 빠지고, 커피에 희석되어 좋지 못한 맛을 낸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곤, 


종이 필터로만 물을 부어 추출한 본인의 실험에서 추출은 더 늦어졌고, 다른 경우보다 추출이 더 되어 맛이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정말로 물이 늦게 빠지는지 그 맛은 어떤지 궁금해 직접 추출해보기로 했습니다.


추출의 기본 설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통제 절차>

1. 커피는 스타벅스 리저브의 "에티오피아 레인샤인 블렌드" 15g 을 사용합니다.

2. 분쇄는 동일하게 코만단테 아이언하트 25 click 으로 분쇄합니다.

3. 추출비는 1:15로 하고, 물은 수돗물을 끓여 포트로 옮겨담아 푸어합니다.

4. 하리오 V60 플라스틱 01 사이즈를 이용하고, 필터는 VCF-01-100W 입니다.

5. 필터는 모두 100g 가량의 끓인 물로 린싱합니다.

6. 50g 으로 30초간 사전적심하고, 15초 동안 100g을 푸어합니다.

7. 1분이 되면 10초간 75g을 푸어하여 물이 모두 빠지면 추출을 종료합니다.


<조작 절차>

1. A 추출은 알려진대로 원두 표면에만 나선형으로 물을 주입합니다.

2. B 추출은 실험의 목적대로 원두에 직접 닿지 않게 하여 필터에만 물을 주입합니다.


추출 영상은 아래 블로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m.blog.naver.com/yeongjaek97/222096055534


위와 같이 푸어링한 결과를 아래와 같이 테이스팅하였습니다.


원두 표면에만 푸어링한 경우는 1분 51초에 물이 모두 빠졌고, 필터에만 푸어링한 경우는 1분 45초에 물이 모두 빠졌습니다. 유량을 비슷하게 통제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빠짐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래는 테이스팅 결과입니다. 이는 제 관능평가에 의한 것으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해 주세요.



이렇게 간단히 두가지 푸어링 패턴에 의한 차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결과는 당연하게도, 원두에 따라 각자가 사용하는 물에 따라, 더 다양한 변수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객관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테이스팅에서 필터에만 물을 부어 추출한 경우 긍정적인 맛이나 향미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점이나, 이와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들은 얼마든지 댓글로 함께 의견을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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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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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af

2020-09-22 08:57  #1352497

잘 읽어보았습니다! 일정량 물이 바이패스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장점이 있어 적절히 활용하면서 추출하는 편입니다.

이번 실험하시신걸 봐도 일정량의 물이 바이패스되어, 결과 차이를 보인다고 추측 해 볼 수 있는거 같아요.

좋은 실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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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cha 작성자

2020-09-22 17:01  #1352940

@Olaf님
사실 같은 푸어오버라 테두리의 커피층에 밀려 결국은 중심부로 모일 줄 알았는데, 중심부로 모이지 못하고 테두리층을 지나 빠지는 물의 비율이 꽤 있어서 추출 시간이 크게 차이가 없거나 좀 더 빨랐던 것 같습니다. 영상으로도 수위 차이가 꽤 나네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필터를 거쳐 바이패스 되는 것의 장점을 느끼셨는지, 추출 후 바이패스의 장점을 느끼셨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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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af

2020-09-22 17:38  #1352999

@Aricha님

제 개인적인 외각푸어링 활용은 커피 추출될때, 물 수위랑 교반효과에서 외각부위 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적용된다고 생각을 해서 1~2차 추출 후 3차 정도에 외각부터 푸어링 시작해서 입자를 안으로 넣어주고 있어요! 이건 가설을 세우고 진행한거라 정확한 데이터 값은 없습니다. ㅠ


저는 이 방식을 통해 만족스러운 컵을 만들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필터 미분막힘에 따라서 라오스핀도 쓰고 어느정도의 루틴을 가지고 활용하고 있습니당!


저도 시간날때 여러가지러 테스트 해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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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cha 작성자

2020-09-22 17:57  #1353010

@Olaf님
아하! 센터푸어와 함께 위로 밀린 입자들을 밀어넣어주기 위해 사용하시는군요🙂 저도 아마 라오스핀 말씀주신 것처럼 3차 혹은 마지막 푸어 후에 드리퍼를 잡고 가볍게 스월링해주고 있습니다. 스푼 등으로 입자를 긁어주기도 하던데, 괜히 찢어질까봐...ㅎㅎㅎ 

소중한 의견 공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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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an

2020-09-22 15:27  #1352840

호프만이 이야기하고 싶었던것은 

'벽에만 붓는다고 물이 그대로 타고 서버에 빠른속도로 내려가진 않아' 인것 같습니다.

벽에만 붓는것은 센서리적으로 문제가 생길수는 있겠지만 잘만 활용한다면 도움을 받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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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cha 작성자

2020-09-22 17:03  #1352944

@Politan님
아! 맞습니다! 그런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ㅎㅎ 원두표면에 푸어한 것과 비슷한 유량으로 부었는데, 필터에만 부었던 것의 수위가 현저히 낮은 것을 보아 물이 커피에 잘 스며들지 못하고 빠르게 빠지는 것은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조금 천천히 붓거나 한쪽에서 수압을 걸어 세게 푸어한다면 교반되어 좀 더 나은 추출을 유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쁜 댓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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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an

2020-09-22 15:33  #1352844

이렇게 올리시는게 대단하시네요. 

꾸준한 발전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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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cha 작성자

2020-09-22 17:04  #1352948

@Politan님
핫... 많이 부족하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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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죽걸이

2020-09-26 06:18  #1355286

사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또 이렇게 실험 해보구 그걸 정리 해서 옮기는게 쉽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