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컬럼 정보
2014-04-19
우유는 에스프레소와 뗄 수 없는 가장 좋은 궁합을 가진 재료이기도 합니다. 그 자체로도 커피와 꽤나 잘 어울려 많이 이용되기도 하지만, 뜨거운 증기를 만나 고운 거품의 형태가 되면 에스프레소의 향미와 어우러져 더욱더 좋은 질감과 맛의 조합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80% 이상 대부분이 액체로 이루어져 있는 우유는 적정량의 당질과 지방성분을 갖추고 있는데 바리스타의 섬세한 증기 주입과정을 통해 부드러운 거품층을 갖게 되며 액체, 고체, 기체의 혼합물로서의 성질을 고루 갖추게 됩니다. 증기가 주입되어 부드러운 폼을 형성한 우유는 찬 우유나 그냥 덥힌 우유와는 달리 달콤한 맛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며 고유의 향미를 발산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실제로 잘 만들어진 스팀밀크가 어우러진 카푸치노나 라떼 등의 베리에이션 음료들은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풍부한 단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커피 층 위에 섬세하게 부어 올려진 거품층은 부드러운 질감과 아름다운 무늬를 통해 마시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모두 만족시켜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유 거품은 크게 wet, dry 폼으로 나뉘어집니다. wet 폼은 공기보다 수분이 더 많은 폼의 형태로 라떼아트를 위해 주로 사용이 됩니다. 우유가 뜨거운 증기를 만나게 되면 단백질은 공기주위를 둘러싸며 미세한 공기방울을 형성하게 됩니다. 잘 만들어진 고운 wet 폼은 마치 에스프레소의 크레마와 유사하기도 합니다. 스푼을 사용해 폼의 품질을 쉽게 테스트해볼 수 있는데, 좋은 wet 폼은 스푼으로 살며시 떠밀어보았을 때 빠른 복원력을 보여야 하며 스푼으로 떠 기울여보았을 때도 끈적한 점성을 가진 채 꿀처럼 부드럽게 떨어져내려야 합니다.
일단 만들어진 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사그러져 갑니다. 이는 미세한 폼 표면의 액체들이 중력의 영향으로 아래로 흘러내리며 폼 표면을 얇고 연약하게 만들기 때문인데, 이렇게 약해진 폼은 건조하고 뻑뻑한 형태의 거친 dry 폼의 형태로 남게 됩니다. dry 폼은 증기 주입과정에서 너무 많은 공기방울이 주입되었을 때도 동일하게 발생합니다. dry 폼은 구조상 우유 성분보다 공기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있어 우유가 가지는 특유의 단맛과 고소한 맛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스팀 밀크가 들어가는 각종 베리에이션 음료들은 우유 폼이 사그라들기 전에 재빨리 마시는 것이 더 풍부한 맛과 질감을 느끼는데 효과적입니다.
재미있게도 우유의 종류 역시 폼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대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유의 경우 크림 같은 질감을 얻기 쉽지만 폼을 내기에 조금은 까다로우며, 탈지유의 경우는 전유보다 풍부한 폼을 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두유 같은 경우는 숙련된 바리스타라 하더라도 폼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도 합니다.
만약 목표가 거품의 양을 늘리는 것이라면 탈지유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겠지만 맛의 측면에서는 대다수 상황에서 전유를 사용하는 것이 선호되는 편입니다. 전유가 함유한 일정량의 지방질이 보다 맛좋은 베이에이션 음료를 만들기에 유리하며, 연습을 통해 전유로도 원하는 만큼 충분한 양의 거품 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훌륭한 커피 음료를 위해서는 적절한 우유를 선택하는 것과 좋은 품질의 밀크 폼을 만드는 것 모두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본 섹션에서는 스티밍 밀크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미국 벌브 커피 로스터(http://www.vervecoffeeroasters.com)의 스티밍 영상을 참고하여 스티밍 과정을 간략히 설명합니다. 첨부된 사진들은 동영상으로부터 캡쳐된 내용입니다. 영상을 꼭 참고하시면서 글을 읽어주세요.
VCR Street Smarts 시리즈 중 밀크 스티밍 (#11: Milk Steaming )
#1. 피쳐 및 우유 준비
좋은 밀크 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단계에서도 고려해야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신선한 우유와 피쳐, 그리고 깨끗한 젖은 타올을 준비합니다. 우유와 스팀 피쳐는 최대한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우유에 증기를 주입하며 충분한 폼을 만들기까지 온도상승을 보다 여유롭게 가져가기 위함입니다.
스티밍용 밀크 피쳐(저그)
스티밍으로 늘어날 부피를 고려하여 차갑게 준비한 밀크 피쳐에 절반 가량만 우유를 담습니다. 너무 많은 우유를 담게 되면 우유의 낭비가 커질 뿐만 아니라 증기주입 과정도 훨씬 까다로워질 수 있습니다.
증기 주입 과정에서 보다 쉽게 우유의 온도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피쳐용 온도계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2. 사전 증기 배출
에스프레소 머신의 스팀 완드에는 이전에 사용되었던 수증기가 응결된 소량의 물이 남아 있기 때문에 보일러 내부의 증기를 내보내 이를 배출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완드 끝을 젖은 타올로 살짝 감아쥐거나 드립 트레이를 향하게 한 뒤 스팀 밸브를 열어 증기배출 여부를 확인합니다. 물이 모두 배출되고 증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면 스팀 밸브를 닫아줍니다.
#3. 위치 선정
일반적으로 스팀완드는 수직 위치에서 15도 정도로 살짝만 기울여 위치를 잡아줍니다. 또한 스팀팁의 위치는 중앙보다는 지름에서 1/3 정도의 가장자리에 위치시켜주는 것이 공기 주입과 혼합을 위해서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스팀 피쳐를 잡고 안정적인 위치를 선정했다면 스팀 팁 머리가 모두 잠길 정도로 충분히 담궈주는 것이 좋은데 이를 통해 스팀 분사가 시작될 때 너무 많은 공기가 주입되어 거친 폼을 형성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머신 별 스팀 성능과 스팀 팁의 형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스팀 완드의 이상적인 각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연습을 통해 최적의 위치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가정용 머신의 스티밍 성능과 위치 선정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은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스팀 보일러의 사이즈가 작아 스티밍 지속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팀팁 홀의 사이즈와 개수가 작습니다. 분사되는 증기의 압력이 약한 머신이라면 증기 주입 초기부터 스팀팁에 많은 각을 주어 피쳐의 가장자리에 비스듬히 위치시키는 편이 보다 좋은 폼을 만들기에 유리합니다.
#4. 공기 주입과 혼합
스팀 밸브가 열리며 주입되는 증기로 인해 우유 표면에서부터 폼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폼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피쳐를 천천히 내리면서 충분한 부피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두 가지는 공기주입 시간과 양, 그리고 우유의 회전 흐름 형성입니다. 공기를 주입하면서 발생하는 공기 흡입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눈으로는 우유 전체에 소용돌이 형태의 회전 흐름이 생성되는지를 확인합니다. 표면에서 생성되는 폼은 피쳐 내부의 회전흐름을 통해 고루 섞여 전체적으로 균일한 상태를 이루게 됩니다. 만약 회전 흐름이 없이 공기의 주입만 이루어진다면 거품과 액체층으로 우유 상하가 분리 될 것이며, 공기 주입이 없이 회전 흐름만 주어진다면 거품이 없는 뜨거운 상태의 우유만 만들어질 것입니다.
충분한 양의 폼이 만들어졌다면 스팀 팁을 깊이 담구어 폼의 생성을 중지하고 목표하는 온도가 될 때 까지 회전흐름만 유지합니다. 우유의 단맛이 극대화되는 이상적인 온도는 65~70℃ 정도이며, 목표하는 온도에 도달하면 스팀밸브를 닫아 스티밍을 종료합니다.
* 스티밍 온도 확인을 위한 작은 팁
온도계를 사용할 경우 온도계의 반응속도를 고려해서 60℃ 정도에 스티밍을 종료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온도계가 없다면 스팀 피쳐 하단이 손으로 잡기 어려워 질 정도로 뜨거워지는 순간에 종료하면 대략적으로 비슷한 온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80℃ 이상으로 가열된 우유는 맛과 폼의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5. 사후 증기 배출
스팀이 완료되면 스팀 밸브를 열어 스티밍 과정에서 스팀 완드 내부에 빨려들어간 우유 찌꺼기를 방출해줍니다. 동시에 젖은 타올로 스팀 노즐을 깨끗이 닦아 남은 우유가 응고되지 않도록 합니다.
#6. 피쳐 돌리기
스팀이 완료된 피쳐에는 성근 거품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피쳐를 잡고 바닥에 두어번 두드려 큰 거품을 부순 뒤 피쳐를 돌려 부드럽게 우유를 회전시켜 주면 훨씬 더 고운 거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유 표면은 더욱더 윤기있고 매끄러운 질감을 얻게 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온도가 떨어지기 쉬우니 짧은 시간에 작업을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7. 우유 붓기
잘 만들어진 스팀 밀크를 에스프레소에 배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스푼을 사용하거나 자유롭게 붓는 방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스푼법은 카푸치노나 라떼에 각각 적합한 양의 거품을 스푼으로 떠 올려주는 방법을 말합니다. 적절한 양의 거품을 얹고 나면 스푼으로 거품 층을 막은 채로 피쳐를 기울여 여분의 우유를 부어 커피와의 비율을 맞춰주면 완성이 됩니다.
자유롭게 붓는 방식은 주로 라떼 아트라고 불리는 기술을 위해 많이 사용됩니다. 라떼나 카푸치노용으로 사용되는 폭의 넓은 잔에 크레마가 잘 보존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뒤 그 위에 스팀 피쳐 안의 우유를 붓는 방식입니다.
에스프레소 층 위에 아름다운 우유 패턴을 그리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요령이 필요합니다. 먼저 에스프레소가 담긴 잔을 한쪽 면으로 살짝 기울여 우유가 흘러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깊이를 만들어 줍니다. 이어 커피 중앙을 기준으로 약 5cm 정도의 높이에서 피쳐를 기울여 스티밍된 우유를 일정한 속도로 붓습니다.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여 피쳐 안의 거품층과 액체층의 우유가 골고루 잔에 채워질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잔이 절반정도 채워지기 시작하면 피쳐를 커피 표면까지 내리며 서서히 잔과 피쳐를 수평에 가깝게 만들어줍니다. 이와 동시에 커피층 위에 밀크폼이 원하는 크기의 둥근 형태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잔이 얼추 채워졌다면 그 상태로 피쳐를 컵 가장자리까지 밀어 올리며 붓기를 마무리 합니다. 원의 중앙을 질러 깔끔히 부었다면 가장 쉬운 패턴 중 하나인 하트모양의 라떼 아트가 완성이 된 것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가정용 머신의 밀크 스티밍 성능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들간에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바로 스티밍 성능입니다. 기본적으로 좋은 밀크 스티밍 성능을 가진 머신들은 큰 용량의 스팀 보일러를 가지고 있으며 스팀 보일러의 사이즈가 클수록 스티밍 하는 시간이 단축되며 강한 스팀압으로 균일한 밀크폼을 만들기가 수월합니다. 또한 연속적으로 밀크 스티밍을 실시할 경우에도 보다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들도 성능에 따라 전체적인 스티밍 시간은 짧게는 15초, 길게는 1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머신의 성능보다 밀크 폼의 품질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다름이 아닌 연습입니다. 보일러 성능이 뛰어나지 않은 보급형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도 많은 연습을 통해 충분히 좋은 품질의 wet 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저렴한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의 경우 오토 카푸치노 시스템이라고 하는 별도의 밀크 스티밍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사실상 고운 밀크폼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시간을 좀 더 투자하더라도 직접 피쳐를 들고 연습하는 것이 훨씬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현명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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