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지난번 BW Lab 원두 리뷰에 깍두기로 참여했는데

이번에 패널이 된 김성진입니다.


커피를 그냥 재미로 즐기는 수준이고 전문가라고 할 수준은 못되는데

그런만큼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편견을 없애고 리뷰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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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커피를 받았을때

굽는 요리방법과 찌는 요리 방법의 차이를 생각했습니다.

팬 로스팅을 할때 흔히 일어 나는 오류?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화로(e.g. 수망) 로스팅을 한다면 생두에 직접 열을 전달 시킬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로스팅 방법은 열원으로 드럼(용기)을 달궈 그 안에 있는 콩이 달구거나

드럼의 뚫린 쪽에서 열풍을 공급받아 콩을 볶아 내는 방법입니다.


무쇠솥에 커피를 볶으면 거의 전도열(용기 내부에 약간의 대류열이 존재하겠지만 미미하겠죠)

상업용으로 많이 쓰는 반열풍식 로스터는 열풍으로 커피를 데우는 메커니즘이므로 대류가 많아지고

로링같은 폐회로 로스터(로링 본사 홈피에 가니 이런 말이 나오네요. Flavor-lock, 무산소라는 말도 나오고요)

는 드럼과 떨어져있는 버너로 뜨거운 공기를 만들어서 송풍기로 드럼으로 밀어넣어 주는 구조네요.


High convection이라고 칭해진 원두를 만들 때 이용한 로스팅 프로파일이라면

말그대로 최대한 대류열을 이용하여 커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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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외양상의 커피 밝기(원두)는 동일한 시티 로스팅 단계이나

갈았을때 그 내부의 평균적인 상태는

Low는 시나몬 로스트에가까운 밝기를 보이며

High는 하이 로스팅 정도(인터넷에 SCAA 대조표가 있어서 참고했습니다)를 보인다고 합니다.


High가 속까지 더 잘 익은 셈이죠.

로스팅의 성숙 과정?을 나타내는 develop도 High가 더 잘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번 Maillard 반응 시간 배분 차이를 둔 원두에서의 차이와 마찬가지로

어느쪽이 좀더 볶인 커피에 가까울지를 예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그라인더의 세팅을 바꾸지 않고

각각의 원두를 시험추출해보기로 했습니다.

저질 리뷰에 걸맞게 High는 받은 다음날(D+2)내리고 Low는 D+3에 내렸습니다.

게다가 첫번째 내린 High는 입술에만 살짝 대보고 데운 우유와 섞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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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의 유명한 로스터인 Tim Wendelboe에 가면 저런 잔에 내려 주긴 합니다...만

새로 구입한 12oz 밀크 저그를 한번 써 보고 싶어서 카푸치노 잔을 이용했습니다.

저 그라인딩 세팅은 홈로스팅(팬)한 파나마 Lerida 농장 Gran씨네 Lot(Washed)이

30초에 1:2에 가깝게 나오는 세팅입니다.


커피는 공히 15.3g씩 담았습니다.

VST 15g ridgeless이고 보시다시피 보텀레스 포타필터를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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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의 사진이 오늘 오전에 만든 Low 커피인데요.

역시 High에 비해 덜 볶인 커피처럼 추출이 되었습니다.


Low convection커피는 국내에서 Loring을 이용하는 큰 두 업체 커피와 비교시 외양 면으로도 더 밝다는 느낌인데

게다가 대류열까지 줄인 상황이라 제가 원하는 수준의 산미와 다양한 향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dry aroma는 크랜베리 같은게 응축된 듯한 향인데

계속 맡다 보면 맵지 않은 고춧가루 같은 달달한 느낌의 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추출된 espresso에서는 복숭아나 자두 종류의 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 제가 커핑을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High는 바로 우유를 타버렸기 때문에 우유와 참 잘 어울렸습니다.

스티밍을 잘 못하기 때문에 Cafe con Leche도 아닌 이상한 음료를 만들어서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확실한 것 하나는 제가 만들어 본 싱글 오리진 라떼 중에 손꼽힐 정도로 우유와 잘 매칭되었다는 점입니다.

흙향이나 너티함 같은 배리에이션 블렌딩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노트는 배제되면서도

우유 자체에서 나오는 고소함을 상승시켜주는 커피맛이었습니다.


프리뷰이기 때문에 다음 리뷰를 위한 추출부터는

그라인더 윗날을 풀어서 커피의 특성과 제 취향에 맞는 수율을 얻으려고 합니다.

중간중간에 필터커피도 만들게 되면 정리해 놓았다가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