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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괴짜들을 위한 네오-컬쳐의 공간, NERD

2020-04-13  




평범한 괴짜들을 위한 네오-컬쳐의 공간, NERD


초저녁이었음에도 조금만 걸으면 열이 오를 만큼 기온이 많이 올라있던 어느 날, 필자는 신길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길역으로부터 조금 걸어 영등포여고 정문을 지나면 바로 앞에 무언가 미래적인 공간이 형광형광한 색을 뿜어내고 있다. 다양한 새로움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자 만들어낸 공간, 'NERD(이하 너드)'이다.


입구는 작은 편이지만 주변을 걷다 보면 형광색의 간판 때문에 금방 찾을 수 있다.

입구 들어가기 전에 한 번씩 읽어보고 들어가자. 도움이 될 거다. 


너드를 녹색 창에 검색해보면 멍청하고 따분한 사람 또는 컴퓨터만 아는 괴짜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곳에서 말하는 너드는 비주류의 활동을 하며 어느 한 가지에 좁고 깊게 빠져있고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인물로서 괴짜라고 묘사되는 캐릭터라고 한다. '너드답게, 카페라는 장소의 일반화와 개개인의 취향이 보편화되어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고정된 인식의 오류에서 탈피한다.'라고 말하는 너드는 스테인리스와 형광 초록, 흑백 모니터와 삼각 플라스크 등을 통해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고 있는데, 왠지 영화 백투더퓨쳐의 에메트브라운 박사 같은 괴짜 과학자가 생각난다.


실제 촬영 때 소품으로 사용한 돋보기를 사용할 수도 있고, 준비된 스포이드로 잉크를 각자의 기준에 맞게 사진에 뿌리며 나만의 전시를 만들어 보자.

현재 진행 중인 <이른 연구> 라는 전시 중 일부.


공간은 대관 및 여러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정해진 틀 없이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필자가 방문했을 땐 <이른 연구>라는 타이틀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아마도 4월 동안은 지속될 듯하니 시간 되시는 분들은 방문하여 자유롭게 제공된 도구들을 가지고 각자의 방법으로 커피와 공간을 즐겨보도록 하자. (돋보기, 삼각플라스크, 잉크, 캠코더 등의 도구를 활용해 즐겨보자.)


딱 보이는 대로 바삭한 초코파이가 생각나는 맛이다.


꽤 따뜻했던 봄기운이라 시원한 음료가 당겨 가볍게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스모어라는 디저트를 주문했다. 커피는 생두 공급 및 로스팅하는 업체로부터 너드만의 커스텀 블렌드를 공급받아 사용한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적당한 바디감과 끝에 느껴지는 단맛이 꽤 입맛에 잘 맞았다. 일단 스모어라는 익숙하지 않은 디저트를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입 안에서 대 환장 파티가 펼쳐지는데, 필자의 넓은 마음처럼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마시멜로와 이른바 겉바속촉을 완성하기 위해 태어난 듯 바삭하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지는 않은 비스킷, 그리고 누텔라 초콜릿으로 추정되는 그것의 농축된 달콤함이 한데 뒤섞여 김연아의 트리플악셀을 뛰어넘는 쿼드러플악셀을 뛰고 나서야 아쉬움을 뒤로하고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취향 저격이다. 자꾸 생각난다. (*하지만 이곳은 스톤 케이크라는 흑임자 케이크가 가장 유명하다.)


검은색의 바닥 타일과 스테인리스 테이블, 흰색의 벽과 형광색의 포인트가 꽤 괜찮은 조합으로 느껴진다.


공간은 브랜딩과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인 플랏츠에 의해 완성됐다. 너드의 구조는 직사각형의 구조로 긴 편이지만 한쪽 벽면에 가로로 긴 거울을 달아놓아 넓어 보이는 효과까지 실속있게 챙겼다. 테이블은 모두 스테인리스로 제작되었으며 테이블마다 한쪽에 가격 택(tag)을 연상케하는 디테일을 달아두었다. 커피 바는 입구에서 보면 안 보이도록 구석에 가려져 있는데 직사각형의 구조를 해치지 않으면서 공간 활용이 잘 된 느낌이다. 입구 옆의 공간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설치 된 캠코더에 찍힌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로 확인하면서 사진 찍으며 놀면 아주 재밌다. 필자도 혼자 한참 동안이나 재미나게 잘 놀았다.


테이블마다 가격 택(tag) 처럼 달려있는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너드의 컬러는 단 하나다. 형광 초록. 보통의 카페에선 잘 사용하지 않는 흔하지 않은 컬러인데다가 그외의 색을 아예 무채색으로 골라 형광색을 강조했다. 덕분에 상당히 유니크한 느낌도 든다. 또한 곳곳에 숨겨져 있는 디테일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이다. 그게 무엇인지는 자유롭게 찾아보시라. 입구에 눈에 띄게 매달려있는 아크릴판엔 너드에 대한 설명이 쓰여있으니 한 번씩 읽고 들어가면 공간을 즐기기 수월할 것이다. 주 방문자는 젊은이들이지만, 필자가 방문했던 저녁 식사 전후의 시간엔 중년 정도 돼 보이는 동네 주민분들도 이따금 너드에 들러 도란도란 자식 얘기, 세상 얘기를 하면서 커피 한잔하신다. 너드는 신길동의 힙스터들이 모이는 아지트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스스로 갖고있는 아우라는 분명히 존재한다. 특별한 것이 너드가 아니고, 너드만 특별한게 아니다. 그렇기에 공간 NERD 부제는 ‘Ordinary Nerd People’이다. - 너드의 소개 중 일부


"사색하고, 해석하며, 몰입하라"라는 브랜딩 철학으로 음료나 공간, 오브제 등을 다양하고 실험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구상한다고 한다. 지난 12월 오픈해 얼마 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얼마나 재미나고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할지 기대가 된다. 신길동의 미래적이고 힙스러운 과학실 같은 공간에서 맛있는 커피와 전시 등을 즐겨보시길.





※ 글, 사진 :  블랙워터이슈 이지훈 에디터

instagram : @ljhoon1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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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steryCafeIctus

2020-04-13 05:01  #1219744

이름부터가 아주 멋지네요. 신길동의 커피 명소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네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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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4-21 00:47  #1226443

@RoasteryCafeIctus님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꽤 마음에 들었던 공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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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줘

2020-04-14 15:49  #1221249

한번 정도는 가고 싶지만, 두번은 안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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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4-21 00:49  #1226447

@밥줘님
우선 한 번 방문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다음은 카페의 몫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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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

2020-05-06 08:36  #1238706

요즘 카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데, 오랜만에 이색적인 카페 하나를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즐겁습니다.

감사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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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디터지훈 작성자

2020-05-06 19:00  #1239129

@blur님
네 감사합니다! 한번 방문해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