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가깝고도 먼 당신

제2부

지난 시간 계약 전력과 증설 그리고 차단기 분배에 관해서 이야기했는데요, 카페를 운영 중이거나 창업 예정인 분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꿀팁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알고 있으면 도움되는 전기에 관한 이야기 2부를 시작해보겠습니다.  

【Trouble Shooting】 전기, 가깝고도 먼 당신 제1부 by Signpost Coffee 

교류 직류?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전류에는 직류와 교류 두 종류가 있습니다. 

직류(DC - Direct Current)는 일반적으로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며 그 전압의 크기 역시 변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사용하는 건전지를 떠올리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학교에서 꼬마 전구로 실험했던 것)

시간에 따른 전력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이지만 변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교류(AC - Alternating Current)는 시간에 따라 그 크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전류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바로 교류입니다.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집에서 콘센트에 코드를 꽂을 때 방향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교류 전기는 멀리까지 전기를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가정이나 매장의 콘센트까지 교류로 전기가 들어오는 것입니다. 

커피 머신의 경우 교류와 직류가 골고루 사용되는데요, 전원선을 통해 들어온 교류 전기는 모터 펌프에 사용되며, 내부PCB의 변압기를 통해 직류로 변환되어 직류로 작동하는 부품들(기어펌프, 팬, 솔레노이드 밸브 등)에 공급됩니다.

교류 전류가 1초동안 방향이 변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하며 단위는 Hz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20v 60Hz 이므로 1초 동안 전류의 방향이 60번 바뀐다고 볼 수 있습니다.(우리나라 형광등의 경우 계속 켜져 있는 것 같지만 1초에 60번 꺼졌다가 켜졌다를 반복한다는 의미입니다.) 

직류와 교류 사용에 대한 더 깊은 내용을 원하시는 분은 에디슨과 테슬라가 각각 주장했던 전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으니 꼭 한번 찾아 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단상 삼상

설명하는데 있어 어려운 단어들은 차치하고 우리나라 기준으로 단상은 2선식 220V로 흔히 집에서 쓰는 전기를 말하고, 삼상은 4선식 380V를 말합니다.

일반 가정집에서 단상이 주로 사용되는 이유는

1. 설비가 간단해 비용이 적게 들어갑니다.

2. 가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전자기기에 쓰기에는 용량이 충분합니다.

냉장고나 세탁기 등 모터가 들어간 제품이 있더라도 그 용량이 작기에 220v로도 효율이 나옵니다. 그러나 삼상 전기에 비해 효율과 힘이 낮아 산업용이나 큰 힘이 필요한 시설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상업용으로 380V 삼상 4선식이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1. 중성선과 나머지 하나의 선을 연결하면 220V 단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추가되는 공사 없이 일반 전기 기기나 콘센트에는 220V를 사용하고, 대형 로스터기나 그라인더와 같이 큰 동력이 필요할 경우에는 4개의 선을 다 연결하여 380V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전력이 일정하고 힘이 더 강합니다.

3상 전기 일정한 힘을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기에 단상 전기를 쓰는 그라인더나 로스터기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사용되는 캐패시터(콘덴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본전압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3. 단상에 비해 경제적입니다. 

멀리 전기를 보내거나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전압이 높아지고 상이 늘어나면 손실되는 전기의 양이 줄어드므로 비용이 절약됩니다.(전류값이 일정한 상태에서 전압을 올리려면 저항값이 낮아지기 때문에)또 전기는 사용량에 비례해 전선이 굵어져야 하는데요, 3상 전기를 쓰게 되면 같은 굵기의 전선으로 더 큰 전기를 사용할 수 있기에 더 경제적입니다. 

3상 전기 전선의 색 기준 – 출처 서울특별시 전문 시방서

삼상 380V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RSTN 혹은 ABCN 이렇게 선을 구분하는데요, RST나 ABC에 특별한 의미는 없으며, 각 상의 구분을 위해 그냥 순서대로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그러나 N상의 경우 Neutral의 약자로 중성선을 의미합니다.

지금 사용중인 전기가 궁금하다면 분전반을 열어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위 사진은 저희 사무실의 메인 차단기입니다. 맨 위쪽 메인 차단기를 보면 흑적청백 이렇게 4개의 선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3상 전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오른쪽을 보면 녹색 선들은 접지입니다. 접지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그 아래쪽을 잘 보시면 흰색 중성선을 기준으로 왼쪽 상단 차단기를 제외한 다른 차단기가 흑색, 적색, 청색 중 하나와 연결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연결하면 단상 220V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삼상을 메인 전력으로 사용하더라도 일반적인 220V의 제품들을 전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전력 사용량이 많은 큰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는 3상전기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주파수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교류 전류가 1초동안 방향이 변하는 횟수가 주파수며 단위는 Hz입니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220V 60Hz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50Hz를 사용하는 곳이 더 많은 편입니다. 50Hz는 독일에서 시작된 발전기 방식이고 60Hz 는 미국의 발전기 방식입니다. 전기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나라는 미국의 발전기를 수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주파수에서 제품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

커피 머신이나 그라인더에 사용되는 부품을 보면 최근에는 50Hz와 60Hz를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진 것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을 사용할 경우, 커피 머신과 그라인더에 사용되는 모터(회전 속도가 달라짐)나 코일이 사용되는 솔레노이드 밸브(열이 남)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모터와 같은 전동기의 회전수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라인더의 경우 분당 회전수에 따라 분쇄되는 성향이 달라질 수 있으며.( 50, 60Hz겸용이라고 해도 사용 주파수마다 분당 회전수가 달라집니다.), 로스터기의 경우에도 회전 속도에 따라 로스팅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전도열과 대류열의 비율이 달라짐)

예를 들어 50Hz로 작동하는 그라인더를 해외에서 사용하다가 60Hz가 기준인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게 되면 분당 회전수가 더 늘어나게 됩니다. 회전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분쇄 시간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으나 발열이나 미분이 더 발생하며, 장시간 사용시 모터 코일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사용하는 주파수의 차이로 인해 다른 성향의 커피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그라인더에서 모터를 처음 구동 시키는데 사용되는 캐피시터의 경우 출력이 주파수에 반비례하여 감소하게 됩니다. 따라서 구동 시 모터가 힘있게 돌지 못해서 원두가 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라인더에는 발열을 잡기 위한 냉각 팬이 있는데요, 팬의 회전 속도가 증가하면서 풍량도 증가하게 되어 좋을 수 있지만 늘어나는 회전 수만큼 소음도 증가하게 됩니다.

접지

접지(接地)는 한자의 의미 그대로 땅과 잇는다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어스(Earth) 혹은 그라운딩(Grounding)이라고도 합니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전기 기기와 땅을 연결하여 누전 시 사람이 제품을 만져도 감전되지 않도록 불필요한 전기 에너지를 땅으로 흘려 보내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전자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커피 머신이나 테이블 냉장고 등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자 제품을 만질 때에도 가끔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요, 접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출처 – 고교생을 위한 물리 용어사전

현장에서 접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전기 작업을 하는 분들을 종종 만나기도 하고, 또 실제로 카페를 운영하면서도 접지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분들도 있지만, 접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 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 이후에 지어진 건물은 법적으로 접지를 반드시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혹시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이거나 창업을 할 예정이라면 건물 내부 접지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반드시 접지공사를 진행해서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합니다. 

이렇게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전기에 대한 이야기를 1,2부에 걸쳐 모두 알아봤습니다. 늘 사용하면서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전기, 앞으로 조금씩 더 친해지는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음에는 또 다른 기술적인 이슈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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