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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드 도징 그라인딩 기능을 바탕으로한 추출 세팅 민감도 개선에 관한 특허

2022-06-16  



레이어드 도징 그라인딩 기능을 바탕으로한 추출 세팅 민감도 개선에 관한 특허


안녕하세요. ^^ 오늘은 실제 한 제조사가 가진 특허와 관련된 내용을 간단히 소개드릴까 합니다. 이 특허는 실제 매장에서 에스프레소 샷의 추출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그라인딩 시 순차적으로 그라인딩 변수를 변화시켜 결과적으로 커피 퍽에 담기는 커피 입자들의 계층화를 유도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 관련 논문 : 에스프레소 추출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혁신적인 커피 분말 퍽 제조 방법 테스트(Test of an innovative method to prepare coffee powder puck, improving espresso extraction reliability)

 



이러한 추출 안정성을 위해 본 특허는 사실 굉장히 간단한 개념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두가지 기능인 셈인데, 그라인딩 과정 중에 날의 간극을 조절하는 방식, 그리고 모터 회전수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그라인딩 시에 서로 다른 입자들을 사용하겠다는거죠.

이 기능은 결국 그라인딩과 동시에 분쇄 입자가 떨어져 바스켓에 담기는 형태에서 그라인딩 되는 시간차를 활용하는 기능이라 온디멘드 그라인딩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서로 다른 분쇄 프로파일로 갈려진 커피 원두로 왜 레이어드 도징을 하려고 하는지가 핵심일텐데요. 해당 특허에서는 이 방식을 통해 "원두의 호퍼가 줄어감에 따른 분쇄 변화", "서로 다른 배치의 원두", "서로 다른 브랜드의 원두" 사용 등에서 나타나는 분쇄 조절, 혹은 분쇄간 편차를 이 기술로 일정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본문에는 특히 인용한 특허를 활용해 "일반적인 고 RPM의 상용 그라인더는 원두를 커팅하는 형태라기 보다는 파쇄하는 형태로 작용하며, 저 RPM 을 사용하면 더 가는 입자를 더 정교하게 분쇄할 수 있으며, 분쇄 일관성도 확보된다."는 언급도 존재하네요. 


 간단히 이 특허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추출 관용도로 언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처음 들어본 분들이 계실듯한데, 대형 코니컬 버가 처음 등장하고 본격적으로 스페셜티 커피 씬의 매니아 집단에서 회자되었을 2000년대 중후반부터 대형 빅코니컬 버는 추출 관용도가 굉장히 높은 경향이 있다는 평들이 많았습니다. 즉, 세팅 잡기가 편하다는 건데, 결국 분쇄 조절 다이얼에 추출이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특허문에서는 관용도라는 말은 사용되지 않고, 분쇄시 민감도가 적어진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논문의 핵심은 방금 설명한 코니컬 시대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래프를 보면서 좀 더 쉽게 설명해보죠.  아마 제 입도 분포 분석에 대한 글들을 많이 읽어본 분들이라면 매우 익숙하실 그래프일텐데요. 입자 크기에 따른 볼륨%의 로그 스케일 그래프입니다. 이러한 쌍봉 형태의 구조를 Bimodal(이원상) 분포라고 하는데, 특허에서는 오른쪽 봉우리를 첫번째 봉우리, 왼쪽의 낮은 봉우리를 두번째 봉우리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라인더들은 세팅에 따라 이 제 1봉의 분포 정도가 크게 변화합니다. 이 분포는 대게 버셋의 간극과 RPM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이 퍼짐 정도가 넓으면 불균일한 분포, 좁으면 균일한 분포라고 이야기 하죠. 



 재미있는 것은 해당 특허에서는 이 굵은 분포를 넓히는 방식이 그라인더의 분쇄 관용도를 높혀, 바리스타들이 분쇄 세팅을 조절할 수고를 덜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즉 제 1봉을 기준으로 불균일한 분포를 만들겠다는겁니다. 여기에 더해 필터 바스켓에 이러한 입자들을 적절히 정렬해 배치하는 형태, 즉 레이어드 도징에 따라서 이러한 분쇄 관용도는 높아진다는 언급이 계속됩니다.  


  


그림 2a는 일반적인 담기 방식, 2b는 레이어드 도징이 적용된 방식을 모사합니다. 특히 2b의 바스켓을 자세히 보면 아랫부분은 상대적으로 굵은 입자들로, 상단은 상대적으로 가는 입자들이 위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레이어드 구조는 실제 지난번 소개해드렸던 테스트 논문에서 효과적이었다는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반대의 경우(아랫쪽이 가늘고 윗쪽이 굵은 경우)는 정상적인 결과 도출이 어려웠다는 설명만 존재하여 분석은 어렵지만, 아마 추출 일관성에서 부족한 면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여튼 조금더 PSD(입자 크기 분포도) 그래프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는 서로 다른 RPM을 사용하여 분쇄되는 두 입자군의 크기와 부피 분율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버셋의 간격이 바뀌지 않아도 모터의 회전수에 따라 입자의 크기 분포가 변화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림 1에서 본 그래프는 로그 스케일을 사용했지만, 아래 그래프들은 정수 스케일을 사용한다는 점을 유의해서 보세요.) 


이 논분에서는 고 RPM의 경우 전반적으로 입자가 굵게 그라인딩되고 입자의 분포도 더 넓은 형태로 나타남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낮은 RPM의 경우는 미분의 양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전반적인 입자들도 작게 그라인딩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 특허는 이 두 입자를 하나의 추출에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이 둘을 모두 포함해서 입도 분포를 일반적인 그라인딩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단일 RPM 그라인더와 비교하여 가변 RPM 그라인딩을 사용했을 때 제1봉 기준 입도 분포가 굵게 변화했습니다. 또한 분쇄 집중도가 낮아졌으며, 미분의 부피 분율(전체 양 중 미분 양의 비율)은 증가했습니다. 특허에서 언급하는 내용을 참고하자면 이같은 입도 분포는 실제 추출시에 분쇄도 세팅이 민감하게 변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겁니다. 

하지만 분쇄 분포 그래프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이같은 접근은 최근 10년여간의 균일한 분쇄의 입도를 얻고자하는 노력과는 완전히 반대의 접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꽤나 흥미로웠던 부분인데, 일부터 미분의 부피량을 늘리고 입도의 분쇄 편차를 크게 가져가서 추출을 안정적으로 만들자는 접근은 실제로 이탈리안식 올드스쿨 그라인딩에서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분쇄 곡선은 경력 바리스타 분들이라면 꽤나 익숙하실 M사의 R 모델 등의 빅 코니컬 계열의 전형적인 분쇄 분포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인 것을 고려하면 좀 더 재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레이어드 도징의 개념은 사실 많은 바리스타들로부터 실행되었습니다. 아마 국내에도 많이 계셨던 것 같구요. 해외에서는 이러한 샷으로 매우 유명한 커피 긱(Robert McKeon Aloe)이 한명 있는데, 그의 스타카토 샷은 대게 다음과 같이 계층화됩니다. 로버트에 따르면 그는 하단부터 미세 입자 - 굵은 입자 - 중간 입자로 구성할 경우가 가장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하니 본 특허의 레이어드 도징의 순서와는 조금은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로버트의 경우는 입자 시프터를 통해 완전히 가는 입자와 중간, 굵은 입자로 분리한 뒤 추출하는 방식이라 모든 입자들이 섞인 상태로 레이어드 도징되는 이번 특허와는 또한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튼 이번 특허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분쇄 분포와 추출 효율이 우선이냐, 아니면 추출 재현성과 일관성이 우선이냐 하는 것이죠. 사실 싱글 스피드 그라인딩이라 하더라고 실제로 분쇄시작과 종료시의 분쇄 RPM는 변화합니다. 대부분 그걸 인지하고 있지 못할 따름이죠. 이번 연구는 그 차이를 좀 더 크게 벌렸고, 그 결과를 조금은 더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 많은 연구들에서 RPM과 분쇄 입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사례가 많지만 단순히 RPM이 분쇄 입도 분포에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라인더에 따라 RPM의 변화가 분쇄 분포를 더 좋게도, 더 나쁘게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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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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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chi.coffee

2022-06-17 11:25  #1897124

좋은 내용 소개와 연구 감사합니다 서리님 :)

매장에서 현실적용은 어렵겠지만 재밌는 접근이라 지금 테스트해봐야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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