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

  


FM 커피 하우스, 코스타리카 라스 라자스(Costarica Las Lajas), 케냐 키간조(Kenya Kiganjo)

부산 스페셜티 커피 로스팅의 선두주자답게, FM 커피하우스의 생두 선택은 훌륭합니다. 코스타리카 라스 라자스, 케냐 키간조 모두 개성이 강하고 품질도 좋은 커피입니다. 우선 코스타리카의 패키지부터 살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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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라스 라자스는 1380m의 그다지 높지않은 고도에서 재배된 커피입니다. 하지만 좋은 품질의 커피를 만들어내기로 유명한 농장이기도 하죠. FM 커피하우스에서 선택한 코스타리카는 알마네그라(Almanegra)가공을 거쳤습니다. 이 가공방식은 커피체리를 수확하자마자 백에 넣어서 그늘 건조시키는 과정을 30일간 반복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두는 다른 프로세싱에서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향미와 깊은 단맛을 가지게 되죠. 이 농장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잘 익은 생두를 다양한 방식으로, 깔끔하게 프로세싱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생두의 특성을 잘 파악한 FM 커피하우스의 로스팅은 패키지를 뜯기 전 부터 달달한 딸기향을 널리 퍼트릴만큼 풍부한 향기를 내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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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키간조는 1700-1900m의 고고도에서 자란, 고품질의 생두입니다. 케냐 농장들은 철저한 국가의 관리 속에 고품질의 생두를 출하하기로 유명합니다. 동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부유한 케냐는 프로세싱 설비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생두의 품질도 좋습니다. FM 커피하우스에서 선택한 케냐는 완전 수세식을 택했습니다. 브루잉 결과에서도 말씀드리겠지만, 완전 수세식의 생두임에도 커피 자체는 굉장히 다양한 풍미를 뿜어내고 있을 정도로 강한 매력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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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에 포함된 원두 정보는 생두의 재배 고도를 제외하곤 소비자가 필요한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코스타리카의 경우, 독특한 가공방식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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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또한 상세한 테이스팅 노트와 함께 필요한 정보들을 간략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브루잉 가이드의 경우, 에어로프레스와 클레버의 추출을 적어두었습니다. 브루잉 가이드에 나와있는 기구들의 대표성에 대해선 이전 리뷰들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아쉬움이 많습니다. 또, 투입하는 물의 양을 ml단위로 알려주지 않고, 눈금이나 1/3 정도라는 추상적인 수치를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 불편했습니다. 에어로프레스의 경우 기구를 거꾸로 두고 추출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투입하는 물의 양을 눈금에 맞추라고 알려준다면 상당한 차이가 있을겁니다. 좀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추출 가이드에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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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생두는 향에서도 맡을 수 있을만큼 라이트한 로스팅을 택했습니다. 좋은 생두를 잘 익혀만 준다면, 이정도의 약배전에선 강한 향미를 내뿜을 것입니다. 그라인딩 전에도 원두 패키지엔 향미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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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핸드드립 추출을 진행해봅니다. 명확한 로스팅 스타일이 있어 추출 레시피를 정하는 일도 비교적 쉬웠습니다. 드립보다 조금 가는 굵기의 원두를 20g/95도/300ml/2분의 레시피로 추출합니다. 그라인딩 전후로 딸기시럽향이 풍부했던 커피는, 붉은 과일의 단맛을 자랑하며 입안에서도 향을 가득 채웁니다. 전반적으로 체리, 라즈베리, 복숭아, 살구, 오미자에서 느껴지는 복합적인 싱싱한 신맛과 단맛이 매력적인 커피입니다. 살짝 우디한 느낌이 걸릴때도 있지만, 감칠맛이 살아나기도 합니다. 목넘김도 부드럽고 에프터테이스트도 살아납니다. 따뜻할때의 밸런스는 커피가 식어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좋은 생두를 잘 볶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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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인 느낌을 배제하고 생두와 로스팅의 조합을 그대로 느껴보기 위해 에스프로프레소 추출을 시작합니다.

17g/93도/250ml/3분의 레시피를 따릅니다. 100ml의 물을 붓고 저어주는 작업을 통해 약배전 원두의 수율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추출된 커피에선 핸드드립보다 오일리한 바디가 부드러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상큼한 복숭아, 붉은 과일의 신맛, 청포도의 단맛이 느껴집니다. 전반적으로 잘 익은 복숭아를 먹는 느낌이 강합니다. 향기롭고 단맛이 많은, 좋은 밸런스를 가진 커피입니다.

 

좋은 커피는 특정한 맛을 도드라지게 나타내는 것보다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를 그려주는 느낌이 강합니다. 다양한 맛들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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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브루잉을 통해, FM 커피하우스의 로스팅 성향을 파악해봅니다. 잘 익은 약배전 로스팅의 FM 커피는 물과 커피의 비율만알맞게 조절하고, 수율을 높여주기 위해 잘 저어주기만 한다면 어떻게 내리든 좋은 맛을 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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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핸드드립은 코스타리카와 다르지 않습니다. 20g/93도/300ml/2분의 레시피를 따릅니다. 코스타리카보다 물 온도를 조금 내려보았습니다. 첫 한모금에선 은은한 자몽의 신맛과 단맛이 풍겨옵니다. 오랜만에 커피에서 제대로된 토마토향도 느껴보는군요. 거봉의 달달함은 물론이요 밸런스도 좋습니다. 살짝 칼칼한 목넘김은 아쉽지만, 풍미와 표현력이 좋아 금새 단점이 잊혀집니다. 신맛의 밸런스는 코스타리카보다도 더 좋군요. 포도사탕을 먹는듯한 달달함, 호박엿, 고구마의 매력적인 맛들이 혀를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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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애매하게 느껴졌던 에어로프레스 레시피를 따라 커피를 내려봅니다. 17g/93도/270ml/3분10초의 레시피를 따릅니다. 저어주는 방법은 패지키에 적어둔 레시피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핸드드립보다 산미도 살아났고, 개성적인 맛이 살아납니다. 워시드 커피지만 흡사 와인의 맛이 느껴집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포트와인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호박엿과 토마토의 풍미는 역시 강하게 느껴집니다. 개성이 강하고, 밸런스도 좋은 케냐라는 인상을 확실히 심어줍니다.

 

FM 커피하우스의 커피를 브루잉하면서 좋은 커피의 기준을 생각해봅니다. 첫 번째, 좋은 커피는 특정한 맛이 강한 인상을 남기기보다 하나의 이미지를 그려줍니다. 다양한 맛들이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죠. 두 번째, 어떤 레시피로 내려도 로스터가 제시한 테이스팅 노트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잘 익은 커피에선 떫은 맛과 쓴 맛이 최소화됩니다. 균일하게 익은 원두는 다양한 그라인딩 환경에도 잘 적응하죠. FM 커피 하우스의 원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브루잉하지 않은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유입으로 질 좋은 생두를 약하게 볶아 그 풍미와 개성을 살리는 방식이 자리잡았습니다. FM커피하우스의 스페셜티커피 로스팅은 이 부분에서 모범적인 로스팅을 제시하죠. 하지만 이런 로스팅이 '한국 특유의 커피'를 제공할지는 의문입니다. 뉴욕에서도, 런던에서도 맛볼수 있는 커피를 맛보는건 좋은 일이지만, 우리 입맛에 맞는 커피는 어떤건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겁니다.

 

FM 커피하우스는 저에게 두 가지 대안을 보여주었습니다. 일전에 방문한 매장에서 마셔보았던 중강배전 싱글오리진 케냐 에스프레소는 스페셜티의 특징을 잘 살려 풍미를 잡아주면서도 강배전의 개성이 강해서 제겐 손꼽히는 에스프레소로 남아있습니다. 구수한 안핌에서 그라인딩된 다크 블랜드도 맛있었구요. 또 하나는 호박엿과 고구마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풍미를 풍기는 생두 선택입니다. 스페셜티커피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한 커피를 선별해 스페셜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 방법은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서울이 아닌 부산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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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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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yunKo

2014-10-13 08:11  #71180

커피 생산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해주셔서 공부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꼼꼼하게 리뷰해 주셨네요~ 말씀처럼 대중성의 문제가 앞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고민해야 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저도 최근 약배전에 조금은 심심함이 느껴지기도 한답니다.ㅎㅎ
푸근하고 구수한 맛이 그립기도 하구요~
여러가지 맛으로 즐길 수 있는 커피는 그래서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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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2014-10-14 22:23  #71788

!!! FM의 라이트 로스팅은 확실히 매력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