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컬럼 정보

커피, 정보와 경험의 사이에서 "커피와 사람 사이의 인터랙션을 디자인 하는 방법"

2014-09-03  



본 컬럼은 커피볶는곰의 "조영준"님께서 기고해주신 소중한 내용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커피, 정보와 경험의 사이에서

"커피와 사람 사이의 인터랙션을 디자인 하는 방법"

작성자 : 조영준(yjcho@coffeegom.co.kr)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 커피를 볶는 사람,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 최종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되는 사람들이 한 잔의 커피 안에 담긴 정보를 가지고 편안하고 폭넓은 이야기를 펼쳐 나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문화. 커피 안에 담긴 수많은 정보가 살아있는 한 잔의 경험으로 연결되는 관계성이 우리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1. 정보에서 경험으로

새로운 품종, 가공 방법, 추출 방법에 이르기까지 날마다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고, 우리는 그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접하고 있다.
특히 요즘 ‘제 3의 물결’ 로 회자되는 커피 업계의 움직임과 스페셜티 커피의 약진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를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가 매우 중요해졌다. 우리가 전하는 정보가 그대로 고객이 느끼는 경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람과 커피를 연결하는 인터랙션 디자인의 역할이 대두된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관계를 디자인 하는 것이다. 사람과 정보, 사람과 기술의 대화의 구조나 조작법을 구축해 사람들의 정보 활동을 원만하게 하여 정보에 관계된 사람과 사람이 편안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확장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가 커피를 이야기 하고 맛을 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러한 관계가 아닐까.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 커피를 볶는 사람, 커피를 추출하는 사람, 최종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되는 사람들이 한 잔의 커피 안에 담긴 정보를 가지고 편안하고 폭넓은 이야기를 펼쳐 나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문화. 커피 안에 담긴 수많은 정보가 살아있는 한 잔의 경험으로 연결되는 관계성이 우리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커피볶는곰에서 제공하는 정보도 위와 같은 개념을 기반으로 제작하고, 사람들과 그 내용을 나누고 있다. 기본적인 생두의 정보를 비롯해, 사람들이 ‘왜 이 커피는 이런 맛이 나는지’ 를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된 히스토리를 수집하고, 향과 맛에 대한 경험을 기록한다.
이러한 정보를 함께 나눔으로써 커피를 제공하는 사람도 한 번 더 나의 커피를 되돌아 보며 검증을 하게 되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전문가의 감각적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스스로의 인지를 확장하고 만족감을 배가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경험의 공유로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둔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원활하게 이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에는 커피볶는곰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료를 제작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또한, 커피인들과의 소통을 위한 하나의 인터랙션이라 볼 수 있겠다.)


2. 디자인 대상 범위

현재 커피볶는곰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주제로 커피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고 있다.


2.1. 생장 환경 및 관련 히스토리

생두 수입사에서는 주로 커피의 생장 환경에 대한 기본 정보와 커핑 노트가 제공된다. 각 회사마다 제공되는 상세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지역, 등급, 해발고도, 토양, 종자, 가공방식 정도의 활자 정보가 주어질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정보만으로는 실제 커피가 어떤 맛일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처리가 되었는지 확실히 알기는 힘들다. (회사에서도 다양한 커피를 가져오다 보니 기준 스펙 이상의 히스토리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더 자세한 정보를 찾아야 할까?

어려운 방법은 아니다. 구글 검색이나 각 나라의 협동조합 소개 페이지를 조사하거나, 타국의 업체 홈페이지(미국, 일본 등)를 샅샅이 뒤져보면서 쓸만한 정보를 찾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해당 농장에서 홈페이지를 개설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잠깐의 귀찮음을 감내하면 더욱 자세한 히스토리를 알 수 있어 농장주가 이 커피를 어떤 의도로 재배했고 생산했는지에 대한 철학과, 커피가 가진 특성을 잘 이해하고 볶을 수 있다. 일례로, 이번에 다이렉트로 구매한 과테말라 몬테 데 오로 Guatemala Monte de oro 의 경우 농장에서 홈페이지를 개설해 자신의 농장이 어떤 환경이며, 어떻게 커피를 가공해서 출하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같은 농장 내에서 커피 나무 근처에 사탕수수, 커피, 옥수수 밭이 위치한다는 정보를 제공했는데, 실제로 브루잉 해 마셔본 커피에서는 비정제 설탕 내지 사탕수수 설탕Cane sugar과 같은 단 맛, 옥수수 수염차에서 느껴지는 곡물의 향이 느껴졌다. 정보와 경험이 연결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a.jpg  b.jpg c.jpg

2.2. 로스팅 정보 및 컨디션

커피볶는곰에서는 현재 로스팅 현황 기록 솔루션을 활용하여 해당 커피가 어느 시점에 변화가 일어났는지, 크랙 시점, 온도 변화 곡선의 변화치를 복기하며 생두의 수분/밀도와 함께 로스팅 후의 컬러를 체크하여 어떠한 의도에서 이러한 로스팅을 진행했는지를 설명한다.
물론 때로는 로스터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의도와 결과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다. 만일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 생각대로 되었다면 어떤 의도였는지를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나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변호라 볼 수 있겠다.

d.jpg  e.jpg


2.3. 관능적 평가(맛과 향)

커피볶는곰에서는 브루잉 시 다양한 툴을 사용하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장에서 실제 많이 사용되는 기구에 적용해 보며, 그 맛의 특성을 맞추어 보기 위함인데, 가급적이면 농도(TDS)와 수율(EXTRACTION)이 일정하게 나오도록 조건을 맞추어 진행하는 편이다.
기준 농도는 1.2~3% 수율은 18~20% 사이로 Zone을 설정하여 테이스팅을 진행하며, 향과 맛에 대한 기준 표를 만들어 사람들이 정보를 보고 이 커피가 가진 향과 맛을 유추하기 수월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커피볶는곰에서 사용하는 관능 평가표(커피 향미 평가 양식)는 BWIssue와 커피볶는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관능 평가표 :

 for_brewed_coffee.JPG for_espresso_coffee.JPG


f.jpg  g.jpg  h.jpg


3. 커피 전문점에서 마신다는 것

위와 같이 자료를 만들고, 정보를 가공하여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일은 사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객이 전문점 에서 무언가를 마신다면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가치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생두를 가져오는 사람은 힘들여 가져온 좋은 콩을 고객들이 더 잘 알아주길 바라고, 커피를 볶는 사람은 마음을 담아 정성껏 볶은 콩을 고객이 더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최상의 컨디션으로 제공하는 것을 바라고, 바리스타는 고객에게 건네는 한 잔에 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음을 정확히 알고 그 가치를 제공한다. 이런 정보와 사람의 교감이 하나로 모여, 비로소 한 잔의 커피가 되는 것이다.

커피볶는곰은 그런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고객의 경험으로까지 이끌어 내는 인터랙션이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전문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 소중한 돈을 기꺼이 내어 주시는 고객에 대한 최대한의 성의와 감사를 담아내는 것, 커피 안에 담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어 더욱 맛깔나는 한 잔을 드리는 것을.

매장마다, 업체마다 다른 방법과 이야기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커피볶는곰도 다양한 시도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많은 피드백이 필요하고, 많은 의견을 듣고자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가 경험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며, 커피가 맛있는 집으로, 커피 전문점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고객도, 우리들 커피인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오래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http://www.coffeegom.co.kr


profile

ABOUT ME

대한민국 No.1 커피 미디어 "블랙워터이슈" 입니다.
일반회원

댓글 4

profile

로얄키친

2014-09-03 21:00  #55974

진정성이 보이는 좋은 글~ 공감하고 갑니다. ^^
profile

운영자 작성자

2014-09-04 21:45  #56177

@로얄키친님
진솔하신 내용이라 더 와닿습니다. ^^
profile

eungilpark

2014-09-03 23:05  #55988

좋은글 감사합니다.
profile

운영자 작성자

2014-09-04 21:46  #56180

@eungilpark님
^^ 네 노력과 진정성 모두 멋지신 글입니다.

꽤 인상적인 콜라보레이션 커피 바 - 라르손 앤 제닝스의 Fika

꽤 인상적인 콜라보레이션 커피 바 - 라르손 앤 제닝스의 Fika 라르손 앤 제닝스는 런던에 위치한 시계 브랜드로 스위스 무브먼트와 사파이어 글래스를 사용한 세련된 시계 브랜드입니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대와 ...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7-22

[커피 스타트업 10분 인터뷰] 당대의 핫 키워드보다 반박자...

독자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대한민국 커피산업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커피업계의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커피 스타트업 10분 인터뷰] 당대의 핫 키워드보다 반박자 빠르게! 대학생 광고회사 "컵아이...

작성자: BW컨텐츠팀

등록일: 2015-07-19

휴대용 그라인더 리도(LIDO) 3 버전 리뷰

|지난 6월 스웨덴 고덴버그에서 개최된 월드오브커피 2015에서 선보인 LIDO3 휴대용 그라인더 리도(LIDO) 3 버전 리뷰 지난 6월 스웨덴에서 개최된 월드오브커피 2015에서 선보인 미국 올팬社(Orphan Espresso)의 핸...

작성자: BW컨텐츠팀

등록일: 2015-07-16

라마르조코(La Marzocco) 물에 관한 간단한 실험

라마르조코가 재미난 영상을 하나 공개했습니다. 물과 커피에 대한 대중적인 교육적 접근을 함께 취해가고 있는 머신 브랜드이기도 한데, 이번 영상에서는 물의 경도 성분과 커피 추출성향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7-16

에스프레소의 구름층의 과학적 원리? 왜 에스프레소의 거품...

에스프레소의 구름층의 과학적 원리? 왜 에스프레소의 거품은 아래로 가라앉나? 우리가 흔히 기네스 맥주를 마실 때 재미나게도 작은 방울들이 아래로 가라앉는 재미난 현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는 에스프레소의 추...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7-15

바리스타 프로파일 프로젝트 (The Barista Profile Project...

마크 첸 - Mark Chan Head Barista at Common Man Coffee Roasters (Singapore) 커먼 맨 커피 로스터즈의 헤드 바리스타 (싱가포르) "커피 바 뒤에서 일한지 8년 됬습니다. 그 중 반을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했어요. ...

작성자: 바리스타프로파일프로젝트

등록일: 2015-07-13

[교육자료] 보다 나은 커피 추출을 위한 물리와 화학 요소 ... 4

| 가장 왼쪽 : Christopher H. Hendon, 우측에서 두번째 : Maxwell Collona Dashwood [커피 교육자료] 보다 나은 커피 추출을 위한 물리와 화학 요소 Physics and chemistry of brewing better coffee 카페 손님과 바...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7-12

미국식 콜드 브루 커피를 2시간 만에 만들어보자. by ChefS...

미국식 콜드 브루 커피를 2시간 만에 만들어보자. by ChefSteps 흔히 다량의 커피를 사용하여 찬물에 최대 24시간 까지 담궈 추출하는 미국식 콜드 브루 커피가 국내에서도 서서히 관심을 끌고 있어 보입니다. 이미 ...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7-12

바리스타 프로파일 프로젝트 (The Barista Profile Project...

애쉬 오피서 - Ash Officer Head Roaster at Proud Mary Coffee Roasters (Melbourne, Australia) 프라우드 메리 커피 로스터즈의 헤드 로스터 (호주 맬버른) "커피 일을 한지 7, 8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

작성자: 바리스타프로파일프로젝트

등록일: 2015-07-06

가장 간단한 구성요소? 물과 향미의 컴플렉시티 by 맥스웰 ... 1

The Simplest Ingredient? The Complexities of Water and Flavor 가장 간단한 구성요소? 물과 향미의 컴플렉시티 2014, 2015 UK WBC 챔피언이기도 한 맥스웰은 SCAA 2015 심포지움에서 왜 정말 맛있어야 할 훌륭한 ...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7-06

라마르조코(La Marzocco) Water Test-kit

라마르조코(La Marzocco) Water Test-kit 커피와 물은 뗄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커피가 음료인 탓에 물에 대한 의존적인 부분이 큰 것도 사실이고, 특히 이러한 관심은 근래 들어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기...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7-05

스캇 라오의 저서 커피 로스터스 컴패니언으로부터 배운 5...

| 사진 출처 : http://www.thecoffeecompass.com/scott-rao-coffee-roasters-companion 스캇 라오의 "커피 로스터스 컴패니언"으로부터 배운 5가지 By thecoffeecompass.com 커피 이론가이자 다양한 이론을 현장에서...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7-04

[프로바트 본사방문 연재기획 #2] 로스팅산업의 미래를 엿...

※ 본 연재는 프로바트(PROBAT)의 한국 공식수입원인 (주)코이너스인터내셔날에서 국내 프로바트 사용자 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바트 본사방문 워크샵에 동행하여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l PROB...

작성자: BW컨텐츠팀

등록일: 2015-07-04

여름에 어울리는 베트남식 아이스 커피 "카페 수아 다(cafe... 1

여름에 어울리는 베트남식 아이스 커피 "카페 수아 다(cafe sua da)" "사이공"에서의 두 커피 - 2 coffees in Saigon by Jean-Marc Abela 운이 좋게도 난 사이공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가게에 중 한곳에서 커피를 즐...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5-07-04

과테말라 스페셜티 커피 카페 방문기 4

과테말라 스페셜티 커피 카페 방문기 커피로 유명해진 나라 과테말라는, 우리나라와는 오랜 인연을 가진 나라입니다. 국내 많은 섬유 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진출해 있고 실제, 과테말라에 한국인 교민의 수도 상당한 ...

작성자: tonyhong

등록일: 201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