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인 라운지

  

DTSQ 18.02.28. 22:51
댓글 3 조회 수 282
1. ''원두 이름을 알아갈 수 있을까요? 향이 너무 안좋아서 기억해놓았다가 다음 번에는 피하게요.''

​​​​​​드립 커피를 드시고는 맛이 좋다며 원두 품종의 이름을 묻던 손님은 이따금 있었으나 오히려 피하겠다며 이름을 물어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에티오피아의 나인티플러스 원두 중 하나였다. 이름을 알려주는 찰나의 순간에도 온갖 생각이 오갔다. 브루잉에 실수가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커피를 내릴때 범했던 실수는 없었다. 추출 결과를 테스트 할 때도 그다지 디펙트를 찾을 수 없었던 잔이었다. 그냥 그 손님에게 그 원두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이유는 그 뿐인데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손님에게 낸 커피를 백 퍼센트 '옳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2. 결국 커피를 잘 한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이른바 '시드 투 컵'의 이념을 깨닫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농부와 로스터와 바리스타와 손님, 이 연결 고리 간의 의미를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내가 건네는 잔 속의 커피보다 그 잔을 받아드는 손님에 대한 깊은 탐구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을 꽤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새로운 이론과 과학적 사실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들은 자신이 하고있는 커피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것이지 퀄리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카페를 운영 한다는 것은 카페 주인의 취향을 판매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취향의 깊이는 인문학적 소양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3. 바리스타로서 일하면서 느낀 것 중에 또 한 가지는 심지가 굳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원두의 이름을 물어간 손님은 그저 신 맛이 싫었던 것이다. 손님에게 '신맛이 많은 커피인데 괜찮으신지' 하고 먼저 물어본 후 판매를 했어야하는데 나의 실책이다. 그저 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으로 내 브루잉 실력에 끊임없이 의문이 드는 것은 내가 많이 부족한 탓일테다. 계속 정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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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회원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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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크레마

2018-03-01 18:28  #397313

공감합니다.
저도 얼마전에 같은 경험을 한적이 있습니다.

소중한 첫 댓글에! 10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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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노대표

2018-03-02 13:34  #397989

주문단계에서 어떻게 손님의 취향을 간파하나요.. 뭐 그런 반응이 올때는 간단한 대화로 손님 취향을 알아내는것도 방법일듯 합니다. 그래도 손님이 '이 카페엔 다시 오지 말아야지' 가 아니라 '원두가 나랑 안맞는구나'라고 생각한걸보니 그동안 만족감이 높았나봅니다 :)

제게도 '난 커피같은거 안마셔' 라고 얘기하던 친한 형이 있는데 별로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몇가지 경험하게 해준뒤론 각종 용품을 집, 사무실에 다 갖춰놓고 커피내리는 재미에 심취해 있어요 ㅎㅎ 근데 그런형도 아직까지 발효취가 약간이라도 나면 '발꼬랑내'로 규정짓고 피하곤 합니다. 너무 깊이 고민하시진 않으셔도 될것 같아요. 취향을 알고 그대로 커피를 찾아 마신다는것 자체가 빠져드는 과정중 하나라고 봅니다. 언젠가 그 손님이 나인티플러스 맛있다고 하는날이 올거라는것에 뭐라도 걸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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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

2018-03-19 12:15  #407960

@BW노대표님
저도 같은곳에 뭐라도 걸어볼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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