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beirut 14.12.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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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업 커피, 셀리나(Selina) 블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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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세차례 연속 에스프레스 블렌딩을 리뷰하게 됐습니다. 추출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이상 상세한 리뷰가 불가능하다는건 여러차레 말씀드렸지만, 맛있는 커피라면 어떻게 내려도 맛있기에 브루잉을 통한 블렌드 리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커피로스터 블랙업커피의 에고 블렌드 셀리나입니다. 홈페이지에는 '이고'라고 나와있더군요. 몽타주 커피를 비롯하여, 철학용어로써 결코 쉽지않은 이름을 붙여놓은걸 보면 저는 머리가 아파집니다. 수많은 개념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대체 이렇게 어려운 개념을 어떻게 커피로 풀어내는거지?'라는 생각도 들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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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카힌두 AA가 70%의 비율로 들어가있습니다. 케냐 니에리 지방에서 생산되는 이 커피는 기본적으로 살구와 꽃향이 지배적인, 강한 산미가 인상적인 커피입니다. 블랙업에서 제공한 테이스팅 노트의 지분은 바로 여기서 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품질의 케냐커피가 블랜드에서 어떤 색을 뿜어낼지 궁금하군요. 과테말라 산 안토니오 차귀테가 남은 30%의 비율로 케냐의 독주를 막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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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에는 별 다른 브로슈어가 없었습니다. 원두 봉투 뒷면엔 간단한 테이스팅 노트가 적혀있고요. 브루잉 추출을 위한 가이드를 참고해 추출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 추출 가이드는 기구를 판매하는 섹터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추출가이드에대한 조금 번거로운 접근이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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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의 색깔은 대략 이렇습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티 단계에서 배출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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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반적인 뉘앙스를 알아보기 위해 클레버 추출을 진행합니다. 드립굵기로 그라인딩 후 20g/93도/330ml/2분 30초의 추출을 진행합니다. 거친 산미와 과일껍질, 특히 자몽껍질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덜 익은 사과의 풋풋한 신맛도 느껴지고요. 부드럽고 편한 느낌을 주진 않았습니다. 바디는 중간정도, 신맛도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고소한 느낌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혀끝을 아리게 하는 떫은 맛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레시피를 변경해 클레버 추출을 재차 진행합니다. 드립굵기보다 조금 굵게 그라인딩 후 20g/93도/330ml/2분의 레시피로 추출했습니다. 이전 추출보다 거친 맛들은 누그러들었지만, 커피가 식으면서 느껴지는 떫은 맛은 여전합니다. 다시 이 부분을 반영하여 하리오 V60드리퍼로 굵게 그라인딩하여 30g/93도/500ml/3분의 추출을 진행합니다. 빠른 속도로 푸어오버를 하면서 최대한 잔미를 잡아보려 했습니다. 은은하게 체리나 달달한 맛이 느껴지긴 하지만 바디는 더 약해집니다. 슈가브라우닝의 느낌이 지배적이며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커피가 식었을때는 여전히 떫은 맛이 살짝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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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브루잉추출후에 에어로프레스 추출을 진행합니다. 드립용보다 굵게 그라인딩하여 17g/92도/225ml/30초동안 물을 붓고, 50초 기다린 후, 10초동안 젓고 40초동안 프레싱하는 레시피를 따라봅니다. 갓 추출된 따뜻한 커피는 여태까지의 추출중에 테이스팅 노트와 가장 훌륭한 일치를 보여줍니다. 꽃잎의 느낌과 산도높은 자몽의 느낌, 중간바디와 신맛, 사과나 천도복숭아같은 맛들이 입안을 장식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목넘김 후에 아린맛이 남는건 여전합니다. 식은후에 남은 떫은맛도 조금밖에 느껴지지 않는군요.

 

에스프레소용 블렌드를 블렌딩으로 추출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추출 결과물이 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공통적으로 느껴졌던 식은후의 떫은 맛이 가장 아쉬웠고요. 하지만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했을때 커피가 뿜어내는 향미는 이런 단점들을 가릴수 있을만큼 좋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조금은 거친 느낌은 저에게 이드(id)를 통제하고 절제하는 에고(ego)의 느낌보단 오히려 에고에 가려진 이드 같단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일전에 리뉴얼 전의 블랙업 커피인 커피공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크기부터 다른 카페와 남달라서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죠. 반면 가장 강렬하다고 소개했던 에스프레소가 우유와 만났을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브루잉 추출의 아쉬움속에 블랙업커피를 방문해 커피를 마셔보고 싶단 생각을 해봅니다. 전반적으로 강렬한 외장의 패키지의 커피가 블랙업커피로 변신한 커피공장의 에스프레소를 어떻게 바꿔놨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