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투어리스트

감각적인 도시에서의 산책, 아케이드 커피

2020-05-14  




감각적인 도시에서의 산책, 아케이드 커피


뭇 젊은이들의 열정을 담은 버스킹과 그런 문화가 좋아 방문하는 수많은 인파들로 시끌벅적한 홍대 H&M 사거리엔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 고즈넉하면서 어딘가 으스스하기까지 한 공간이 있다. 길을 걷다 그저 눈에 보이는 1층만 보고 '액세서리점이구나' 하고 지나치기 일쑤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면 꽤 괜찮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아케이드 서울에서 운영하는 아케이드 커피다.



 

디자인 편집샵이지만 왠지 전시처럼 구경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케이드 서울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각자의 개성에 맞는 옷과 액세서리를 쇼핑할 수 있도록 했고, 곳곳에 고가구와 오브제를 배치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분위기를 끌어냈다. 3층 디자이너 샵도 있지만 보세 제품들이 있는 층을 고가구와 함께 한 컬렉션으로 구성해 아케이드만의 정적인 느낌과 모더니티를 그득하게 담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케이드 서울 내부에 있는 고가구와 오브제는 모두 회사 대표의 수집품이라고 한다.


청담동이나 한남동에 가야 볼 법한 편집샵처럼 괜히 조심스러워진다.


복도의 끝에 있는 저 수석은 왠지 입구 관리자인 듯.


자, 4층 카페 공간으로 들어가 보자. 조직의 보스를 만나러 가는 길인 듯 무거운 느낌이 드는 복도를 지나다 보면 한쪽 방에선 오롯이 주문과 음료 제작을 위한 공간이 등장한다. 아마 처음 와보는 사람이라면 몇 발자국 지나쳤다가 다시 뒷걸음쳐서 주문하러 갈 것 같다. 필자가 그랬다는 건 아니다.


지나가다가 슬쩍 보고 다시 뒷걸음치게 하는 공간


커피는 커피웍스팩토리에서 받아서 쓴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시네소 MVP하이드라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니 괜한 반가움에 '헤일 하이드라.'라는 같잖은 드립을 떠올려낸다. 이곳의 모든 커피는 향과 맛과 균형과 깔끔함을 바탕으로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케이드가 추구하는 특징적인 개성이 뚜렷하게 부각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한다.


언제나 검은 배경은 필자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과테말라 산 로렌조 마이크로랏 원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저기 사진 찍고 노느라 맛이 기억이 안 난다. 시원하게 잘 마신 것 같긴 한데...


주문을 마치고 홀로 향했다. 환한 대낮임에도 실내의 조도가 낮은 탓에 무언가 전시를 해놓은 갤러리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공간에 장식용 수석이 열 맞춰 진열되어있다. 수석 수집에는 흥미가 없는 필자에겐 그냥 돌덩이로 만든 오브제 같기도 하다. '도시 안의 감각적 배회공간'이라는 취지로 인테리어 했다고. 



진열된 수석을 보고 슬그머니 한 마디 던진다.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어둡고 조도가 낮은 이곳에도 빛이 잘 드는 자리가 있었으니. 홀의 한쪽으로 쭉 걸어오면 창가 자리가 한쪽 면에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3층부터 솟아올라 있는 소나무 분재에 상당 부분의 창가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어차피 필자는 어두침침한 구석자리에 앉을 예정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3층에 가면 저 소나무의 밑동를 볼 수 있다.



현재 아케이드에서는 <보이지 않는 도시 여행>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진행 중이다. 5월 매주 금요일엔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5인 이하의 참여자들만 진행하니 참고하시라.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젊음의 거리 홍대 거리의 시끌벅적함을 뒤로 하고 갤러리 같은 공간에서 전시도 보면서 조용히 커피 한잔하시려거든 아케이드 커피에 한 번 방문해보시길.




※ 글, 사진 :  블랙워터이슈 이지훈 에디터

instagram : @ljhoon1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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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san

2020-05-18 15:37  #1249114

분위기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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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5-27 12:00  #1256277

@taesan님

한번 방문해보셔요 :) 전시 보는 재미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